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500km 대장정’
“갠지스강서 다비하겠단 심정으로 만행결사 원력”

물집치료를 마친 조계종 호계원장 무상스님
물집치료를 마친 조계종 호계원장 무상스님.

자비순례 셋째 날인 10월9일 하루 동안 33km를 걸으며 무사히 정진을 마친 호계원장 무상스님이 의무실을 찾아왔다. 발가락에 생긴 물집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어제 2개, 오늘은 7개 물집이 생겼다.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공주 순례도 완주했는데, 이번에도 재가자들과 함께 정진하니 신심이 난다”고 스님은 말했다.

호계원장 스님이 인도 만행결사 소식을 들은 순간 동참해야겠다고 발심했다. “인도 성지순례를 여러 번 갔는데, 걸어서 성지를 순례하는 스님을 본 적 있다. 나도 꼭 부처님 성지를 걸어서 가보고 싶다고 원력을 세웠는데 한국에서 소임을 맡다보니 여력이 되지 않았다. 처음 상월선원 만행결사 인도순례 얘기를 듣고 참가신청을 했다. 처음에 나이 때문에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뜻을 꺾지 않았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걷다가 죽으면 갠지스 강에서 다비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원력을 세웠다.”

걸어서 부처님 성지를 가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으로 스님은 공주 예비순례에 동참한데 이어 이번 자비순례에도 21일 전 일정 동참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인도 성지순례를 떠나지 못하지만, 국내에서 사부대중이 함께 수행하는 것 또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가 위기를 맞은 요즘, 불교도 신도와 출가자 감소를 겪고 있다. 이런 차에 스님들이 나서 국난극복을 염원하며 행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우리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스님은 믿는다. “가사를 수하고 여법하게 수행하고 신도와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며 신심을 내는 이들이 분명 많아질 것”이라며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가치있는 수행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해인사 선방에서 첫 철을 지냈다는 스님은 당시 방장인 성철스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기억한다. “방장 스님을 찾아가 첫 철 정진 후 느낀 희열을 설명해 드렸다. 스님은 대뜸 ‘이 자식 반딧불이야’ 하며 큰 소리로 나무랐다. 그 자리에서 제가 느낀 희열이 반딧불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40분간 스님과 얘기를 나눴는데, 스님 말씀이 ‘평생 선방에 다녀도 한 번도 못 느낀 사람이 있고 어쩌다 한 번 느낀 사람, 가끔 느끼는 사람, 자주 느끼는 사람이 있다. 첫 철에 공부 잘했다’며 인정해주며,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줬다.”

스님은 “출가해 선방에서 정진하는 게 스님의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임을 맡으면서 수행에 전념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운 일”이라며 “자비순례 사부대중과 행선하며 지극한 마음으로 수행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이 모여 한국불교가 중흥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칠곡=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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