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무연고자 묘역 찾아
‘극락왕생 발원’ 추모제 봉행
아무도 없는 적막한 한 평의 쪽방에서 죽은 뒤 발견된 이, 살아서도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그의 주검에 ‘무연고자’라는 딱지가 붙는다. 시신은 화장되어 무연고자 유골을 따로 모아둔 묘역에 보관된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스님)는 1년에 한번 이들을 찾는다. 올해로 네 번째, 10월14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을 찾아 극락왕생 발원 추모제를 올렸다.
UN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10월17일)을 앞두고 홀로 죽음을 맞이해 장례 치를 사람마저 없는 무연고 사망자들을 위무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0년 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 홈리스행동, 나눔과나눔, 돈의동 주민협동회, 동자동 사랑방, 빈곤사회연대가 함께 했다.
서울 무연고자 추모의집에는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3000여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이 봉안돼 있다. 10년이 지나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는 유골은 집단으로 매장되고 있다. 아무도 찾는 이 없어 1년 내내 굳게 닫혀 있던 무연고자 추모의집은 이날 사회노동위 스님들과 무연고자를 돕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무연고로 살고 있는 이들의 방문을 받았다.
유구성 돈의동 주민협동회 장례위원장은 죽은지 이틀만에 발견된 이웃의 죽음을 바라보며 적은 소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렸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두려웠을까. 소주병들만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당신 주위를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해서. 당신의 주검이 얼마 후의 내처지임을 깨닫습니다. 더는 외로운 죽음이 없도록 더는 외면 받는 죽음이 없도록 우리는 서로의 마지막을 챙기겠습니다. 서로의 상주가 되어 당신의 죽음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연도별 무연고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2016년 1820명,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2019년 2536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대비 2019년의 무연고 사망자 수는 약40%가 증가했다. 2019년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수는 486명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올해 8월에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사회노동위는 무연고 사망자가 점점 늘고 있는 지금의 문제를 개선하는데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추모의식을 집전한 사노위원 법상스님은 “무연고자 사망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시작되자 지자체별로 공영 장례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는 등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사회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내는데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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