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삼화사는 10월16일부터 18일까지 국행수륙대재를 봉행했다.
동해 삼화사는 10월16일부터 18일까지 국행수륙대재를 봉행했다.

공양왕은 고려왕조의 마지막 임금이다. 왕위를 이성계에게 내준 뒤 고향인 강원도 삼척에서 지냈다. 나라의 새 주인은 공양왕과 그의 두 아들을 목 졸라 죽였다. 옛 왕실의 씨를 말리긴 했으나 민심이 흉흉해졌다. 이에 삼척 근처에 있는 절에서 국민통합 차원의 수륙재를 열기로 했다. 동해 삼화사 국행수륙대재의 기원이다.

동해 삼화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5호 삼화사 국행수륙대재를 10월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열었다. 조선 건국 직후 1395년부터 열어 온 행사다. 고려 왕족을 비롯해 외롭게 죽어간 영혼들의 극락왕생을 빌자는 취지다. 삼척은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전사자, 월남전에서 죽은 군인과 국가적 재난 희생자들도 영가(靈駕)에 포함됐다. 예술적 우수성과 함께 국민의 소통과 화합을 이루는 장이라는 점을 평가받아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
 

영혼들을 사찰 안으로 불러들이는 대령대련의식.
영혼들을 사찰 안으로 불러들이는 대령대련의식.

3일간의 수륙재는 다양한 의식절차로 진행됐다. △여러 신들을 청하여 삿된 기운을 물리치는 신중작법(神衆作法) △대형 불화를 사찰 앞마당에 거는 괘불(掛佛) △외로운 영혼들을 절 안으로 불러들이는 대령대련(對靈大輦) △수륙재를 설행하게 된 연유를 밝히는 쇄수결계 시간과 공간 모든 세계에 수륙재의 시작을 알리는 사자단(使者壇)의식 등이 이어졌다.

아울러 우주의 모든 존재에 차를 올리는 헌다례와 부처님의 영산회상 설법이 재현됐다. 위로는 부처님부터 아래로는 지옥중생까지 푸짐히 공양을 베푸는 상단 중단 하단 의식이 있었다. 이어 영가들에게 공(空)의 의미를 설명해주어 억울함을 치유하는 금강경 독송과 극락으로 배웅하는 봉송회향의식으로 마무리됐다.
 

올해 수륙재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간소하게 치렀다. 삼화사 주지 임법스님은 “삼화사수륙재는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의 생활이 평안하도록 하는 숭고한 의미를 담아 600여 년전에 설행하던 의식을 보존 전승하고 있다”며 “부처님의 자비로움으로 행하는 이 의례를 통해 하늘과 땅, 죽은 자와 산 자 모든 존재가 소통하여 환희로운 법계를 이루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동해=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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