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허스님
원허스님

가을입니다.
굳이 가을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가을입니다.
높은 하늘, 맑은 바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계절입니다.
아름다운 제주도는 삼다의 섬입니다.
누가 저에게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제주의 돌담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주도는 바람이 아주 많이 부는 지역입니다.
바닷가의 거센 바람을 맞으면서
돌담은 무너지지 않고 튼튼하게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 돌담을 보면 촘촘하게 빈틈없이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돌과 돌 사이에 틈이 많이 있습니다.
이 틈 덕분에 바람이 세게 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 속에서 우리들 살아가는 모습이
꽉 짜여진 일정 속에 매일 반복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자신의 가치가 완벽함이라 여기면서
빈틈없이 살아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그런 ‘틈’ 없이 살아가다 결국,
한순간 모든 게 무너질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조금의 틈을 만들어 놓고 살았으면 합니다.
틈이 있어 바람이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돌담처럼 말입니다. 

[불교신문3620호/2020년10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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