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승가대학 학장 대행 보일스님
10월21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최
‘코로나 이후 불교의 역할’ 강연회서 강조

지난 1월 설 연휴가 끝나갈 무렵, 이웃 나라에서 발생한 독감 정도로 여겼던 ‘코로나19’는 이제 세계적 대 유행병이 돼 버렸다. 우리의 목숨을 앗아갔고 크고 작은 일상을 바꿔놓았다. 마스크 착용은 당연한 의무가 됐으며 되도록 사람과 사람이 만나지 말아야 하는 게 상식이 돼 버렸다. 더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는 계절성 독감으로 정착해 인류와 공존하리라는 우울한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해인총림 해인사승가대학 학장 대행 보일스님이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개최한 강연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불교의 역할을 대해 강연하고 있다.
해인총림 해인사승가대학 학장 대행 보일스님이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개최한 강연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불교의 역할을 대해 강연하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불교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원행스님, 조계종 총무원장)가 10월21일 제주 롯데호텔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강연회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한 한국불교 대표 지도자들이 한 데 모인 이날 자리엔 해인총림 해인사승가대학 학장 대행 보일스님이 강연자로 나섰다.

보일스님은 동영상 등 다채로운 시청각 자료와 적절한 예시를 활용해 강연을 듣는 불교 지도자 스님들의 이해를 도왔다. 보일스님은 불교신문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50회 이상 연재 중이며, 불교의 미래와 역할을 조명하는 다수의 강연을 진행하는 등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엄청난 두 폭풍이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앞으로 우리 불교가 살아남기 위해선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보일스님은 이와 같이 강조하며 이날 강연을 시작했다.

먼저 보일스님은 4차 산업혁명의 정의부터 내렸다. “별개라고 여겨진 각각의 정보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모두 연결되고 지능화되는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고 설명한 스님은 “이런 상황에서 수첩 위 볼펜으로 쓴 기록들이 디지털로 정보화되거나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화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자료로서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고 힘줘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가운데)을 비롯한 한국불교 대표 지도자들이 한 데 모인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불교의 역할을 조명하는 강연이 열렸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가운데)을 비롯한 한국불교 대표 지도자들이 한 데 모인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불교의 역할을 조명하는 강연이 열렸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을 먼 미래에 활용될 기술 또는 선진국 일부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며 “‘비대면’을 중요시하는 코로나19가 함께 겹치면서 우리 삶 곁에 너무도 빨리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보일스님은 현 인류의 상황을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비유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라는 두 가지 상황이 충돌한 상황에서 변화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전 세계의 대혼란에 빠져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면서 이를 타개할 유일한 해결책으로 ‘데이터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보일스님은 일명 ‘K-방역’이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는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을 예로 들었다.

보일스님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코로나 확진 환자들의 정보와 여러 가지 변화의 추이를 데이터로 확보해 이를 전국적으로 공유하는 작업을 실시했다”며 “그 데이터를 질병관리청에서 잘 활용해 코로나 방역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느냐가 미래의 향배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불교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종단협이 주최한 강연회 현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불교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종단협이 주최한 강연회 현장.

보일스님은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불교 미래를 위한 제언도 이어갔다. 스님은 “포교와 수행, 법회, 신도 관리 등 모든 단위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범불교차원의 ‘통합 플랫폼’을 하루 빨리 구축해야 한다”며 “이는 각 종단의 종책 수립에도 살아있는 핵심 자료로 이용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빠르게 변화하느니라.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도록 하라”는 <대반열반경>의 구절을 인용한 보일스님은 “불교계가 먼저 세상이 원하는 변화에 발맞춰 앞장서길 발원한다”며 강연을 정리했다.

제주=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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