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웃으면 웃는 상 되고
우울함 크면 얼굴도 변해
‘아이고절런’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 얼굴 달라졌을까…

강산
강산

어느덧 2020년 9월도 끝나고 10월이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불교 크리에이터 강산은 4곳의 사찰 여행을 다녀왔고 16개의 영상을 제작하였다. 일주일에 4편의 영상을 만든 것이니 참 바쁘게 살고 있다고 느낀다.

사찰 여행을 다녀오는 길목에는, 코스모스들이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다. 여름을 함께 지내온 차량의 에어컨을 끄고 바깥에서 불어오는 그 바람을 느껴본다. 가을의 분위기, 가을의 냄새는 사람의 마음을 간질거리는 힘이 있나 보다. 그 분위기에 심취하여 잠시 쉬어가던 중 라디오 소리가 들려와 귀를 기울였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가장 많은 건,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라는 말과 함께 자화상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화상이란 스스로 그린 자기의 초상화를 나타내는데 자화상을 그리려면 자신의 얼굴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얼굴이,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 생각, 행동,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점점 달라진다고 한다. 웃을 일이 많아지면 웃는 상이 되고, 우울한 일이 많아지면 우울한 상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내 얼굴은 내가 만드는 게 아니고 주변 사람들의 영향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어떤 화가는 일생 동안 40점의 자화상을 그렸다고 하는데 어쩌면 각기 다른 사람의 자화상을 40점 그렸을 수도 있다고 했다. 문득 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 옆의 주름, 거뭇거뭇하게 올라오는 수염, 통통하게 올라온 살. 내 얼굴에 영향을 준 건 누구일까? 어떤 일들일까?

불교를 만나 사찰 여행을 다니고, 스님들을 만나 차를 얻어먹으며 이야기를 듣고, 동영상 콘텐츠를 통해 나의 이야기와 나의 바람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이런 일들이 내 얼굴에 온전히 담겨있는 것 같았다. 4년 전 ‘아이고절런’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무작정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던 나의 얼굴과 지금의 나의 얼굴은 달라져 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이사와 함께 새로운 중학교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중학교에서 새롭게 만난 친구가 춤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 춤이 특기가 되어 특기병으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군법당에 가지 않았다면? 그 법당에서 불교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이고절런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 나의 이 얼굴은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 같다. 수많은 기회와 선택의 순간들이 하나라도 달라졌다면 지금의 얼굴이 되어있지 않겠지.

나는 곧장 사진관으로 향했다. 지금의 얼굴을 기록하여 지금 이 순간의 내 얼굴 모습을 기록하고 싶었다. 사진관에서 막 찍고 사진을 바라보니 내 얼굴은 많이 비뚤어져 있었다. 그 비뚤어진 얼굴을 사진사는 포토샵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내 얼굴을 고쳐주었다.

만약 내 마음도 비뚤어졌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과 함께 불교라는 포토샵으로 잘 어루만지며 고쳐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한 내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위해 좋은 영향과 좋은 행동을 보여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1년 뒤 나의 얼굴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무척 궁금해진다.

여러분의 얼굴은 어떠신가요?

[불교신문3620호/2020년10월14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