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협, ‘제주 법정사 항일 유적지’ 참배

3.1 운동 5개월 앞서 펼쳐진
스님·불자 중심 항일무장투쟁
원행스님 “자랑스런 불교 역사
널리 알려지도록 노력해야” 강조

제주 법정사 항일투쟁에 참여한 이들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의열사(義烈祠) 영단에 헌화하는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의 모습.
제주 법정사 항일투쟁에 참여한 이들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의열사(義烈祠) 영단에 헌화하는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의 모습.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기 5개월 전. 제주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한 작은 사찰을 중심으로 대규모 항일민족운동이 이미 시작됐었다.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겨 고통받던 시기에 스님들과 불자들은 누구보다 앞장서 호국·대승불교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한국불교 대표 지도자들은 그 역사에 현장을 찾아 정성스럽게 예를 올리며 선대 스님들의 뜻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원행스님, 이하 종단협)는 10월22일 제주 법정사지 항일 유적지를 참배하며 순국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3.1운동과 달리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법정사 항일운동’은 1918년 10월7일 스님과 신도, 마을주민 등 700명이 제주 서귀포 법정사를 중심으로 모여 이틀간 일제에 무장 항거한 의거이다.

단순한 종교적인 운동이 아니라 일제의 경제적 침탈에 대한 제주도민의 강력한 투쟁이었다. 3.1운동 이전에 일어난 무장 투쟁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로써 제주 항일운동의 효시다. 1918년이 무오년이기 때문에 ‘무오 법정사 항일운동’이라 부르기도 한다.

제주 법정사 항일투쟁에 참여한 이들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의열사(義烈祠) 영단에 예를 올리고 있는 종단협 대표단의 모습.
제주 법정사 항일투쟁에 참여한 이들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의열사(義烈祠) 영단에 예를 올리고 있는 종단협 대표단의 모습.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겨 고통받던 시기에 누구보다 앞장서 호국불교를 실천한 법정사 항일투쟁 영가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겨 고통받던 시기에 누구보다 앞장서 호국불교를 실천한 법정사 항일투쟁 영가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특히 법정사 항일운동은 3.1운동보다 앞서 전개됐다는 점에서 민족 항일정신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기폭제로 평가받는다. 이와 같은 항일운동을 이끈 이들은 김연일스님(당시 법정사 주지)을 비롯해 강창규·방동화스님 등과 불자들이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불교계의 헌신이 알려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94년 향토사학자 김봉옥씨가 정부기록보존소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 공개했고, 같은 해 불교신문이 3·1절을 맞아 ‘무오년 제주 법정사 한일 무장봉기(3월3일자)’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처음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2003년 문화재적 가치가 높이 평가돼 제주도 기념물 제61-1호로 지정됐지만 정작 불교계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럼 점에서 이번 한국불교 대표 지도자들의 법정사 참배는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의열사(義烈祠)엔 법정사 항일투쟁으로 송치된 66명의 초상화 영정과 투쟁에 함께한 700여 명의 합동신위가 모셔져 있다.
의열사(義烈祠)엔 법정사 항일투쟁으로 송치된 66명의 초상화 영정과 투쟁에 함께한 700여 명의 합동신위가 모셔져 있다.
법정사 항일투쟁 영가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법정사 항일투쟁 영가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이날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을 비롯한 불교 지도자들은 법정사 항일운동에 참여해 송치된 66명의 초상화 영정과 투쟁에 함께한 700여 명의 합동신위를 모신 의열사(義烈祠)를 참배했다. 삼배의 예와 반야심경을 봉독하며 호국불교 정신을 되새겼다.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은 “우리 스님들이 가장 먼저 앞장서 항일운동을 펼친 자랑스러운 역사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안타깝다”며 “종교를 떠나 스님과 불자들이 실천한 의로운 행동을 널리 알려서 모든 국민과 후손들이 기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은 법정사 항일투쟁이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한 한금순 제주대학교 외래교수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전달식 이후 원행스님은 “한 교수는 신심 깊은 불심과 학자의 사명감으로 묻히고 사라질뻔한 우리 불교의 호국 정신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후학들이 관련 분야 연구에 매진해 더 많은 성과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 교수가 “법정사지 추정터 발굴조사와 법정사 복원 불사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부탁하자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은 “종단과 범불교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줄 것”을 약속해 눈길을 끌었다.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은 법정사 항일투쟁이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한 한금순 제주대학교 외래교수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은 법정사 항일투쟁이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한 한금순 제주대학교 외래교수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은 “종교를 떠나 스님과 불자들이 실천한 의로운 행동을 널리 알려서 모든 국민과 후손들이 기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은 “종교를 떠나 스님과 불자들이 실천한 의로운 행동을 널리 알려서 모든 국민과 후손들이 기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정사 항일 유적지 의열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법정사 항일 유적지 의열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법정사 참배를 마친 종단협 대표단은 일제 강점기 유적지 탐방을 진행했다. △일제가 중국 침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구축한 송악산 진지동굴 △제주도민의 땅을 뺏어 군용 비행장으로 사용한 알뜨르 비행장 등을 둘러보며 민족의 아픈 역사가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진력할 것을 다짐했다.

제주=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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