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 탄신 500주년 대흥사 학술세미나서 강조

출가수행자로 ‘호법활동’ 조명 필요해
임란 참전은 ‘중생구제, 자비심, 방편’
1980년대 후 선행연구 없어 ‘아쉬움’

서산대사 탄신 5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제22교구 본사 주지 법상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휴정스님의 일대기는 호법활동과 호국활동으로 상징할 수 있다. 스님을 평가함에 있어 사문(沙門)으로서의 면모는 더욱 중시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향문스님(중앙종회의원)은 10월31일 제22교구본사 대흥사(주지 법상스님)가 개최한 ‘서산대사 탄신 50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발표 주제는 ‘청허 휴정 관련 연구의 현황과 과제’이다.

임진왜란 당시 의승병을 지휘한 청허휴정(淸虛休靜, 1520~1604) 스님이 호국의 이미지와 더불어 출가수행자로서 ‘호법활동’도 조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향문스님은 “스님의 호법활동은 수행, 저술, 교육 등의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전개되었다”면서 “임진왜란 시기 의승(義僧) 참전을 앞장서 이끌었던 공적이 뚜렷하지만 참전을 결행하고 승군을 통섭한 기간은 불과 2~3년 남짓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산대사(西山大師)로 널리 알려진 청허휴정 스님은 억불숭유의 조선시대에도 조정, 유림, 민중에게 추앙받은 고승이다. 이날 발표에서 향문스님은 서산대사의 생애, 저술, 사상, 법통, 의승, 호국 등의 측면에서 조명한 그동안의 연구현황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향문스님은 “휴정스님의 면모는 수행, 교육, 저술의 측면에서 조선불교 이전의 사상을 집성하여 조선후기의 선문종풍(禪門宗風)을 수립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불교 특성으로 인식되는 회통불교와 호국불교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스님이 간직하고 있는 사문상(沙門像)은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서산대사 탄신 500주년 기념학술대회에서 ‘청허 휴정 관련 연구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한 향문스님.

이날 향문스님은 세 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첫 번째는 서산대사의 행적, 저술,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선행 연구의 필요성이다. 향문스님은 “김영태 동국대 명예교수(1975년)와 천안 각원사 조실 법인스님(1983년) 이후 생애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없이 단편적인 내용과 요약에만 머물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두 번째 과제와 관련 “휴정스님에게는 임제법통(臨濟法統)서 찾아볼 수 없는 선교겸수(禪敎兼修) 원융수행(圓融修行)의 선풍이 있다”고 강조했다. 참선, 염불, 간경, 송주, 예경 등을 모두 수행의 방법으로 권장한 서산대사의 선풍과 영향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 과제는 “조선시대 의승군의 활동과 희생은 근왕(勤王)보다 승단의 존속이라는 대승적 명분의 결행이었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문스님은 “휴정스님의 참전 결행은 ‘중생구제’ ‘자비심’ ‘방편’ 등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것이 왜곡된 ‘호국불교’ 개념과 연계될 경우 조선시대 수많은 의승의 희생은 정당한 역사적 평가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향문스님 발표에 대해 김방룡 충남대 철학과 교수는 “그동안 중요성만큼이나 많이 이루어진 청허스님에 대한 연구물을 모두 섭렵하고 분석 정리하면서 과제까지 제시하는 방대한 작업을 시도한 논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논평을 했다.

이밖에도 이날 세미나에서는 △청허 휴정의 선풍과 그 계승(법상스님 한국정토학회장) △청허 휴정의 수행론(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청허 휴정의 호법, 호국활동과 역사적 가치(오경후 동국대 초빙교수) △청허 휴정의 업적과 불교사적 위상(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등의 연구결과가 선보였다.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이준엽 광주전남지사장 maha0703@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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