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허스님
원허스님

청량한 기운이 가득한 가을의 중턱입니다.
가을 산은 저마다 특색을 가지며 단풍물이 곱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오대산에서 주석하셨던 한암스님께서는
어느 날 아침밥을 지으려고 아궁이에 불을 붙이다가 
한순간에 깨닫고 이런 오도송을 남기셨습니다.

“부엌에서 불 붙이다 홀연히 눈 밝으니
이때부터 옛길이 인연을 따라 분명하네
나를 보고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묻는다면
‘바위 밑 우물 소리 젖는 일 없다’ 하리라.”

깨달음은 한순간입니다.
평범하게 하루 하루를 살다가 창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마음이 평안해지는 노래를 듣고도 갑자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깨달음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속 깊은 부정적인 생각들은 버리고
좋은 생각과 모든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에서 깨달음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햇살, 하늘, 바람, 모든 것이 아름다운 가을날.
나날이 다 좋은 날입니다. 

[불교신문3624호/2020년10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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