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부처님은 당시에 제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못 하신 10가지 정도의 질문이 있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그 열 가지 질문이란 무엇이었는가? 


대답을 안 하신 질문은 있으나
어려워 대답 못했다는 기록 없어
묵언 대답법은 독특한 설법방법
침묵으로써 깊은 대답을 주신 것


A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과연 이 세상에서 대답을 못 할 질문이 있었을까요? 부처님은 전지전능하신 신이 아니신 이상 그럴 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불경 어디에도 부처님께서 질문이 어려워 대답을 못 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답을 안 하신 질문은 있으나 못 하신 질문은 없습니다.

왜 대답을 안 하셨을까요? 구체적으로 남방불교에서는 10가지, 북방불교에서는 14가지 혹은 16가지 질문에 대답을 안 하셨다는 내용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들은 그때 당시 필요에 따라 ‘대답을 안 한 것’이지 ‘대답을 못 하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답을 안 하셨다, 설명을 안 하셨다를 한자로 ‘무기(無記)’라고 씁니다. 그래서 10무기(또는 10事無記)라 하고, 14무기 혹은 16무기라고 합니다. 국어사전에는 ‘석가모니가 다른 종교가로부터 받은 질문에 가부를 답하지 않고 침묵하였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대답의 일환으로 침묵이라는 방법을 쓴 것이지 못하신 것이 절대 아닙니다. 묵언 대답법은 부처님의 독특한 6가지 설법방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남방불교의 <맛지마 니까야> 63번째 경인 <출라 말룽꺄 숫따>에서 기록하고 있는 10가지 무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이 세상은 영원한가?’
②‘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은가?’
③‘세상은 유한한가?’
④‘세상은 무한한가?’
⑤‘생명이 곧 몸인가?’
⑥‘생명과 몸은 다른가?’
⑦‘모든 중생은 사후에도 존재하는가?’  
⑧‘모든 중생은 사후에는 존재하지 않는가?’  
⑨‘모든 중생은 사후에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가?’  
⑩‘모든 중생은 사후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닌 것인가?’

말룽꺄는 이 질문에 답을 해 주지 않으면 부처님을 떠나겠다고 협박(?)을 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 질문에 대답을 해 주는 조건으로 그를 제자로 맞은 것은 아니었다며, 무기하신 이유를 ‘독화살의 비유’를 들어 명확히 설명하십니다. 이유를 말씀 안 하셨다면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밝히셨습니다.

아시겠지만 위 10가지 질문, 14가지 혹은 16가지 질문도 우주와 생명과 같은 첨단과학에 관한 질문, 형이상학적 질문입니다. 현대과학에도 밝혀지지 않은 이 질문의 견해를 찾다 보면 ‘생노병사우비고뇌’등의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루살이에게 불금과 주말을, 매미에게 설경과 봄의 풍광을, 어항 속 금붕어에게 태평양을 설명해 준들 알겠습니까? 청정범행을 닦아 윤회를 벗어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러니 부처님은 침묵으로써 도리어 깊은 대답을 주신 것입니다.

[불교신문3629호/2020년11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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