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돌산 땀흘리며 오르니
낮게 울리는 청아한 목탁소리
상대방 눈치 보지 않고 살되
상대 호의 의심없이 받아주자…

원혜림
원혜림

우리는 일상을 지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커뮤니케이션을 하여 살아가고 있다. 서로 만나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축하하거나 슬퍼할 일인 경조사로 각자의 사건을 주고받는다. 도움이 필요해 먼저 상대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반대로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그렇게 잘 흘러가다 가도 언젠가는 한 번씩 서로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 같은 공간과 상황에 있었음에도 맞지 않음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누가 먼저인지를 떠나 내가 잘못을 하게 되면 괴로움에 몸부림을 칠 때가 있다.

어느 날은 친구가 나에게 선물을 직접 같이 고른다며 호의를 베푼 적이 있다. 나는 왜 이렇게 통 큰 호의를 주는지 오히려 조금 의심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러운 마음에 괜한 눈치가 보였다. 편하게 고르지 못하다가 친구도 미묘한 낌새가 들었는지 이상하게 서로 기분이 상했다. 먼저 상대를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바람에 그새를 참지 못하고, 언성이 높아졌다.

그럴 때 드는 마음은 후회와 더불어 내가 오늘도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의심스러운 성격을 상대방에게 드러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그래서 마음이 참 괴로우며 이 자책감은 상대방에게 사과한다고 쉽게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나의 단점을 다시 한번 내가 직면했기 때문이다.

잠시 서로 화를 식히고 돌아봤을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때 친구는 조금 달랐다. 화가 풀리지는 않더라도 한 번 더 감정을 식히고, 이해하려던 것이다. 별 큰일이 아니었기에 나는 사과를 하며 안 좋은 감정을 내려놨다.

이런 일이 일어난 다음 날 관악산을 오르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돌로 이뤄진 산을 오르는데 쉽지 않았고, 생각한 것보다 땀을 더 흘리며 힘들게 목적지인 연주대를 향에 힘겹게 올랐다. 거의 목적지에 다 와 갈 즈음 사찰인 연주암을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들르게 되었다. 상당한 높이의 산턱에 있는 연주암에서 잠시 쉬며 생각을 돌아보았다.

흘러 들려오는 중후한 음악과 낮게 울리는 부처님의 말씀과 목탁 소리, 산간에 부는 시원한 바람, 높은 산턱에 꼿꼿이 서 있는 석탑과 눈을 뗄 수 없는 사찰의 단청 문양들을 보며 시원한 물을 마시는데 마치 산을 오르느라 힘든 나를 보듬어주고 이해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관악산을 오르는데 다리도 아프고 숨도 차면서 지쳤었지만 참고 산을 오르며 산턱에 있는 넓은 연주암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힘들지만 나도 상대방을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자고 생각했다.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기분 좋은 상대의 호의에 내가 너무 과도하게 넘겨짚지 않았나 찰나를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을 생각하며 눈치 보지 않되, 상대의 호의에는 의심 없이 받아주자 생각이 들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이리저리 치여 지칠 때가 있다. 분명 압박이나 스트레스의 한계의 다다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예민함이나 과한 넘겨짚기를 자제하고 이러한 단점으로 인식되는 나의 성향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 않겠다고 괜한 스트레스를 자체적으로 생성하지는 말자. 그렇지만 피해를 주지 않고, 이전에 겪었던 불필요한 감정 소비와 낭비의 상황을 피해 다른 상황을 반복적으로 만들면서 단점을 고칠 수 있다.

그렇게 이전의 안 좋았던 상황을 발판으로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계속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나씩 단련시키다 보면 보다 나은 나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불교신문3622호/2020년10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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