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천리길’
[인터뷰] 상월선원 만행결사 총도감 호산스님


자비순례 소식 듣고 온 불자
길에서 합장 인사하는 시민
한명 한명 모두 귀하고 감사
21일 순례는 끝이 아닌 시작
각자 소임으로 돌아간 후에도
신도들과 함께 정진 지속하길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총도감 호산스님. 김형주 기자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총도감 호산스님.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위한 자비순례 회향이 눈앞에 다가왔다. 10월7일 대구 동화사에서 입재식을 봉행할 때 만해도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스스로 반신반의하던 대중은 이제 자신감에 찬 발걸음으로 움직이는 불교를 실천하고 있다.

회향을 1주일 앞둔 10월21일 여주 금은모래캠핑장에서 총도감 호산스님을 만나, 상월결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동안거 때 상월선원 천막결사를 원만하게 성만하면서 한국불교 수행의 역사를 새롭게 쓴 주인공인 호산스님은 이번 만행결사에서 총도감 소임을 맡아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만행결사는 지난겨울 상월선원 천막결사로 인해 이뤄졌다. 당시 상월선원에는 정진하는 아홉 스님 외에 전국에서 스님과 불자들이 찾아왔다. 천막법당에서 기도하고, 공연도 하며 야단법석이 벌어지면서 불교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산중이 아닌 신도시 한복판에서 선을 찾고 또 흥겹게 신행활동 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만행결사 자비순례가 출발부터 사부대중 공동체임을 표방한 것은 이런 경험에서 비롯됐다. 물론 총도감으로서 호산스님은 부담이 컸다. “개성 강한 사부대중이 모이다 보니 처음엔 기대도 되고, 살림을 어떻게 살아야 되나 고민이 컸다”고 한다. 입재하고 3~4일이 고비였지만 잘 넘기고, 8km 오르막길을 올랐던 이화령 고개, 최장코스였던 35km를 걸으며 마지막 10km를 남기고 쉬지 않고 행선하며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됐다.

동참 대중 역시 마찬가지다.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가 함께 있다 보니 의견이 충동할 때도 있다. 또 일정이 거듭될수록 부상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부는 차량 이동을 하기도 하지만, 텐트 생활을 함께하며 회향일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호산스님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잡음이 생길 때도 있지만 그 또한 수행이다. 불교중흥의 핵심은 결국 화합 아니겠냐”며 “참가자 모두 만행결사 취지를 잘 알고 순례기간 남을 배려하고 보시하는 마음을 갖고, 청규를 잘 지키며 인욕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동안거 때 도심 복판 천막 안에서 자신을 가두고 정진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순간 감동을 받는다고 했다. “오늘 새벽 충주를 지나며 100년 된 샘말정미소를 지났다. 코로나 때문에 장소를 내주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정미소 사장이 스님들 잠깐 쉬어갈 수 있게 정미소에 자리를 깔아주고, 화장실도 깨끗이 청소해 놓았다. 또 스님들 공양하라며 막 도정한 쌀까지 보시해 정말 고마웠다.”

순례 기간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순례단이 머무는 곳마다 찾아와 지역 특산품을 공양하는 스님과 불자들부터 거리에서 스님과 불자들을 보며 합장 인사하는 시민들, 고행에 나선 스님과 불자들을 보며 눈물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스님들이 행선하는 모습을 본 마을주민이 음료수를 들고 찾아왔다. 스님들이 묵었던 캠핑장 사장이 다른 캠핑장을 찾아와 난로를 빌려주고, 언 몸을 녹이라며 장작불을 지펴주는 일도 있었다. 도감스님은 순례단에 들어온 많은 공양물을 숙영지 주변 이웃들에게 나눠주며 보시행도 실천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스님은 “부처님께서도 이렇게 수행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법을 전하기 위해 1250 아라한과 전도의 길을 나서면서 문제가 생기면 청규를 정하고, 대중을 이끌기 위해 소임자도 정했을 것이다. 또 많은 불자들이 공양을 청했던 걸 떠올리면 이런 느낌이었을 것 같다.”

호산스님은 이런 모습 하나하나가 걷기 순례의 희망이라고 했다. 작은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불교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수천 대중이 순례에 동참했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스님은 움직이는 불교, 역동적인 불교가 되기 위해 사부대중이 첫발을 뗀 만큼 앞으로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향이 곧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주지 등 각자 소임을 맡은 스님들이 자리로 돌아가 신도들과 함께 정진을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회향”이라는 스님은 21일 정진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행선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례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스님은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마음을 바로 세우고, 회향일까지 정진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순례대중은 물론 언론을 통해 자비순례를 지켜보고 응원해준 모든 분들의 힘으로 움직이는 불교,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불교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불교신문3624호/2020년10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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