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7대 전반기 중앙종회의장 원만 회향한 범해스님

전반기 종회 안정적으로 이끌며
종단 안정과 화합에 앞장서
“원만회향, 의원 스님들 덕분”
사부대중 모두 고마움 전해

입법기구 역할 다하고자 노력
각종 인사안건 원만하게 처리
오직 종단발전 화합 위해 최선

의장 소임 통해 대중 시봉한 셈
늘 佛恩 갚는 일이라 생각하며
오직 신심과 원력으로 임했을 뿐
이제 한 사람의 종도로서 다시…

11월5일 열린 제219회 중앙종회 정기회에서 제17대 중앙종회의장 소임을 마친 범해스님이 사무처 직원으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
11월5일 열린 제219회 중앙종회 정기회에서 제17대 중앙종회의장 소임을 마친 범해스님이 사무처 직원으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

조계종 제17대 전반기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이 소임을 마무리했다. 범해스님은 115일 열린 제219회 중앙종회 정기회에서 의사봉을 후반기 의장 정문스님에게 넘기고 2년간의 임기를 원만히 회향했다. 이날 범해스님은 개회사를 통해 동료 의원 스님 등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그간의 소회를 대신했다. 2년 전, 다소 혼란스런 상황에서 시작한 17대 중앙종회. 범해스님은 그 중심에서 전반기 중앙종회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종단 안정과 화합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다.

범해스님이 중앙종회의장으로서의 임기를 마친 이튿날,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서울 개화산 약사사로 무작정 찾아갔다. 혹시 스님이 못다 전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어서다. 그러나 스님은 하고 싶은 말은 어제 다 했는데 힘들게 여기까지 찾아 왔느냐면서도 얼굴 한번 보고 차 한 잔 하자며 맞이했다. 그렇게 범해스님과 따뜻한 작설차 한잔을 나눴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종단 미래를 위한 각종 법령을 제정하는 입법기구이자 종단 안팎 현안을 논의하고 종도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의기구이다. 그만큼 종단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은 남다르다. 이를 이끄는 의장이라는 자리의 무게 또한 엄중하다.

범해스님은 원만히 의장 소임을 회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동료 의원 스님들 덕분이라며 몸을 낮췄다. “의장으로서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이것을 하다보면 저것을 못 보게 되고, 저것을 신경 쓰다 보면 놓쳐 버린 일이 제법 많았죠. 하지만 그 때마다 너그럽게 이해해준 의원 스님들이 항상 가까이서 배려해주셨기 때문에 임기를 원만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이 2년 간 함께 걸어와 줘 부족한 시간들을 고맙게 채워갈 수 있었습니다.” 소감 한 마디마디 마다 스님의 겸손한 성품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또한 범해스님은 힘든 상황에서도 종단 안정과 발전을 바라보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게 큰 원력을 내주신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해 신뢰받는 종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종단의 원로 스님, 교구본사 주지 스님, 총무원 각 소임자 스님, 각종 신도단체와 위원회 등 모든 사부대중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며 미처 전하지 못한 인사를 건넸다. 무엇보다 스님은 후반기 의장단 스님들이 역할을 더욱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동료 스님들에 대한 믿음이 깊게 담겨있었다.

이처럼 범해스님은 모든 것을 많은 이들의 공으로 돌렸지만, 스님이 의장 소임을 맡은 이후 중앙종회는 활발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 종단 안정과 화합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선거법, 산중총회법, 사찰예산회계법, 법계법, 승려복지법, 포교법, 군종특별교구법, 은퇴출가에관한특별법 등 수많은 종법 개정안 등은 입법기구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범해스님이 흘린 땀의 무게다.

이와 함께 원로의원 추천 및 대종사 법계 특별전형 동의 등 각종 인사안건을 원만히 처리하며 종단 운영에 힘을 보탰다. 총무원을 비롯한 종무기관의 행정을 꼼꼼히 점검하고 조력하는데도 정성을 쏟았다.

흔히 소임을 마무리할 때 소감으로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스님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부처님 그늘에 들어와 오랫동안 부처님을 시봉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이번엔 대중을 시봉하는 일을 한 셈이죠. 이것 또한 불은은 갚는 일이니 시원한 것도 섭섭한 것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소임을 맡느냐 맡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분명하게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범해스님은 종회의장으로서 올 가을 상월선원 자비순례 전체 일정을 대중과 함께 했다. 21일간 500km가 넘는 강행군에 무릎과 발목이 많이 상했지만, 순례를 멈추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10월27일 대장정을 마치고 봉은사로 들어서는 범해스님에게 약사사 신도들이 박수로 맞이하는 모습.
범해스님은 종회의장으로서 올 가을 상월선원 자비순례 전체 일정을 대중과 함께 했다. 21일간 500km가 넘는 강행군에 무릎과 발목이 많이 상했지만, 순례를 멈추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10월27일 대장정을 마치고 봉은사로 들어서는 범해스님에게 약사사 신도들이 박수로 맞이하는 모습.

범해스님은 의장 임기를 수행하며 누구보다도 한국불교 미래를 걱정했다. 그리고 직접 몸을 던져 솔선수범 나섰다. 대표적으로 최근 불교중흥 국난극복 상월선원 자비순례에 동참대중으로 참여한 것이다. 스님은 21일간 대구 동화사에서 서울 봉은사까지 500km가 넘는 강행군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했다. 한국불교와 종단 발전을 위한 원력을 몸소 보여줬다는 상징적 행보로 평가된다.

특히 스님은 자비순례 일정에 맞춰 종회의원 연수를 개최하며 불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냉철하게 되짚는 시간을 열기도 했다. 스님은 스스로도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한발 한발 내딛으며 우리 불교가 국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있고, 활발하게 살아있음을 보여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19와 함께 탈종교 현상으로 불교계에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도 한국불교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과 사부대중에게 완주하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코로나라는 아직 끝나지 않은 고통으로 여전히 상처받은 삶을 견디고 있는 국민 모두에게 부처님 정법이 위안과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스님은 무릎과 발목에 부상을 안고 있었지만, “출가 수행자라면 한번 마음 낸 일은 힘들어도 마무리 하겠다는 근기와 끈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강인한 모습을 엿보이기도 했다.
 

2년간 조계종 중앙종회 수장으로서 안정적으로 종회를 이끌었던 범해스님은 “모든 것은 동료 의원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 덕분”이라며 “이제 한 사람의 종도로서, 또 중앙종회의원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2년간 조계종 중앙종회 수장으로서 안정적으로 종회를 이끌었던 범해스님은 “모든 것은 동료 의원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 덕분”이라며 “이제 한 사람의 종도로서, 또 중앙종회의원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날 스님과 차 한 잔을 나누는 동안 의장 소임과 관련된 이야기는 많이 나누지 않았다. 그 안엔 혹여나 본인이 하는 말들이 후임 의장단에게 부담이 되진 않을까 하는 깊은 배려심이 담겨있었다.

대신 스님은 이제 한 사람의 종도로서, 또 중앙종회의원으로서 동료 의원 스님들이 맡은 바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이제 남은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스님은 겉으로 상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스님의 뜻을 존중해 이날만큼은 별도의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다.

체로금풍(體露金風). 가을 정취가 깊어질 무렵 자주 언급되는 고사다. 가을 찬바람에 잎이 다 떨어져 나무가 본래면목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범해스님이 2년간의 의장 소임을 마무리한 시점도 가을이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회향한 범해스님. 가을바람에 떨어졌던 낙엽은 다시 종단 발전의 밑거름으로 돌아간다.

[불교신문3629호/2020년11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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