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천리길’
“불교중흥, 부처님처럼 살려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순조롭게 순례 진행되도록
마음 모은 조원들에 감사
‘만행결사 아홉 비구니스님’
별칭 붙여준 회주 스님에 감사
일상에서 부처님처럼 살려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했으면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5조 조장을 맡은 전 총무원 재무부장 유승스님.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천막결사가 비구 아홉스님이었다면, 이번 만행결사는 비구니 아홉스님이다’라는 말씀을 회주 스님께서 해 주셨어요. 21일을 온전히 순례한 9명 비구니 스님을 위해 회주 스님이 붙여준 별칭이랍니다. 세납이나 법납은 차이가 있어도, 불교중흥이라는 원력을 가슴에 품고 대중들과 함께 하니 서로 뜻도 잘 맞았어요. 어렵고 불편한 환경에도 불평불만 하나 없이 조화롭게 일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마음 모아준 조원 스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불교중흥 국난극복이라는 순례의 길에 비구니 스님들로 구성된 5조 조장을 맡아 모범적인 순례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온 유승스님<사진>은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세상 가장 낮은 길 위에서 숙식하며 수 십 킬로에 달하는 거리를 매일 걷는 고난의 행군이었음에도 스님은 “마음으로 불편한 것들을 모두 다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와 모든 순간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동화사에서 시작한 순례가 점점 마지막으로 향해 갈수록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단다.

21일 이라는 긴 여정에서 스님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물질적으로)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유승스님은 “텐트 생활은 이제껏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움과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며 “집에서 편하게 생활할 때는 여름에는 더 시원하게 겨울에는 더 따뜻하게 지내려고 투자했다면, 여기선 작은 손난로 하나에도 큰 행복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하고 바라는 것이 많을수록 행복할 수 없겠다”는 사실이 크게 와 닿았다는 스님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모습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안 씻을 각오로 순례에 임했다는 스님은 “사람의 욕구는 조그마한 씨앗에서 시작하는데 생각을 일으키면 풍선처럼 커진다”며 “내 몸을 위해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준비가 가장 큰 준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을 순례하며 가을로 물들어 가는 산과 대지를 온 몸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점도 이번 순례의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았다. 유승스님은 “두 발로 걸으며 우리 강산의 속 살을 온전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차를 타고 다녔을 때는 전혀 할 수 없었던 경험”이라며 “충청도와 경상도 접경지역인 이화령을 넘어갔을 때와 충청도를 지나 경기도를 지나가면서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라는 말을 절로 실감했다”고 말했다.

순례는 이제 막을 내리지만, 사부대중과 힘 모아 한국불교를 발원하는 여정을 이어갈 것도 강조했다.

유승스님은 “불교중흥이라는 소중한 씨앗이 발화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중들의 참여가 이어져야 하는데, 이것을 너무 거창하게 포장하다보면 과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며 주저하게 된다”며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면 된다. 오늘 하루는 내 생활과 삶 자체를 부처님 가르침대로 바꿔보겠다고 마음먹는다던지, 이전엔 외면해 왔던 대중들을 위한 자비보살행에 앞장선다던지 등 이런 작은 것이 모이면 불교중흥을 이루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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