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교조각

김리나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김리나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한국미술사 권위자
시대별 불교조각사
특징 담은 ‘개론서’

“평화로운 불국토
도래하기를 염원”

한국인 고유의 미감과 종교적인 정서를 담은 불교조각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불교조각’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76년부터 2007년까지 31년간 홍익대 교수로 재직한 김리나 홍익대 명예교수가 이 같은 의문을 해소해줄 개론서 <한국의 불교조각>을 최근 출간했다.

미술사연구회와 한국미술사학회 회장,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ICOMOSKorea) 위원장을 역임한 저자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했고 문화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관련 분야 전문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이어지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불교조각을 도판 300여 점과 함께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각 시대 배경 속에서 불상을 해석하고 파악했다.

사진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상인 고구려의 ‘연가7년명 금동불입상’. 사진출처=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사진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상인 고구려의 ‘연가7년명 금동불입상’. 사진출처=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저자에 따르면 삼국시대의 불교조각을 살펴보면, 이 시기는 중국으로부터 불교를 수용하며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선정인의 손 모습(手印)을 한 가장 기본적인 불좌상이 유행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상은 고구려의 ‘연가7년명 금동불입상’으로, 옷 주름의 표현양식에서 인도와 중국 불상과 같은 특징을 공유한다. 특히, 백제에는 암벽에 조각된 마애불상,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석조불상 등이 많은데, ‘예산의 사면불’, ‘태안과 서산의 마애삼존불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백제 특유의 자연스러운 미소를 잘 보여 준다. 한편 삼국시대의 유명한 불상으로 국보 제83호 ‘금동 반가사유 보살상’과 국보 제183호 ‘선산 출토 금동 관음보살 입상’등이 유명하다. 이어 통일신라시대에는 불상의 형식이 다양해졌다. 이 시기에는 ‘석굴암’, ‘경주 남산 불상군’ 70여 구, 비로자나불상 등이 대표적이며, 사천왕사지, 감은사 등 호국을 위한 불사(佛事)가 왕성하게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통일신라시대에는 국제 교류가 잦아 중국, 일본, 한국의 불교조각은 서로 유사한 도상과 표현양식을 공유했다.

고려시대로 접어들면 중국과의 복잡한 외교적 상황 속에서 중국 불교미술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원의 마지막 황제 순제(順帝)의 비 기황후는 고려 출신으로, 금강산 사찰, 개성 연복사의 동종, 개성 경천사 10층석탑의 조성을 후원했다. 고려 후기에는 티베트계 원대 조각양식이 많이 유입되기도 했다. 이 시기 대표적인 불교조각으로 태조 왕건의 스승이기도 한 희랑대사의 최근 국보로 승격된 초상 조각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가 힘을 잃었으나, 왕실과 사대부의 개인적인 취향 덕분에 아미타여래좌상이 유행하며 일시적으로 불교가 부흥했다. 서민들을 중심으로는 개인적 예배를 위한 소형 불감, 불상이 주로 제작되었다. 조선 후기에는 조각승이 만든 ‘보은 법주사 삼불좌상’, ‘구례 화엄사 삼신불좌상’ 등 대형 불상이 많이 제작됐고, 이를 통해 한국만의 불교조각 양식을 구축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과 일본의 불교조각을 참고용 도판으로 풍부하게 제시해 동아시아 한·중·일 3국의 불교조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친근함을 드러내는 한국만의 고유한 특징을 찾아내 담았다. 더욱이 이 책은 그 동안 폭넓게 다뤄지지 않은 조선시대의 불교조각을 깊이 있게 파악해 한국의 고유한 표현력과 한국적인 색채를 담은 조선시대 불교조각이 이전 시대들에 비해 외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음을 밝혀냈다. 시대를 기준으로 한 통사적 이해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3국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지리적 배경 속에서 한국의 불교조각의 특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개론서로 손색이 없다.

이밖에도 저자는 불교조각과 함께 발견된 명문과 기록 등을 참고해 불상 제작 과정에서 옛 한국인들이 바란 신앙적인 염원이 무엇이었는지를 탐구했다. 기록을 살펴보면 많은 불상은 부모에 대한 효, 여러 고난으로부터의 구제, 왕권의 강화, 외세의 침입에 맞서고자 하는 호국 등 각기 다른 염원을 담고 있다. 선조들은 사찰과 불상을 이렇듯 다양한 목적으로 조성했으며, 이를 통해 평화로운 불국의 세계가 도래하기를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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