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500km 대장정’
10월17일 경북권 벗어나 충청도 도착
물심양면 지원한 9교구에 감사 인사
전체 일정 가운데 절반 넘어서…

정세균 국무총리, 코로나 극복 위해
걷고 있는 회주 스님에게 감사 인사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단이 10월17일 백두대간 본줄기인 이화령을 넘어가고 있다. 

코로나19 극복과 불교중흥을 위해 대구 동화사에서 서울 봉은사를 향해 도보 순례 중인 자비순례단이 10월17일 백두대간 본줄기인 이화령을 넘었다. 이 구간은 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을 이어주는 고개로, 영남과 중부지방을 연결하는 지역이자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다.

10월7일 총 500km에 달하는 대장정을 시작한 상월선원 만행결사 사부대중은 순례 11일째를 맞은 이날 대구 경북권을 벗어나 충북 지역에 발을 들였다. 총 500km에 달하는 구간 가운데 268km를 걸어 절반을 넘어선 날이기도 하다.
 

순례단은 이날도 오전4시부터 본격적인 행선을 시작했다. 

문경새재 이화령은 해발 548m 봉우리로, 순례단 전체 코스 가운데 난코스로 꼽히는 구간이다. 오전3시50분께, 본격적인 행선을 앞두고 만행결사 발원문을 낭독하는 결사대중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이어 조별 인원보고가 있었다. 대중들은 큰 목소리로 전 대중이 한자리에 모였음을 알렸다.
 

순례단의 힘찬 발걸음. 

5조 조장인 전 재무부장 유승스님을 선두로 비구니 스님과 비구 스님, 우바새, 우바이, 일일참가자 순으로 길을 나섰다. 이 지역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같이 방문해 순례단을 세심하게 살핀 동화사 주지 능종스님이 “회주 자승스님의 큰 신심과 원력이 함께하는 불교중흥 국난극복 순례가 무탈하게 회향하길 기원한다. 대중들도 건강하게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인사하자, 사부대중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화령 구간을 오르는 모습.

국난극복과 불교중흥이라는 염원을 안고 길을 나선 사부대중은 캄캄한 새벽을 뚫고 약 세 시간을 부지런히 걸어, 문경새재 입구에 다다랐다. 과일과 달걀, 치즈로 간단한 아침 공양을 마치고 오전8시 이화령 고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병풍을 펼쳐놓은 듯 한 산은 가을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쾌청한 가을 하늘과 어울려 그림 같은 풍경을 선물했다. 여기에 스님과 재가 불자들의 장엄한 행렬이 더해지면서 장관을 이뤘다.

전 사부대중이 모여 함께하는 수행은 날이 갈수록 힘을 더하고 있었다. 약 5km에 달하는 구불구불 가파른 오르막도 도반들이 함께하니 큰 어려움 없이 전진할 수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얼굴은 금세 발갛게 달아올랐지만 묵직한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두 시간 여를 쉼 없이 걸은 끝에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다. 100여명에 달하는 9교구본사 신도회 불자들의 환대도 쏟아졌다.
 

팔공총림 동화사가 자비순례단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팔공총림 동화사 신도들이 자비순례단을 맞았다. 

이화령 정상에서 사부대중은 이날 순례의 회향식을 갖고 그간 물심양면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동화사와 사찰 신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주먹밥으로 점심공양을 해결하고 오후12시 이날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 대중은 오후2시께 야영지에 도착했다. 총31km, 4만2000보를 걸었다.

순례가 끝난 직후, 정세균 국무총리도 전화 통화를 통해 회주 자승스님의 안부를 묻고, 코로나 종식을 위해 걷고 있는 자비순례단에 감사 인사를 했다. 이에 회주 스님은 국무총리에게 “코로나가 종식되길 기원하며 걷고 있다. 건강하게 순례 잘 마치겠다”고 말했다.
 

결사대중인 호계원장 무상스님과의 40년 인연으로 스님을 응원하기 위해 일일참가자로 동참한 김선정 씨.
순례단을 위해 커피차도 등장했다.  
사부대중과 함께하는 수행의 힘으로 이날 순례도 무사히 마무리 됐다. 

문경새재 이화령을 넘은 순례단 얼굴에도 뿌듯함이 가득했다.

이날 선두에서 순례단을 이끈 유승스님은 “회주 스님께서 ‘국난극복과 불교중흥’이라는 기치를 내 건 순간 이 큰 원(願)에 대한 씨앗이 뿌려졌다. 그렇다면 싹을 틔우고 잘 키워나가려면 결사에 동참하는 사부대중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순례 길에 있는 동안 불교중흥을 위해 ‘나는 어떤 역할을 할지’를 화두로 걷고 있다”고 강조했다.

순례 초반 물집으로 고생한 주윤식 중앙신도회장은 “처음엔 아파서 굉장히 고생 했는데, 이번 순례를 정진 기회로 삼아 석가모니불 정근을 시작하면서부터 마음이 편해지고 정신도 더욱 또렷해졌다”며 “열심히 정진해 무사히 회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순 할머니는 “이런 귀중한 순례를 마련해 준 회주 스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천하일미니, 어느 일미를 갖다 줘도 바람처럼 맛있진 않았다. 고개를 오르며 지난날 어려웠던 순간도 생각나고, 옛날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고개를 오르내리던 선비들 심정도 알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장시간 도보순례로 지쳐있는 결사대중을 치료하고 있는 동국대일산병원 연우회원들. 

이날도 40여명에 달하는 일일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국난극복 자비순례를 빛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온 국민이 코로나로 고통 받고 있는 지금 국난극복을 위해 수행하는 스님과 불자들에게 인사드리고 잠시나마 행선하기 위해 동참했다. 사부대중과 함께해 영광”이라며 “일부 기독교계가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어 코로나 재확산에 영향을 미쳐,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 것과 달리 불교계가 진정한 마음으로 기도해줘 국민을 대표해 감사인사 드린다”고 말했다.

무상스님과 40년 인연으로 스님을 응원하기 위해 참가한 김선정(60)씨는 “무상스님이 힘차게 걷고 계셔서 기쁘다. 스님들을 보자마자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는 것이 마음에 와 닿으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여느 행사와 완전 다르다”며 “그동안 살면서 히말라야와 사막도 거침없이 다녔는데 생각보다 힘들다. 아름다운 가을 곡식과 사과가 익고 고국 땅을 밟으며 스님들과 함께 순례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괴산=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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