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천리길’
"서로 밀고 끌어주며 천리 걷는 동안 사부대중 도반돼"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7조 조장 소임을 맡은 정충래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 김형주 기자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7조 조장 소임을 맡은 정충래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우바새 대표인 정충래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는 만행결사 자비순례에 동참하면서 개인적으로는 탐진치 삼독심 중 진심을 버리자는 원력을 세웠다고 한다.

“정진하는 21일 동안은 성내고 짜증 내고 화내는 일만큼은 하지 말고 사부대중과 살아보자고 마음을 먹고 왔다”며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스스로에게 짜증 내지 않고, 대중에게 화내지 않은 채 순례를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21일간 511km를 걸어야 하는 여정은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 찬 바닥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다 보면 일찍 찾아온 추위를 체감한다. 차가운 물에 손을 씻고 있으면, 수도꼭지만 돌리면 콸콸 나오던 따뜻한 물이 새삼 소중해진다. 정 이사에게도 고비는 1주일간 이어졌다.

“갈 길은 아득하고 발은 점점 아파왔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막막했다. 재가불자를 대표하고 있다는 책임감이 대오를 이탈할 수 없게 했다. 발가락에 잡힌 물집이 염증으로 번지면서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아팠다. 통증이 나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걸을수록 아팠지만 또 참고 걸었다. 그렇게 가다 보니 발도 감동했는지 어느 순간 염증이 사라지고 굳은 살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도반의 고마움도 느꼈다. 처음엔 서먹서먹하고 어색했지만 상처를 걱정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점점 가까워졌다. 끌어주고 밀어주고 걸어온 길이 1000리를 넘어서면서 이제는 둘도 없는 도반이 됐다.”

순례 내내 정충래 이사는 삼라만상 모든 인연이 자신을 걷게 해준다는 생각을 했다. 63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누구의 도움 없이 두 다리로 지금까지 460여 km를 걸으며, 길 위에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불자, 간식을 들고 찾아오는 불자들이 있어 힘을 얻었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도반이 있어 그 먼 거리를 걸어올 수 있었다. 앞에 선 도반이 나아가니 뒤를 따랐고, 뒤에서 따라오는 도반이 있어 힘들더라도 한발 뗄 수 있었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여정이었는데 모든 인연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고마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길을 걸으며 정 이사는 한국불교 현주소를 진지하게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두 차례 대중공사에서 한국불교가 처한 현실을 인식할 수 있었고, 자신이 동참하고 있는 상월결사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위기를 해결할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한 지금, 중앙신도회를 중심으로 한 신도조직과 함께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정 이사는 “해법을 찾아낼 때까지 스님과 불자들이 한마음으로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묵언 속에서 행선하며 길가에서 자라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났던 풍광들이 걸어서 보니 더 자세히 보였다고 한다. 그 순간마다 좋은 곳, 풍요로운 곳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동안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던 체중감량도 성공했다. 가져온 옷들이 모두 헐렁해졌다고 하니 인내하며 걸었던 시간의 고충을 짐작할 수 있다. 정 이사는 21일간의 만행결사가 새로운 불교 뿐만 아니라 새 삶을 도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산하 의정부 영석고등학교장서 정년 퇴임하고 2년은 초점 없이 지냈는데, 이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해서 또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한 번뿐인 내 삶을 풍요롭고 보람있게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 불보살님 가피가 항상 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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