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머지않아
반드시 극복되는 만큼
무너지지 않고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현재를 극복하고 미래를 이루어가는
묵묵함이 절실한 때이다
이 에너지를
가을의 산사에서 충전할 수 있다
산사를 찾아 모든 짐을 벗고
행복한 부처님의 가피 속에서
자유를 얻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현재를 돌파할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자현스님
자현스님

여름의 끝자락인 듯싶던 날씨가 어느덧 스산함을 넘어 완연한 추색(秋色)을 띈다. 산수가 으뜸인 강원도는 일찍부터 산 빛을 곱게 물들이며, 찬 빛의 타오르는 붉은 기상을 마음껏 토해내고 있다.

단풍은 곱디고와 이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의 향연 속에 일렁이는 변화가 있어 기품 있게 멋스러운 법이다. 도심 속에 지친 이들을 치유하는 것은, 때론 자연에 던져지는 일탈의 방일함은 아닐는지?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에 무거운 족쇄를 씌웠다. 재택근무와 타인을 위해서라도 운신을 자제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이제는 갑갑함에 따른 스트레스가 상당하게 됐다. 코로나 현실에 따른 우울감(blue)으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니,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이 코로나 블루의 해법이 바로 가을빛에 화려하게 물든 산사에 있다. 자연만큼 우리네를 정성껏 섬세하게 치료해 주는 마술사도 없다. 가을 산사의 맑고 청량한 기운 속에 녹아 있는 피톤치드와 부드러운 산세를 타고 흐르는 비단처럼 화려한 추색의 단풍은 그 자체로 보는 이를 힐링케 한다. 참배에 더해 산길을 걷고 자연 속에서 하나 된다면, 내면의 답답함과 우울은 어느덧 가을바람의 시원함에 날려갈 것이다.

코로나가 없을 때의 가을 산은 삼삼오오 즐거운 수다로 흥겨웠다. 그러나 이제는 말을 아끼고 생각을 북돋우며 내면을 관조하는 산행이 돼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산사의 참배는 매우 맞춤하다.

산사에는 천년의 고즈넉한 운치 속에 잠긴 부처님이 계신다. 부처님께 간절히 기원하고, 스님네의 정성이 깃든 천년의 숲에 자신을 내맡기면, 도시인은 그대로 자연이 되며 탈속(脫俗)이 된다.

가을 산사에는 많은 축제가 펼쳐지곤 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왁자지껄한 군중 속의 축제가 아닌, 시대를 읽는 포럼이나 불교문화의 전시 등 다양한 비대면의 축제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이를 ‘사색의 축제’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의미에서 궁극의 축제는 내적인 성찰이 동반되는 사색의 축제가 아닐까!

도시는 늘상 시끄럽게 마련이다. 그 시끄러움 속에서도 더욱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삶의 무게가 도시에는 항존한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 속 산사 축제는 더욱 의미가 깊다. 그곳에는 대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깊은 사색의 낭만이 어려 있기 때문이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난다’는 말처럼, 코로나에 의해 강제로 주어진 비대면 구조에서 우리 모두 사유의 힘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그곳이 가을빛이 고운 산사라면, 그야말로 최고의 행선지가 아닐는지!

산사의 숲을 걷다 보면, 다람쥐의 겨울 준비가 한창임을 볼 수 있다. 아직 오지 않았으나 반드시 다가올 겨울을 위해, 다람쥐는 힘찬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는 머지않아 반드시 극복된다. 이런 점에서 무너지지 않고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현재를 극복하고 미래를 이루어가는 묵묵함이 절실한 때이다. 이 에너지를 가을의 산사에서 충전할 수 있다. 산사를 찾아 모든 짐을 벗고 행복한 부처님의 가피 속에서 자유를 얻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현재를 돌파할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불교신문3623호/2020년10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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