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밭에 씨앗 하나

세운스님 지음/ 담앤북스
세운스님 지음/ 담앤북스

“가을에 거둔 양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겨울을 날 수 없듯이 지금 여러분의 마음이 공허하다면 고통을 이겨 낼 수 없습니다. 여러분 마음의 곳간은 얼마나 채워졌습니까. 지난 시간 동안 자신의 마음을 보살피는 데 게으르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 보십시오. 손가락만 한 작은 모가 자라서 가을에 수백 알의 알곡으로 여물기까지 농부의 발걸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듯 자신의 마음도 그만큼 챙겨 왔는지 말입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부산 삼광사 주지 세운스님이 그 동안 천태종 사찰 주지 소임을 맡으며 사보에 실은 글귀를 모은 법문집 <마음 밭에 씨앗 하나>를 최근 출간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는 법문집에는 계절마다, 시절마다 찾아오는 인연을 화두 삼아 수행을 독려하거나 따뜻한 시선으로 불안정한 세속의 삶을 보듬는 스님의 생활법문 51편이 수록됐다.

“우리는 힘들고 지치는 일이 생기면 당연히 그 일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일은 극복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극복하기 위해 나를 닦달하기보다 잠시 내려놓고 돌아보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온화한 마음이 성냄을 이기듯, 일상에서의 수행이 나를 힘나게 할 것입니다.” 책에 실린 스님의 글들은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보아 문제의 근원을 마음에서 찾고, 그 해결책도 자신의 마음 안에서 찾는 알아차림의 법문이 주를 이룬다. 위로와 치유가 절실한 현대인들에게 가장 좋은 방편은 ‘나’ 이외의 어떤 것이 아니라 ‘나’를 닦는 수행과 공부에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이는 불자들을 향한 죽비이자 스님 자신을 가다듬는 경책의 울림이자 중생의 마음 밭에 성불의 씨앗을 심고 가꾸어 가는 수행의 여정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서 불자들과 함께 나눈 스님의 단상을 읽어 나가다 보면 마음 밭을 기름지고 풍요롭게 살찌워 줄 양식이 가득 차오름을 느끼게 된다. 스님은 “올해는 예기치 못한 난국에 부딪혀 모두가 평범한 일상을 잃었다”면서 “그러나 잠깐 멈추어 서고 느리게 가는 일상은 우리에게 내면을 돌아보고 내실을 다지면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를 선사했다”고 의미를 전했다. 이어 “진심으로 자신의 참모습과 마주하는 정진의 시간을 보내기를 기원한다”면서 “승속의 경계를 두지 않고 수처작주하여 정진하는 불자님들이 진정 불보살의 현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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