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

주석스님 지음/ 담앤북스
주석스님 지음/ 담앤북스

문화예술법인 ‘쿠무다’
주석스님 첫 산문집 출간
일상의 순간 담은 이야기

“세상에 귀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문득 걸어온 발자취가 그리워질 때도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 때 그 상황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지만 그 때 그 상황이, 그 때 그 사람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것일 수도 있겠지.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

부산 송정해수욕장 인근에서 카페로 시작해 이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하는 문화예술법인 쿠무다(KUmuda) 이사장이자 대운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주석스님. 불교방송에서 ‘주석 스님의 마음대로 라디오’를 진행하며 세상 곳곳에 관심을 기울이는 주석스님이 첫 에세이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를 최근 선보여 주목된다.

이 책은 지난 1년간 불교신문과 부산지역 일간지와 기고한 글과 일상의 에피소드, 생방송 도중 떠오른 글들을 함께 엮은 것이다. 때로는 미소 짓게 하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며, 또 가끔은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담담하고 솔직한 글은 삶과 이웃, 우리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선물한다. 특히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라는 제목은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뜻을 내포하는 것으로 과거의 모든 인연관계들이 수행과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는 주석스님의 경험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부산 송정에 있는 문화예술법인 쿠무다(KUmuda) 이사장이자 대운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주석스님이 첫 에세이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10월13일 쿠무다 카페에서 열린 출판간담회.
부산 송정에 있는 문화예술법인 쿠무다(KUmuda) 이사장이자 대운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주석스님이 첫 에세이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10월13일 쿠무다 카페에서 열린 출판간담회.

주석스님은 10월14일 부산 쿠무다 카페에서 열린 출판 간담회에서 “이 글은 제 나름의 ‘들여다봄’이고 부족하지만 세상으로 한 걸음 다가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만물의 이치를 하나둘 배워가려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진 것”이라며 “불교신문과 부산일보, 국제신문 등에 실렸던 엉성한 글들을 책으로 엮으려고 다시 꺼내 읽으니 어설프게 서 있는 사춘기 같은 내 생각들이 부끄럽기만 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평생 책을 내지 않겠다는 저의 오랜 고집을 꺾고 끝끝내 책을 내자며 설득했던 오세룡 담앤북스 대표의 순수한 열정에 그저 감탄할 뿐”이라며 “책을 만다는 동안 글을 다듬으면서 부족하고 묵었던 나의 생각들과 지난날의 어린 나를 다시 한번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다”고마움을 전했다.

“문득 나를 돌아본다. 나 자신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발견하지 못해 귀중함을 모르는 소중한 보물은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은 사람과 인연, 내 마음, 같은 길을 함께 걷는 이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스님만의 특별한 경험담뿐만 아니라 벽에 걸린 그림이나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성찰하고 반조하는 일상의 순간을 섬세하고 진솔하게 풀어냈다. 우리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사람과 인연’, ‘내 마음’을 주제로 한 글에 더해 수행하고 신도들과 함께 공부하는, 일반인은 알기 어려운 종교인의 일상을 수록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어쩌다 보니 이만큼 걸어와 서 있습니다. 이만큼은 스물이기도 하고 서른이기도 하고 마흔이기도 하고 쉰이기도 하고 예순이기도 하고 일흔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이란 말처럼 그렇게 갈 청춘이지만 오늘이 그 청춘 가운데 가장 젊은 날이 것이겠지요. 소중한 마음으로 다음으로 잘 건너가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일상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 긴 글 외에도 네이버 밴드를 통해 소통하며 조금 더 함축적이고 진솔한 마음을 담아냈던 짧은 글을 추가해 독자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가는 한 권으로 완성했다. 스님은 “늘 보던 평범한 풀꽃도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서 사랑스러워진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삶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빛깔이 된다”면서 “그래서 마음이 맑지 않은 사람의 행동도 자세히 보면 그 사람만의 아픔이 보이는 만큼 기쁨이든 슬픔이든 한 걸음 더 깊이 다가가서 보면 여러 빛깔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1988년 법주사 수정암에서 승일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주석스님은 종교가 일상과 괴리된 것이 아니며 음악, 문학, 예술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2013년 대운사 부설 북카페로 문을 연 쿠무다를 전시와 콘서트 등 다양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키워냈다. 이어 2019년에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신축기공식도 가졌다.

해운대구 송정동 송정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가칭)쿠무다 명상문화센터는 지하 2층, 지상 8층 대지면적 568.5㎡(172평), 연면적 2,838.98㎡(860평) 규모다. 이곳에는 △지하 2층 레스토랑 △지하 1층 문화예술 공연시설 및 명상센터(300석 규모) △1층 주차장 및 수변휴게시설 △2층 프렌치 레스토랑 △3층 카페 쿠무다 △4층 평생문화교육센터 △5층 문화교육센터 △6~8층 힐링빌리지 △옥상 바다법당 및 바다정원이 들어설 예정이며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석스님은 “올해는 지구촌 곳곳이 코로나19로 유난히 힘들지만 그로인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결코 따로 떨어진 세계가 아니라 연결돼 있으며, 지구라는 한 공간에 어울려 공존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느끼게 한 해”라며 “세상이 아무리 큰 소용돌이에 휩싸여도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누군가의 배신에 아파하며 잠 못 이루는 이도 있고, 타인의 슬픔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며 울어주는 이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 매 순간 삶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힘든 상황도 모두 지나간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세상에 귀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것을 되새기는 지혜로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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