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내 맘속에 깃들어 있는 아픔일랑은 지워버리렵니다. 강물이 흘러가듯 흘려보내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입은 상처로 인한 아픔들을 훌훌 털어버리렵니다. 그리고 나로 인하여 아픈 마음을 갖게 된 모든 사람들의 상처도 말끔히 씻겨나가도록 내가 노력하고 그들을 위해 열심히,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저들도 나처럼 아픔을 씻어내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하렵니다. 내 기도가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내 정성이 지극하면 지극할수록 나의 기원이 저들에게 전해지리라 굳게 믿고 그리 하렵니다.
이젠 거름 무더기 들쑤시듯 묵은 아픔을 헤집지 않으렵니다. 헤집고 들쑤시면 들쑤실수록 더 어지러지고 산란해지기만 할테니까요.
지녀야 할 마음, 계속 갖고 있어야 할 마음도 정말 많고 많은데 버려야 할 마음, 씻어내야 할 마음을 챙길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힘이 든다는 건 압니다. 쉽게 지워지지 않지요. 내가 내 마음을 지우기도 어려운데 저들이 내게 대한 저들 마음을 지우기는 더더욱 어렵겠지요. 그러나 빌고 또 빌고 지우시라고, 흘려보내시라고 간절히 빌 것입니다. 제발 훌훌 털어주십사 하고 두 손 모아 기도하렵니다.
내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모두 내 탓입니다. 어리석고 욕심 많은 까닭에서 생긴 것이니 그 모두 내 탓입니다. 남의 마음 아프게 한 것 또한 내 탓임을 일러 무엇 하겠습니까.
지우렵니다. 흘러 보내렵니다. 지우십시오. 흘려 보내주십시오. 그래야 마음이 가볍지 않겠습니까. 아픈 마음 지니고 있으면 무겁습니다. 우울해집니다. 들쑤실수록 더 아파집니다.
마음을 가볍게 만들려 합니다. 그래야 맑고 밝은 기운이 들어올 게 아닙니까. 세상에 태어나서 베풀며 산 것보다 빚지고 산 세월이 더 많다는 걸 느낍니다. 빚은 갚아야지 않습니까. 그 빚을 진 채 저승에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에서 배웁니다. 흘러가는 걸 배웁니다. 흘려보내는 것 또한 더 배우려 합니다.
[불교신문3624호/2020년10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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