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존재 무수히 증식되다 대량 삭제된다면?

보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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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 컴퓨터 개발의 그림자

양자 컴퓨터가 압도적 연산 능력을 보여준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여러 가지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라는 연산 단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보가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 상태(중첩)’에서 연산 처리된다. 다시 말해 2큐비트라면 00·01·10·11 이라는 정보가 중첩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원자보다 작은 물질이 동시에 파동과 입자 두 가지 성질을 가질 수도 있고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특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큐비트가 서로 얽혀져 있는 상태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외부온도의 미세한 변화나 소음, 진동만으로도 에너지가 새어나가서 오류 확률이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양자 컴퓨터를 유지하기 위해서 영하 273도 이하인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전자기파나 진동이 내부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는 급격한 온도변화를 막기 위해 한 번에 1분에서 10분 사이에서만 작동시킨다고 한다. 한 마디로 환경 설정 자체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운용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개발이 진행중인 양자 컴퓨터들은 범용 컴퓨터라고 할 수가 없다. 현재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개인용 컴퓨터가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그 용도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특정 용도만을 위해서 1000만 달러가 넘는 양자 컴퓨터의 한 대당 가격을 감당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 ‘무어의 법칙’을 넘어서다 

언제까지나 계속 반도체 기술은 발전할까? 지난 2016년 2월 <네이처>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는 더 이상 ‘무어의 법칙’에 부응하면서 혁신과 개발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원래 ‘무어의 법칙’이란 18개월 정도의 일정 기간마다 반도체의 집적도 즉 메모리의 용량이나 중앙연산처리 장치(CPU)의 속도가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을 말한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사의 공동 창립자였던 고든 무어가 선언한 것인데 그 이름을 따온 것이다. 

다시 말해, 가격은 그대로인 상태이면서 지금까지 18개월을 주기로 컴퓨터의 성능을 2배로 향상되어 왔다. 한동안 이 법칙은 신기할 정도로 잘 들어맞았고, 업계에서 또한 이 법칙을 기준으로 기술개발을 서두르기도 했다. 

최초의 IBM의 컴퓨터가 출시될 때만 해도, 메모리 용량이 64킬로바이트에 불과했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메모리 용량이 증가했지만, 문제는 고밀도의 집적 상태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요즘 시판되는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에 비트 하나를 저장하려면 메모리의 크기가 원자 하나의 크기에 이르고, 이것보다 더 작아지면 나노 수준으로 되는데 이때 양자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 경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고전 컴퓨터의 메모리는 감당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체기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양자 컴퓨터의 개발이다. 실례로 지난해, IBM은 ‘IBM Q 시스템 원(IBM Q System One)’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것은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적으로 한 20큐비트 프로세서의 양자컴퓨팅 시스템인데, 최초의 범용 양자 컴퓨터이다. 
 

양자 컴퓨터가 새삼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딥러닝을 통한 인공지능의 비약적 성능향상에 있다. 일단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한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를 계속해서 학습할 수 있다면 문제는 속도가 된다. 지금보다도 더 빨리, 더 많이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이야기 이다. 결국 앞으로 4차 산업혁명 또는 그 미래의 디지털 세상은 양자 컴퓨터의 개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출처=www.shutterstock.com
양자 컴퓨터가 새삼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딥러닝을 통한 인공지능의 비약적 성능향상에 있다. 일단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한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를 계속해서 학습할 수 있다면 문제는 속도가 된다. 지금보다도 더 빨리, 더 많이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이야기 이다. 결국 앞으로 4차 산업혁명 또는 그 미래의 디지털 세상은 양자 컴퓨터의 개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출처=www.shutterstock.com

➲ 지능 폭발의 뇌관, 양자 컴퓨터

양자 컴퓨터의 막강한 연산 능력과 속도가 딥러닝이 결합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선 양자 컴퓨터를 통해 인공지능에 필요한 수천억 개의 데이터 처리를 통해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양자 컴퓨터의 압도적 연산 능력을 활용한다면, 인간의 뇌 활동을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여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기술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의 생각뿐만 아니라 과거의 모든 생각과 경험을 낱낱이 저장하고 이것을 실행하도록 하는 알고리즘이 있어서 온라인에서 활동하게 되는 경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미 영화 ‘공각기동대’나 ‘트렌센더스’에서는 이런 상상에 기반하고 있다. 만약에 극한의 지적 능력과 자각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 등장하게 된다면, 그러한 존재는 이미 신의 영역까지 도전하는 셈이 될 것이다. 

