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스님.
혜총스님

코로나 19로 세계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이 아직은 요원한 상황에서 인류의 심신(心身)은 지쳐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 19의 재확산을 우려해 도시봉쇄 등의 정책을 실시하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정부의 방역조치에 국민이 협조하면서 비교적 잘 방어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 10월7일 팔공총림 동화사를 출발한 ‘국난 극복과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는 우리 시대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신심에서 비롯된 ‘결사(結社)’이다. 코로나 19로 위축된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고, 고구정녕(苦口丁寧)한 부처님 가르침의 꽃을 피워 장엄하겠다는 숭고한 원력을 실천하는 수행결사다.

동화사 약사여래대불 앞 광장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제 종정예하를 증명으로 엄수된 자비순례 입재식은 코로나 19에 기인한 국난을 극복하고 불교 전법의 등불을 밝히는 환희의 법석(法席)이었다.

입재식에 참석한 나는 “함께 걸으면 좋을 텐데”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대중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아쉬움을 접었다. 500km에 이르는 장도(長途)를 함께 걷지는 못하지만 10월27일 자비순례가 원만하게 회향될 때까지 마음으로 기도하며 함께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기도 정진을 하는 것은 불자의 근본 도리이다. 나아가 공동체가 지향하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모임을 불교에서는 결사(結社)라고 한다. 한국불교는 전래이후 중생을 고통의 바다에서 구하기 위해 다양한 결사를 실천한 전통이 있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정혜결사(定慧結社)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무신정권의 혼란기에 불교의 세속화를 반성하고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정혜쌍수(定慧雙修)’로 정토(淨土) 구현을 발원했다.

근대에 들어서도 한국불교는 결사를 계기로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했다. 앞서 밝힌 보조국사의 정혜결사 정신을 계승하여 1938년 도봉산 망월사에서 용성, 자운 스님 등이 일제강점기 희미해지는 법의 등불을 지키기 위해 수행하며 결사를 했다.

해방 후인 1947년에는 희양산 봉암사에서 자운, 청담, 향곡, 성철, 월산, 보문, 종수, 보경, 혜암, 법전, 보안, 일타, 도우, 의현, 지관, 묘엄 스님 등 선지식이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원력으로 ‘결사’를 발원했다. 비록 한국전쟁으로 중도에 멈추었지만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수행가풍을 진작한 의미 깊은 결사였다.

2007년 10월 봉암사에서 당시 법전 종정예하와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 1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대법회’를 봉행한 것도 한국불교와 맥을 같이하는 ‘결사정신’을 구현한 것이다. 나라와 교단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결사의 기치를 높이 올려 극복한 아름다운 전통을 한국불교는 갖고 있다.

아름다운 국토를 수놓으며 1200리(里) 넘게 이어지는 ‘국난 극복과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도 지금 우리 시대 국민과 불자에게 등불을 밝히는 결사임에 틀림없다. 무명(無明)으로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길을 안내해 코로나 19 극복은 물론 절망 대신 희망을 전하고 바른 삶의 나침반을 제시해주리라 믿는다.

이번 자비순례가 오탁(五濁)으로 물든 세상을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맑히는 ‘긍정적 파장’을 일으키려면 100여 명의 순례단은 물론 직접 동참하지 못한 불자와 국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을 비롯한 자비순례단원들과 합심하여 ‘국난극복’ ‘불교중흥’의 원력을 실현하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탤 것을 제안한다.

불자에게는 자긍심을, 국민에게는 환희심을 주고 있는 ‘국난 극복과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가 원만하게 회향하기를 정성을 다해 부처님 전에 기도 올린다. 또한 동참 대중 모두 완주하여 10월27일 봉은사에서 건강하게 자비순례를 회향하길 기원한다.

[불교신문3624호/2020년10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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