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자자 현장

부처님 뜻에 따라 차별 없이
평등공동체 실현한 자비순례

미래불교는 사부대중이 함께
차별 없는 불교 만들어 가야

일생에 다시 없을 정진 경험
돌아가서도 뜻 잊지 않을 것

결사 가능하게 도와준 봉사자
시주자들 모두에 깊이 감사해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단은 회향을 하루 앞둔 10월26일 서울 봉은사 보우당에서 자자 시간을 가졌다. 이날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은 “상월선원 만행결사에서 우리가 보여준 공동체가 한국불교를 일으키는 데 원동력이 되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김형주 기자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단은 회향을 하루 앞둔 10월26일 서울 봉은사 보우당에서 자자 시간을 가졌다. 이날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은 “상월선원 만행결사에서 우리가 보여준 공동체가 한국불교를 일으키는 데 원동력이 되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회향을 하루 앞둔 10월26일 서울 봉은사 보우당에서 참가 대중이 모여 자자 시간을 가졌다.

10월7일 대구 동화사를 출발해 구미 문경 괴산 충주 남양주 양평을 거쳐 서울 봉은사까지 21일 모든 여정을 완주한 69명 사부대중과 주말 순례에 동참했던 대중까지 모여 소회를 나눴다. 511km에 달하는 장도를 걸어온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는 마음을 모아 미래불교는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불교로 만들어가자고 서원했다.

이날 4시간가량 이어진 자자에서 스님과 불자들은 순례 기간 느꼈던 소회를 풀어냈다. 당초 만행결사를 시작하면서 원력을 낸 불교중흥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원했다.
 

호계원장 무상스님이 한국불교 중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형주 기자
호계원장 무상스님이 한국불교 중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호계원장 무상스님은 “한 발 한 발 내딛은 발자국이 우리 국민의 행복과 불자들에게 큰 기도가 된다면 이보다 더 한 수행은 없을 것”이라며 “여기 계신 스님과 사부대중이 변치 않고 정진하고 수행하고 기도한다면 신도 감소와 출가자 감소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힘을 갖고 있다”고 피력했다.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은 “만행결사 순례를 통해 다시 한번 불교중흥과 나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마음을 내게 돼 조그마한 선행을 지었다고 생각한다”며 “자비순례 보시만행으로 모든 생명에게, 국민에게 안락과 이익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은 자비순례 보시만행으로 모든 생명에게, 국민에게 안락과 이익이 되길 기원했다.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은 자비순례 보시만행으로 모든 생명에게, 국민에게 안락과 이익이 되길 기원했다.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은 “한 방울의 작은 빗물이 냇물을 이루고 강을 이루고 마침내 큰 바다를 이룬다”며 “우리의 작은 보폭이 511km라는 만행결사의 뜻을 만들었다. 불교중흥의 작은 내가 강을 이루고 산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회주 스님 한 사람의 원력이 불교중흥의 원력의 기틀을 출발시켰고, 아홉 스님을 만들었고 지금 80여 명을 참여시켰다”며 “만행결사를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진행팀과 함께 순례코스를 답사하고 길을 안내했던 대구 보현사 주지 지우스님(중앙종회의원)은 “안전한 순례길이 되기를 최상의 화두로 삼아 대중을 호위하겠다는 일념으로 정진했다”며 “동적인 활동에서 정을 찾는 만행결사처럼 사부대중이 동고동락하는 길을 많이 만들어 활발발하 전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혜광사 부주지 대우스님도 “동화사에서 첫발을 내딛었던 마음을 잊지 않고 불교중흥을 위해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원했다.

유승스님은 “20일 걸으며 깨달은 것은 힘든 오르막을 회피하면 내리막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라며 “자비순례를 통해 뿌려진 불교중흥의 씨앗이 잘 발아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산 다보사 도선스님은 “만행결사는 이 시대에 필요한 수행의 종합세트로 코로나로 정적인 상태에 동과 정이 공존하면서 역동과 화합을 일으켰고 내면의 자기 수행을 하게 했고, 환희를 이끌었다”며 “개인 한 걸음 한 걸음으로 걸었지만, 전체 순례단의 염원을 이룬 결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주윤식 중앙신도회장은 “순례 이틀째 되는 날, 여명과 함께 시작한 스님들 행렬을 보는 순간 제게는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처절한 아우성으로 들렸다”며 “불교중흥 또한 사부대중의 몫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사부대중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 자리에서 본래 역할을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제 자리에서 스스로를 좀 더 갈고 닦고 본분을 다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불자가 되겠다”고 서원했다.
 

