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회·상월선원 자비순례단 대중공사 현장
‘한국불교, 어디를 걷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중앙종회와 자비순례단이 공동으로 연 대중공사. 김형주 기자 

출가자 감소와 탈종교화에 따른 종교인구 감소, 사찰 재정난 등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불교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는 10월22일 소노문 양평리조트에서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발원하는 자비순례단과 함께 ‘한국불교 어디를 걷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대주제로 대중공사를 개최했다.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우리 모두 출가자 고령화와 신도 감소, 재정 악화 등을 체감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해결해 나갈 종단적 지혜와 실천은 미약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상월선원 천막결사 무문관 정진이라는 중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고, 만행결사 자비순례로 이어지고 있다. 자비순례단과 함께하는 대중공사를 계기로 과감한 혁신의 내용과 문수지혜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중공사는 총무원과 교육원, 포교원 교역직 스님들로부터 한국불교의 전반적인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뒤, 종무 행정과 종단운영, 포교와 수행력을 두루 갖춘 종단의 지도자급 스님들로부터 이에 대한 진단과 향후 나아가야할 방향을 들어봤다.

브리핑은 총무원 기획실장 삼혜스님과 교육원 교육부장 서봉스님, 포교원 포교부장 정인스님이 맡아, 사찰재정 현황과 미래, 출가자 감소 추이와 현황, 종교인구 변화 추이와 불자 감소 현황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출가자는 매년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신도 수 또한 감소하고 있고, 그에 따른 재정 현황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신행활동이 위축되면서 관람료 수입 또한 격감해 사찰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다.

출가자 감소와 탈종교화에 따른 종교인구 감소, 사찰 재정난 이라는 화두에 대해 발표자 스님들도 그 심각성을 사부대중과 함께 공감하고, 심도 깊은 타개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 관심을 모았다.

총무부장 금곡스님

승려노후복지 문제 해결 위해
교구본사별 재정통합 도입 제안
조계종도라는 정체성 확립 필요

총무원 집행부를 대표해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총무부장 금곡스님은 무엇보다 종단의 승려공동체가 ‘초고령 사회’로 들어선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노후복지 문제 해결을 위해 교구본사별 부분 재정 통합 또는 재정공유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금곡스님은 교구 내 지역별 승려 주거복지 거점 사찰을 지정하고, 거점사찰에 부분재정통합 또는 교구승려복지분담금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주거복지 시설마련을 위한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가자 감소 문제에 대해서는, 인위적으로 출가자 수를 늘리는 것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조계종도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일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도 출가 포기자가 나오지 않도록 상설행자교육원을 통해 교육과정을 체계화하자는 의견을 냈다.

금곡스님은 이날 서울 흥천사 사례를 들어 불자와 일반을 대상으로 한 세부적인 포교전략을 수립하고, 사찰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스님들이 종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한국불교 발전을 위해 힘든 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500km에 달하는 구간을 걷고 있는 자승스님과 결사 대중들에게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며 “만행결사가 한국불교 커다란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종단 집행부도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다짐했다.

백년대계본부장 정념스님

시대적 요구 부응하는 불교 위해
한국불교 전통 경험 데이터화 해
미래시대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백년대계본부장 정념스님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불교는 그동안의 역사적 전통과 경험을 데이터화 해 미래불교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 실천적인 방법으로 중중 무진한 디지털 정보문명에 대한 해석도구로 ‘화엄사상’이 중요하게 요청 될 것이라는데 분명한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념스님은 이날 “한국사회는 앞으로 30년 후, 10년 후, 5년 후는 과연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그 속에서 불교는 대중들의 요구와 시대적인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모습을 어떻게 갖춰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종단이나 교구본사는 스스로 갖고 있는 역량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이를 모두 중앙에서 데이터화해 미래 혁신에 정확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 시대 비대면의 문화 속에서 불교는 어떻게 생존해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 수립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념스님은 “궁극적으로 명상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불교 정체성인 선종을 받치고 있는 <금강경>을 중심으로 한 경전들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 해, 수행내용과 체계를 다시 한 번 잘 정리해 이에 대한 역량을 잘 갖춘 출가자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원장 진우스님

출가자들 완전한 수행환경 보장위해
종단 재정공영화 등 특단 대책 필요
종합 멀티 포교센터 건립도 제안

교육원장 진우스님은 출가자 감소 문제와 고령화를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문제로 꼽고, 특단의 대책으로 주요 사찰들의 모든 수입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는 종단의 ‘재정공영화’를 제안했다. 점진적으로 확대해 전 사찰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출가자들의 완전한 수행환경을 보장하려면 지금 재원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고, 신도가 줄어들면 분담금 또한 줄거나 동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으로 제안한 내용이다. 이러한 재정시스템이 선순환 되어 스님들 복지가 완전하게 개선되면 출가자도 늘고, 종단도 위력적인 힘을 갖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교육원장 스님은 “천주교나 원불교 등은 규모나 역사적으로 우리와 비교도 될 수 없는 종단들이지만,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위협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며 “시스템 전환을 통해 변화를 갖게 된다면 충분히 힘 있는 종단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 뒤, 종합 멀티 포교센터를 곳곳에 건립하는 등 포교 활성화에도 획기적인 전환책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

종단 본사 위상·역할 재정립 필요
유형별 사찰 발전방안 수립해야
‘불교교리연구원’ 설립도 필요

해인총림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은 중앙종단과 교구본사의 위상과 역할 재정립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종단 체제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리 종단이 단일공동체인지, 교구별 공동체인지의 분기점에 놓였다”는 스님은 “중앙 종단과 교구본사의 질 적인 역할과 위상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구본사와 말사 등 사찰 유형별 발전방안 수립에 대한 내용도 제시했다. 현응스님은 “사찰 발전이 곧 종단 발전이므로, 도시사찰과 산중사찰, 전통사찰 등 다변화된 사찰에 대한 발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통사찰 보존법이나 문화재 보호법 등 국가 법령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검토를 통해 종단 입장을 잘 정리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처님 가르침의 사회 실현을 위해 ‘불교교리연구원(가칭)’ 설립도 제안했다. 생명윤리나 생태환경, 기후변화, 현대산업문명, 대규모 감염병 등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현응스님은 “이번 자비순례가 국난극복과 불교중흥이라는 구체적 주제를 잡은 것은 매우 뜻 깊다”며 “깊은 경의를 표하며, 종단과 불교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사부대중 공동체로의 전환’ 제시
법난 40주년 과거 되풀이 않으려면
불교 공동체 힘 결집 노력 필요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불교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사부대중 공동체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엄중한 상황에도 종단 상황 인식과 대응노력은 변화의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한 스님은 우선 코로나 위기 대처에 대한 통합 대응 매뉴얼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을 강남과 강북교구로 분리하고, 인천지역 교구를 신설하는 등 중앙종무기관의 전면적 조직 개편과 종책연구 기관의 통합 및 신설 등도 위기 극복 방안으로 내놨다. 승가 내부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승려복지제도의 전면적 확대와 종단만의 독자적 위의를 갖춘 가사와 장삼 등 의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냈다.

끝으로 스님은 군사정권에 의해 자행된 유례없는 불교탄압 사건인 10·27 법난의 의미와 교훈을 되새기고,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공동체의 힘을 결집하는 노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덕문스님은 “만행결사 회향일은 공교롭게도 10·27 법난 40주년이 되는 날이자, 회향 장소 또한 기념관 건립이 예정된 봉은사”라며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 하지 말라는 메시지이자, 사부대중의 원력과 동참으로 미래 불교를 열어가라는 요청”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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