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보살의 삶’을 발원하자”
“코로나19 시대 ‘보살의 삶’을 발원하자”
  • 규봉스님 대전 고산사 주지
  • 승인 2020.11.05 09:09
  • 호수 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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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봉스님이 전하는 ‘코로나’ 극복 안심법문
규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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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중국은 코로나19를 이겼다고 공식 선언하는 행사를 거창하게 치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비롯해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러워했던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의 확진자도 연일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몇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국민도 이에 적극 협조해 확진자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강대국과 선진국보다 발 빠른 정부 조치와 공동체 의식이 높은 국민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불교계는 조계종을 중심으로 정부의 방역정책에 보조를 맞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를 비롯한 각종 기도와 행사를 중단 또는 축소하는 조치를 시행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는 인류의 삶과 지구촌 문명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극복과 관계없이, 인류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더욱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직면한 불자들은 모든 것은 항상 하지 않으니 그 어디에도 끄달리거나 집착하지 말라는 무상(無常)의 불교 가르침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부처님은 세상의 모든 일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의상관(相依相關)이라고 했다. 원인과 조건에 의해 결과가 생기고, 그 결과는 또 다시 원인이 되어 조건을 만나 결과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연기(緣起)에 의해 모든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그렇듯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역시 어느날 갑자기 우연히 일어난 일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19를 바라보는 불자들의 정견(正見)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감염병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교의 입장에서 볼 때 코로나19 발생의 근본 원인은 인간의 무지(無知)와 탐욕(貪慾)과 어리석음 때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편의성만을 앞세우고 현대과학과 물질문명의 노예가 된 인류가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깊이 빠져든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우리의 생활은 정지되고 말았다. 이전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가족과 친구들을 마음 편히 만나고, 사찰에서 자유롭게 기도하고 신행 활동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알게 됐다.

그러고 보면 앞만 보고 ‘나’만 위하며 욕심을 차려온 인류에게 코로나19는 역행보살(逆行菩薩)이 아닌가 싶다. 방역당국의 통계에 의하면 10월25일 현재 국내 확진자는 2만5836명, 사망자는 457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이상, 확진자와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공격하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부처님은 사바세계를 고해(苦海)라고 했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아니 지구가 생성된 이후 코로나19처럼 전 인류가 바이러스 감염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적은 없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 지구촌은 ‘코로나 고해’라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월11일 월정사와 불교신문사가 진행한 ‘2020 오대산 문화포럼’에서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앞에서 마스크를 쓴 채 유튜브를 촬영하며 정진한 대중 스님들.불교신문
10월11일 월정사와 불교신문사가 진행한 ‘2020 오대산 문화포럼’에서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앞에서 마스크를 쓴 채 유튜브를 촬영하며 정진한 대중 스님들. ⓒ불교신문

우리가 코로나19에 무릎을 꿇을 이유는 전혀 없다.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철저하게 위생을 지키면서 감염을 조심해야겠지만, 삶이 너무 위축돼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한 삶은 자칫 면역력을 떨어트려 감염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한 우리의 삶은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앞서 말한 대로 정부에서 제시하는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여 방역조치에 보조를 맞춰 감염병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불필요한 모임 자제 등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불자들의 자세도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요구된다. 방역수칙 준수와 더불어 불교적인 시각으로 코로나를 바라보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코로나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인류의 탐진치에서 비롯됐음을 명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무명(無明)에서 벗어나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고, 이후 또 다른 감염병의 발병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문명과 물질에 맹목적으로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을 냉철하고 지혜롭게 바라보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위해 불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수행’이다. 밖으로만 향하고 있는 시선을 안으로 돌려, 내면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참선, 간경, 염불, 절, 사경 등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을 잘 선택해 정진하기를 당부한다.

또한 ‘나’와 ‘인간’만 소중하다는 소아적인 생각에 머물지 말고 ‘남’과 ‘모든 존재’가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럴 때 이기주의, 물질주의, 탐욕주의, 금전주의에서 벗어나 인류와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코로나19를 이기는 길이다. 

요즘 같은 ‘코로나 난세’에 중국 당나라 도세(道世)스님이 펴낸 불교백과사전인 <법원주림(法苑珠林)>에 있는 이야기를 하나 전해주고 싶다. 호법보살(護法菩薩)로 존경받은 도세스님이 펴낸 <법원주림>에는 세상이 살기 어려울 때 불자들의 마음가짐과 역할을 안내하는 대목이 있다.

“보살은 흉년이 들 때에는 큰 물고기 등이 되어 그 살을 제공해 주어 일체 중생들을 다 배부를 수 있도록 해 주고, 혹 전염병(疫病)이 유행할 때에는 훌륭한 의사가 되어 모든 질병을 고쳐 주며, 혹 전쟁이 있을 때에는 큰 위력과 훌륭한 방편으로 전쟁을 그치게 하고, 혹 포악한 왕이 그릇된 다스림으로 백성들에게 벌을 주면 큰 원력으로 모든 백성들을 불쌍하게 여기며, 혹 삿된 견해를 일으키면 그 삿된 견해를 없애 주나니, 이것을 제재생(除災生)이라고 말한다.”

도세스님은 <법원주림>에서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는 훌륭한 의사가 되어 모든 질병을 고쳐주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보살의 삶이라는 가르침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코로나19에 맞서 치료하는 것은 보살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비의료인이 대부분인 국민과 불자들도 ‘나도 의사’라는 마음으로 방역에 협조하고,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부처님 가운데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약사여래(藥師如來)가 있다. 약사유리광여래(藥師瑠璃光如來),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고도 한다. 과거세에 약왕(藥王)이라는 이름의 보살로 수행하며 중생의 아픔과 슬픔을 소멸시키기 위한 12대원(大願)을 세우고 수행 정진했다. 우리 모두 ‘약사여래’이며 ‘의사’라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정진할 때 코로나19는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 

코로나19로 맞이한 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감염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스님과 불자들이 사찰, 가정, 직장 등 각자 머무는 자리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조속히 이겨낼 수 있도록 간절하게 기도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세연(世緣)을 달리한 분들의 극락왕생과 아직도 병상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의 빠른 쾌유를 부처님 전에 절 올리며 기원한다. 

[불교신문3625호/2020년10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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