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아픔이 치유되길”…불교계 한 목소리로 발원
“제주의 아픔이 치유되길”…불교계 한 목소리로 발원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0.10.20 21:48
  • 호수 3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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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종단협, ‘제주 4·3 희생자 추모 위령재’ 봉행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10월20일 제주 4·3평화공원 위령탑 앞에서 희생자 추모 위령재를 봉행했다. 희생자 넋을 위로하기 위해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가운데)과 종단협 회원 스님들의 모습.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10월20일 제주 4·3평화공원 위령탑 앞에서 희생자 추모 위령재를 봉행했다. 희생자 넋을 위로하기 위해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가운데)과 종단협 회원 스님들의 모습.

1948년 4월3일. 그해 제주의 봄은 유난히 잔인했다. 해방 후 새로 세울 국가의 이념과 정체성 두고 벌어진 갈등은 기어이 폭력적으로 번졌다. 그리고 당시 제주 인구의 10%인 3만여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남아있다. 희생자의 대다수는 좌·우 이념은 물론 왜 죽어야만 하는지도 몰랐던 평범한 민간인이었다.

이처럼 70년이 훌쩍 넘는 긴 시간 동안 치유되지 못한 아픔으로 남아있는 ‘제주 4·3’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한 한국불교 대표 지도자들이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원행스님)는 10월20일 제주 4·3평화공원 위령탑 앞에서 희생자 추모 위령재를 봉행했다.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이 불교 지도자를 대표해 위령탑에 헌화하는 모습.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이 불교 지도자를 대표해 위령탑에 헌화하는 모습.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제주의 고혼을 위로하기 위해 예를 올리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모습.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제주의 고혼을 위로하기 위해 예를 올리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모습.
망혼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불보살의 가르침을 들려줘 극락세계로 왕생하길 발원하는 상용영반 의식과 장엄염불이 진행됐다.
망혼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불보살의 가르침을 들려줘 극락세계로 왕생하길 발원하는 상용영반 의식과 장엄염불이 진행됐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역사인 제주 4·3은 불교계에도 커다란 상처를 안겼다. 4·3 사건 당시 무차별한 살상에 못이긴 주민들은 정신적인 의지처인 사찰로 피난할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고스란히 피해가 불교계에도 끼친 것이다.

결국 제주불교의 중심인 관음사가 전소되는 것을 비롯해 35개 이상의 부처님 도량이 훼손됐고, 16명의 스님이 입적하는 등 불교계의 수난으로도 기록돼 있다. 이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등 불교계 지도자들이 직접 아픔의 현장을 찾아 4·3 희생자 위령재를 봉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하고 있다.

이날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은 불교 지도자를 대표해 위령탑에 헌화하며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을 정성스레 위로했다. 그러면서 원행스님은 “평화롭고 더할 나위 없는 풍광을 간직한 이곳은 1948년부터 7년간 냉전 시대 이념의 갈퀴가 할퀸 폭력으로 무려 3만명이 달하는 원혼이 검붉은 토양을 덮은 민족적 비극의 현장”이라며 “우리 불교 지도자 일동은 영령들을 모신 이 역사적 현장에서 다신 이런 비극이 없도록 깊은 참회와 함께 평화와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정토 구현에 정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불교계가 앞장서서 노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원행스님은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민족의 아픈 역사를 화합과 상생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선 4.3 특별법 개정안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불교계가 4.3 희생자 가족을 비롯해 제주도민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피력했다.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이런 비극이 없도록 깊은 참회와 함께 평화와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정토 구현에 정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은 "이런 비극이 없도록 깊은 참회와 함께 평화와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정토 구현에 정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희생자 위패가 모셔진 봉안실에서 영혼들의 넋을 위로한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과 불교 지도자들의 모습.
희생자 위패가 모셔진 봉안실에서 영혼들의 넋을 위로한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과 불교 지도자들의 모습.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과 불교 지도자들은 4.3평화공원 곳곳을 둘러보며 외로운 영혼들의 넋을 위로했다.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과 불교 지도자들은 4.3평화공원 곳곳을 둘러보며 외로운 영혼들의 넋을 위로했다.
종단협 수석부회장 문덕스님(천태종 총무원장)의 축원으로 본격적인 위령재가 봉행됐다.
종단협 수석부회장 문덕스님(천태종 총무원장)의 축원으로 본격적인 위령재가 봉행됐다.

종단협 수석부회장 문덕스님(천태종 총무원장)의 축원으로 본격적인 위령재가 봉행됐다. 망혼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불보살의 가르침을 들려줘 극락세계로 왕생하길 발원하는 상용영반 의식과 장엄염불이 진행됐다. 청정한 요령의 울림과 목탁소리가 어우러져 4·3 평화공원엔 장엄한 모습이 연출됐다. 참석한 불교계 지도자 스님들은 희생 영단에 예를 올리며 한마음으로 고혼의 넋을 기렸다.

이에 4.3 희생자 유족은 물론 정관계 인사들은 제주의 아픔을 함께 치유하려 노력하는 불교계에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국정 감사로 인해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강승철 도 문화체육대회협력국장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오랜 세월 동안 제주불교계는 고통에 신음하는 도민들에게 피난처와 안식처가 돼 주셨다”며 “4·3의 고난을 이기는 데 큰 힘이 돼 주신 불교계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오늘 이 위령재를 계기로 희생자들은 편안히 잠드시고, 유가족들은 특별법 개정이 하루빨리 통과돼 큰 위로가 되길 바라옵니다.” 조계종 23교구본사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의 발원문을 끝으로 위령재를 마친 불교 지도자들은 자리를 옮겨 비극적인 역사의 실상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의 안내에 따라 희생자 위패가 모셔진 봉안실, 행방불명인 표석, 각명비, 위령광장 등을 일일이 둘러보며 희생 영가들의 넋을 위무했다.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은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제주의 아픔을 위해 함께 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하기도 했다.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이 4.3 희생자들의 유골이 모셔진 곳에 방문해 정성스레 위로를 건네고 있다.
종단협 회장 원행스님이 4.3 희생자들의 유골이 모셔진 곳에 방문해 정성스레 위로를 건네고 있다.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이 발원문을 낭독하는 모습.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이 발원문을 낭독하는 모습.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한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불교지도자들의 모습.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한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불교지도자들의 모습.
위령재 봉행 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위령재 봉행 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기념촬영 시에만 잠시 마스크를 벗은 채 진행됐다.

한편 이번 위령재는 종단협의 ‘우리 국토 바로알기 사업’ 일환으로 제주 불교의 역사·문화를 탐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4·3 희생자 위령재를 시작으로 3박4일의 일정 동안 조계종 23교구본사 관음사 참배, 남북통일 염원 법회, 무오 법장사 항일유적지 참배 등이 준비돼 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좌석간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한 채 진행된다.

제주=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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