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살은 어디서 오셨는가’
일체중생 보리심 내게 하리다


문수보살과 인연이 닿으면
나쁜 짓하거나 교만한 자도
마땅히 교화 받아야 할 존재

혜총스님
혜총스님

③ 저를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깨끗한 행을 하거나 나쁜 짓을 하거나 모두 보리심을 내게 하리다. 

세 번째 서원은 만약 어떤 중생이 문수보살님의 몸을 사랑하거나 문수보살님을 친견하려 하거나 문수보살님에게 소원하는 바가 있거나 또는 문수보살님과 다른 이에게 아첨하고 삿된 소견을 갖고 뒤바뀌거나 깨끗한 행을 하거나 부정한 행을 하거나 온갖 나쁜 짓을 하여도 모두가 문수보살님과의 인연이 있으므로 보리심을 내게 하겠다는 서원이다.

<문수보살문보리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문수보살에게 “선남자·선여인은 마땅히 보리의 상(相)을 따라 그 마음을 내어야 하리라.”하셨다. 그래서 다시 문수보살이 보리의 상에 대해 여쭈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보리의 상이란 삼계를 벗어나 세속의 법을 뛰어넘어 언어의 길이 끊어졌으므로 내거나 내지 않는 것이 없는 그것이 바로 보리심을 내는 것이니라.

문수사리여, 이 때문에 보살은 내는 것이 없이 보리심을 내어야 하리니, 내는 것 없는 그것이 곧 보리심을 내는 것이다.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법의 성상(性相) 그대로이고, 진리의 경계 그대로인지라, 분별하는 것도 없고 몸과 마음에 반연하는 것도 없으니, 이것이 보리심을 내는 것이다. 

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아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고 같지도 않는 이것이 보리심을 내는 것이니, 마치 거울 속의 영상과 같고 뜨거울 때의 화염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메아리와 같고 물속의 달과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보리심을 내어야 하리라.”

문수보살님은 이와 같은 부처님의 말씀을 체득하셨기 때문에 세속법을 뛰어넘는 보리의 상으로써 중생들이 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는 보리심을 내게 해서 구경에는 고해를 건너게 하려 하신 것이다.
 

삽화=손정은
삽화=손정은

④ 저를 속이거나 업신여기거나 삼보를 비방하며 교만한 자들도 모두 보리심을 내게 하리다. 

문수보살님의 네 번째 서원은 만약에 문수보살님을 어떤 중생이 업신여기거나 의심하거나 압박하거나 속이거나 또 삼보(三寶)를 비방하거나 어진 이를 미워하거나 여러 사람을 업신여기고 착하지 않은 마음을 내어도 이들 모두가 문수보살님과의 인연으로 보리심을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교만심을 가진 중생은 오로지 자신의 존재만 인정하지 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사람은 제도하기가 어렵다. 이미 마음속에는 자신의 세계가 구축돼 있어서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 그러나 문수보살님은 맨 처음 서원에서 뭐라 하셨던가.

“삼계에 태어난 모든 중생은 누구든지 인연을 따라서 교화를 받아야 합니다” 하셨다.

중생이란 중생은 누구든지 인연을 따라서 교화를 받아야 할 존재이고, 문수보살님에게 삼계의 중생은 모두 교화해야만 할 중생이다. 그러니 문수보살님 당신을 업신여기고, 비방하는 중생이라 하더라도 상에 취착하지 않는 허공같은 마음을 지닌 보살님 입장에서는 오로지 대비심만으로 보리심을 내게 하고 말겠다는 굳은 서원을 발하는 것이다.

[불교신문3621호/2020년10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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