인터넷이 일반화될 때
각 사찰이 홈페이지를 만든 것처럼
이제는 유튜브 채널을
요청받고 있지만
사찰과 스님들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양새다
그러므로 종단은
별도의 TF팀을 만들어
종교 유튜브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불교 유튜브의 특징과
방향을 설정해줄 필요가 있다

자현스님
자현스님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처음에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으며,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정도였다. 그러다 상황이 급반전하며 팬데믹이 됐고, 이렇게 어느덧 1년 여 가 흘렀다. 그 기간 동안 우리는 비대면의 언택트(untact)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강요받게 됐다.

갑자기 주어진 언택트 속에 전세계가 휘청였고, 한국과 종교계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이러한 격랑 속에서 등장한 대안의 키워드가 바로 ‘온택트(ontact)’다.

3G에서 4G로 넘어가면서, 트위터 같은 문자 기반의 SNS는 무너지고 동영상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그리고 틱톡의 질주가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5G 서비스와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이제는 개인 동영상의 광풍이 불게 된다. 무너질 것 같지 않던 TV와 영화마저 박살나는 신세계가 시작된 것이다.

2020년 5G 서비스의 개막과 코로나19가 겹친 설상가상의 상황에서, 가장 폭발한 시장은 단연 유튜브다. 때문에 너도나도 유튜브에 뛰어들면서, 관련 장비들이 품귀현상을 빚어 가격이 역주행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언택트와 온택트라는 사상 초유의 쓰나미 속에서, 불교 역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모양새다. 비대면이 장기화되자 각 사찰이나 스님들은 앞 다투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종단의 기관들마저 가세하면서, 유튜브 안에는 불교판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게 된다.

그러나 몇 달이 흐른 지금 불교계가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체계적인 분석과 전문적인 지식 없이, 대세에 편승한 묻지마식 채널 개설로는 군중의 관심을 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불교만의 문제가 아닌 종교계 전체의 무지에 따른 오판이다. 즉 영상을 올리면 봐줄 것이라는 환상이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유튜브 안에서 종교의 위치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불교는 이 종교 안에서도 일부일 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이미 열린 온택트 시대 속에서 종단 차원의 선제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이 일반화될 때 각 사찰이 홈페이지를 만든 것처럼, 이제는 유튜브 채널을 요청받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서, 사찰과 스님들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양새다. 그러므로 종단은 별도의 TF팀을 만들어, 종교 유튜브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불교 유튜브의 특징과 방향을 설정해줄 필요가 있다. 타종교에 앞서는 보다 발 빠른 대응이 요청되는 것이다.

또 스님들에게도 유튜브의 구조와 체계 그리고 성공적인 유튜브 운영과 콘텐츠 활용 방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유튜브는 홈페이지처럼 간단한 안내의 기능을 넘어선, 쌍방향의 살아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불교는 도심 포교에 실패하면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제2 종교로 내려앉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불교에는 전통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온택트 시대라는 변화 속에서, 새롭게 비상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번은 실수일 수 있지만, 두 번 되풀이 되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런 점에서 종단은 깃발을 들고 나서며,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만 할 것이다.

[불교신문3629호/2020년11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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