7조 조장을 맡은 정충래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가 발언하는 모습. 김형주 기자
7조 조장을 맡은 정충래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가 발언하는 모습. 

윤재웅 동국대 교수는 “구미를 지날 무렵에 쉼터에 쉬는 데 연세가 지긋한 노보살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달려와서 스님들과 대중들에게 합장 인사를 했고, 이화령을 넘어올 때 환하게 웃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불자들, 봉은사 앞에 서서 연호하는 불자들 가운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며 “불자들을 감동시키는 정진불사가 한국불교 중흥에 초석이 되리라는 확신을 얻었다. 신심 원력 수행이 하나 되는 불교가 한국불교 중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상월선원이 점이었다면 만행결사는 선이었고 점에서 시작해 선과 면으로 확장되는 과정으로 대중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며 “제 전공에 따라 평화 결사에 제 역할을 다하고 싶다. 봉은사에서 출발해 금강산 묘향산 칠보산을 거쳐 백두산까지 올라갔으면 하는 염원이 있다”고 밝혔다.

순례 대중을 위해 신심을 다해 공양해준 불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양주 묘적사 주지 환풍스님(중앙종회의원)은 “허리가 너무 아파 바로 눕지 못하면서 새우잠을 잤고, 나을 때쯤 발목이 아팠다. 그럼에도 회주 스님과 대중이 격려해줘서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라며 “ 순례 대중을 보고 달려와 음료수를 선물해준 어르신을 보고 중 노릇 하면서 느끼고 보지 못한 경험으로 감사하고 고마웠다. 가장 보람된 축원이 지난 만행결사에서 한 축원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인사했다.

전 중앙종회의원 설도스님은 “여러 대중이 한 자리에 한 느낌을 어디 가도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여러 지역을 거쳐오면서 교구 스님과 신도들 공양물 베푸는 마음을 느끼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511km를 걸으며 지난 시간을 참회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자 발원하는 사부대중도 있었다. 전 무암사 주지 현해스님은 “낙동강 새벽 바람에 가사를 입고 걷는 순례자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27년 절에 살면서 바깥을 걸어본 적이 별로 없는데, 가사를 수하고 산하를 걸으면서 부처님 법이 설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며 “우리 순례자 모습에서 어려운 여건에서 전법했던 선배 스님들 노고를 볼 수 있었다. 저 역시 나눠줄 수 있는 수행자가 되겠다”고 서원했다.

운수암 탄학스님은 “길 위에서 먹고 자면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작은 것에 만족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암 투병 중임에도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회향이라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은 불자도 있었다. 최용수 불자는 “스틱 소리를 송주목탁 소리로 생각해 그 소리에 맞춰 염불하며 걸었다”며 “걸으면 누우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걸으러 왔다. 제 발걸음 하나하나에 부처님 가피를 느꼈다. 뒤에서 밀어주고 의료진이 상처를 치료해준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모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심규희 불자는 “만행결사를 함께 하며 불제자로서 자비행과 보시행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순례단을 지원하기 위해 뛰어다는 봉사자들과 취재진 등을 보며 모든 사람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느끼고, 저 또한 제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갈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10월25일 서울 봉은사 보우당에서 자자를 하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대중.
10월25일 서울 봉은사 보우당에서 자자를 하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대중.