달리 말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새로운 존재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미 각국은 이런 상상을 자극할 만한 연구를 이미 진행중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2013년부터,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10년 동안 뇌의 모든 신경세포의 지도를 완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공표했다. 이에 질세라 유럽 연합(EU)에서도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를 통해 인간 두뇌의 완전한 시뮬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연구들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하냐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과거 ‘인간 게놈 프로젝트’도 착수 당시에도 회의적 시각이 우세했다. 만약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발달이 없었다면, 지금까지도 수천억 개의 뇌세포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슈퍼컴퓨터가 중간에 개발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을 사업이었다. 막강한 컴퓨팅 능력은 이전에 복잡하고 방대해서 손댈 수 없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만약 양자 컴퓨터가 딥러닝과 결합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아마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맥스 테그마크가 그의 책 <Life 3.0>에서 말하는 ‘지능 폭발’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양자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갖춘 딥러닝 시스템은 당장에 복잡한 인간 두뇌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다 데이터화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두뇌 속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내 가족부터 학교,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서의 경험뿐만 아니라 살면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고, 생각했던 모든 정보가 다 저장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인간은 새로운 것은 창조하기까지 한다. 

실제로 인간은 인체를 구성하는 100조 개의 세포 중에서 두뇌 속에는 대략 1조 개의 세포가 들어있다. 그 1조 개의 세포 중 10%에 해당하는 약 1000억 개 정도가 넘는 두뇌 신경세포(뉴런)가 있고, 각 신경 세포들은 평균 만 여개 이상의 시냅스를 가진다. 컴퓨터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인간은 100조 개 가량의 연산 장치가 구동되는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방대한 인간 개체의 두뇌 속에 들어있는 정보를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인터넷과 연결되게 한다면 그 존재는 어떤 존재일까. 디지털화된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는 사라지고, 인간의 모든 것은 복사하고 붙이기(Copy&Paste)가 가능해진다. 인터넷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무수히 증식할 수도 있고, 순식간에 대량으로 삭제될 수도 있다.

또한 ‘나’라는 개체의 경계가 사라지고 낱낱의 의식들이 따로 복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존재에게 생로병사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된다. 적어도 육신으로 인한 고통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필요하다면 줄기세포를 통해 배양된 육체를 선택하고 여기저기 의식을 옮겨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의 ‘나’는 진정 나일까. 죽음이 없어진 세상에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심지어 영생을 꿈꾸는 인간들은 어쩌면 기꺼이 프로그램 속으로 자신을 던져 넣을지도 모른다. 양자 컴퓨터로 인해 상상해 본 적도 없고 어쩌면 상상할 필요도 없었을 질문들이 떠오른다. 미래에 정말 ‘지능 폭발’이 실현된다면 그 뇌관은 바로 양자 컴퓨터일 것이다. 

➲ 특이점 그 이후, 초월의 시대

과거 폰 노이만은 ‘특이점(singularity)’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현재 인류의 기술은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특정한 시점 이후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환될 것인데, 바로 그때가 ’특이점‘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레이 커즈와일의 책 <특이점이 온다>를 통해 널리 알려진 개념이기도 하다. 특이점에 대해서는 미래 학자들마다 조금씩 견해 차이는 있지만, 2045년 전후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우세하다. 분명 특이점이 언제라고 바로 선언한다고 해도 그것은 예측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양자 컴퓨터의 개발과정을 보고 있으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수준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는 단순히 특이점이 문제가 아니라 ‘초월’이 문제가 될 지도 모른다. 

양자 컴퓨터와 딥러닝이 결합하여 생로병사를 초월하고, ‘스타트랙’에서처럼 공간을 초월해서 이동하는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특이점을 주목하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이 시기를 ‘초월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된 세상을 상상해보자.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았던 현상들이 실제로 벌어질 것이다. 소위 말하는 ‘빅 브라더’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 주인이 인간 권력자가 아닌 인공지능일 것이라는 점이 다르겠지만 말이다.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생산되는 모든 데이터를 빨아들이고 분석하고 분류하는 초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될까. 그저 인공지능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하나로 전락한 삶을 살게 될 것인가, 아니면 ‘터미네이터’의 저항군처럼 맞서 싸우게 될 것인가. 

사실 이 양자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통해 비약적 성능향상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일단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한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를 계속 학습할 수 있다면 문제는 속도가 된다. 지금보다도 빨리 더 많이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 또는 그 미래의 디지털 세상은 양자 컴퓨터의 개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불교신문3625호/2020년10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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