20대 청년들에게도 만행결사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윤정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과 김정도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움직이는 불교, 찾아가는 불교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윤정은 회장은 “청년 불자도 무언가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로 출발했는데, 부족했지만 조금이나마 그 마음을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며 “대학생 불자를 대표해 앞으로도 불교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김정도 회장도 “동국발전과 불교중흥을 염원하며 걷는 순간순간이 영광스러웠다”며 “학교에서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맡아 다양한 일을 하며 봉사하고 있는데 ‘나는 불교중흥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게 됐다. 앞으로도 10년, 20년, 30년을 내다보며 활기찬 불교, 미래 불교를 깊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청년 불자가 되고 싶다”고 서원했다.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기도 했다. “살면서 불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 없다”는 이재완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 총무도 “만행결사를 하면서 집 주변에 어떤 사찰이 있나 생각하고, 청년 불자들은 무엇을 하나 궁금해하면서 불교를 향해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며 자신이 바뀌고 있음을 솔직히 전했다.

정해림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는 자비순례가 자신의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사람인데 마무리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서 저도 모르게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주변 환경 탓하지 않으면, 언젠가 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경북대 재학 중인 백준엽 씨는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해내는 과정에서 지난 20년간 저를 둘러싸고 있던 세계의 벽 일부가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지난 20일간 스님과 함께 걸었던 부처님의 길이 금생의 지도위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길 중에서도 가장 걸어가고픈 길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와 의지, 용기를 전해주신 회주 스님에게 가슴 깊이 감사와 찬탄을 올린다”고 인사했다.

일생에 다시 없을 특별한 경험을 마련해 준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에 대한 감사인사도 이어졌다. 강화 정수사 주지 도림스님(중앙종회의원)은 “이번 만행결사는 부처님께서 아픈 중생을 위해 인도 저녁을 다녔던 정신을 기리고, 국난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가지고 거행되는 만큼 국민들이 위로를 받고 긍정의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21일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때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회주 스님이 세심히 보살펴줘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지칠 때마다 개인보다는 다른 대중을 우선 챙기고 헤아리는 사부대중의 마음 덕분에 회향할 수 있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단이 자자하는 모습.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단이 자자하는 모습.

지원단을 맡은 박기련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사무처장은 “며칠 전 천막결사와 만행결사 외호대중으로 동참했는데 어떤 게 힘드냐고 물었는데 솔직히 지난겨울 천막결사가 훨씬 힘들었다”며 “천막결사와 만행결사의 큰 차이점은 회주 스님을 직접 만나서 뜻을 물을 수 있냐 없냐의 문제다. 돌발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깜깜했는데, 지금은 회주 스님이 있어 큰 의지가 됐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사부대중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메모하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 사진=김형주 기자
사부대중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메모하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 

자비순례 동참 대중의 이야기를 경청한 회주 자승스님은 “21일 동안 사부대중과 함께하면서 얻은 지혜와 경험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도움이 되길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이어 불교중흥 국난극복을 위한 자비순례를 통해 스님과 불자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설했다.

스님은 부처님 탄생게인 ‘천상천하 유아독존’과 ‘두두물물이 개유불성이다’ 하는 가르침,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만행결사 내내 실천했던 평등의 가르침을 역설했다. 스님은 부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차별을 둬서는 안 되다고 말씀하셨고, 헌법에도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영역에서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은 차별이 없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며 “만행결사 내내 사부대중이 차별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급해도 사부대중이 똑같이 화장실에서 줄을 섰고, 배가 고파도 오는 순서대로 줄을 서서 공양을 받았다. 똑같은 텐트에서 자고 걸었다.

“부처님 뜻에 따라 차별 없이 만행결사를 했다”는 스님은 “앞으로 미래불교는 차별 없는 세상을 사부대중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단이 힘들고 어려울 때 사부대중이 지켜내야 하는데, 사부대중이 차별이 없을 때에 비로소 그 힘이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지금 한국불교가 처한 위기를 직시하며, 불교가 문화재로 박제돼 박물관에서나 만날 수 있을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지금 인도에 가면 부처님 성지 흔적만 있을 뿐 불교는 사라지고 없다”며 “사부대중이 방심하고 안일하게 있을 때 한국불교도 보물 등 문화재로 지정돼 남아있고 역사에서 사라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불교의 미래를 내다보고 불교중흥을 위해 사부대중이 차별 없이 함께 노력하자고 상월선원 만행결사가 이뤄졌다는 것을 인지해 달라”며 “우리가 보여준 공동체가 한국불교를 일으키는 데 원동력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리=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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