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 ‘오대산 문화포럼’ 좌담
‘녹색미래, 오대산에서 길을 묻다’

10월6일 월정사 대법륜전에서 열린 '녹색미래, 오대산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좌담. 왼쪽부터 박경준 교수, 한왕기 평창군수, 최문순 강원도지사,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조정래 작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10월6일 월정사 대법륜전에서 열린 '녹색미래, 오대산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좌담. 왼쪽부터 박경준 교수, 한왕기 평창군수, 최문순 강원도지사,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조정래 작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코로나19와 급격한 기후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주지 정념스님)가 10월6일 오후2시 ‘녹색미래, 오대산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좌담에서 참석자들은 자연친화적인 삶의 방식으로 인류가 인식을 전환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20 오대산 문화포럼’의 일환으로 월정사 대법륜전에서 열린 좌담에는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최문순 강원도 지사, 한왕기 평창군수, 조정래 작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참석해 2시간 가까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타냈다. 각자 활동하는 영역의 경험을 중심으로 그동안 관심을 갖고 지켜본 인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석탄, 석유, 원자력 에너지 한계
액체수소 대안 연료시스템 변화
숲 확대 정책 강원도 차원 도입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道)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석탄, 석유,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들이 한계를 갖고 있어 ‘수소에너지’를 대안으로 삼기로 했다는 것이다.

최문순 지사는 “완전 연소가 되는 청정연료이며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에너지가 나오는 액체수소를 사용하는 연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두 번째는 숲을 늘려 나가는 정책이다. 건봉산, 태백산, DMZ, 고생태 지질구역, 한탄강 지질공원 등 서울 면적의 일곱 배 정도에 해당하는 숲을 보호하는 정책을 강원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최문순 지사는 “탄허스님의 개벽사상에 따르면, 지금은 후천개벽으로 들어가는 시기로 천지가 뒤집히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시대”라면서 “지진, 태풍, 감염병, 전쟁 같은 재난을 겪을 것이란 (탄허스님의) 예언이 실현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마구잡이 개발로 자연이 역습
인류에게 닥칠 기후재난 대비
물질 욕망을 생태문화로 전환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노동력이 아닌 석탄, 석유, 가스를 통해 상품을 만들고 쓰고 버리면서 그동안 살아왔다”며 “40여 년 전에는 공해라는 말이 생소했지만 지금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벨상 수상자 50명이 기후환경, 핵전쟁, 감염병을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지적했다는 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최열 이사장은 “인간이 마구잡이 개발로 자연 영역을 침범한 결과 자연으로부터 역습을 받는 것”이라면서 “인류에게 닥칠 더 큰 문제인 기후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예산을 투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비의 10분의 1을 기후환경 문제 해결에 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열 이사장은 “인간의 물질적인 욕망을 생태와 문화로 전환시켜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본능은 끊임없이 물질적인 욕망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시민중심 도시 운영 철학 필요
인류 위협하는 문제 ‘기후변화’
다음 세대도 행복한 기술문명?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미국 뉴욕의 경우 집에서 400미터만 걸어가면 공원이 있는데, 서울은 1.5km를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예로 들면서 쾌적한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도시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재승 교수는 “도시를 사용자(시민)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철학을 담아야 한다”면서 “거주민들이 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후변화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정재승 교수는 “만약 100년 뒤에도 인간이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그 만큼 기후변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코로나 19로 4차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온라인을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이지만 오프라인의 중요성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너무 지나치게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또는 기술문명에 의존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새로운 재난이 닥쳐도 다음 세대까지 행복할 수 있는 기술 문명을 어떻게 하면 물려줄 수 있을까라는 것이 과학하는 사람으로 가장 큰 화두이자 고민입니다.”
 

한왕기 평창군수.
한왕기 평창군수.

한왕기 평창군수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재해
코로나로 가치관 문명 전환돼
자연과 인류 공존역량을 강화

한왕기 평창군수는 “폭우, 폭염, 대형 산불, 지진, 해일, 감염병 등 지구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재해들은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라면서 “자연파괴와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코로나 19로 비대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세계적 가치관이 무너지고 문명의 전환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왕기 군수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자연과 인류가 공존하는 역량을 갖추고, 인간의 욕심과 인간성 상실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면 지속 발전이 가능한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대산의 자연친화적인 개발, 정신문화적 힘, 현대인에게 많은 휴양 기회를 제공하는 세 가지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정래 작가.
조정래 작가.

조정래 작가
인간의 탐욕으로 지구 급속 파괴
인간 자멸 고속도로 달리고 있어
조금 불편하게 살자 공감대 필요

조정래 작가는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인간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경제발전으로 지구는 급속도로 파괴되기 시작했다”면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에서 탈퇴한 미국과 (이에 영향을 받아) 동요을 나타내는 중국이 보이는 태도는 인간이 가지는 탐욕과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조정래 작가는 “인간이 과연 만물의 영장인지 의문”이라며 “(인간이) 가장 사악한 이기주의 집단으로 지구를 가장 빨리 멸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량으로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시대에 우리는 급행열차에 실려 인간 자멸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면서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고 모든 나라들이 경제발전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정래 작가는 ”공해와 자연 파괴는 앞으로 해결이 난망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전 인류가 ‘조금 불편하게 살자’ ‘조금 가난하게 살자’는 국제적 계약을 하지 않으면 인간의 미래를 전망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정래 작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인 오대산 월정사(평창)에서 녹색미래를 염려하는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은 대단히 의미심장하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세상의 삶이 조금이라도 바뀌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녹색미래 없이 인류미래 기약 못해
자연의 경종에 해결책 서둘러 마련
서로 연결된 유기적 관계 인식해야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녹색미래 없이 지구촌을 보존하고 인류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지는 우리의 공동 관심사”라면서 “당면한 코로나 19와 더불어 미래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념스님은 “그동안 지구상에 다섯 번의 대멸종기가 있었다”면서 “여섯 번째 대멸종기는 인류 스스로 공업에 의해 자멸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스님은 “(자연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지만 국가, 기업, 개인들이 담론을 펼치고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인 해결책을 능동적으로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념스님은 “인류사회와 대한민국의 미래 가치를 지향하는 길에서 오대산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십 수 년간 고민해 왔고, 그 가운데 하나로 녹색미래 좌담을 개최한 것”이라고 이날 좌담의 취지를 밝혔다.

스님은 “거시적 측면에서 지구촌 위기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연결되지 못한 분리적 생각 속에 일어나는 일”이라면서 “위기를 치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생태문명의 관점에서 비롯돼야 한다”는 불교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자연, 인간, 지구, 우주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관점으로 모든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관계 지어진 속에서 우리의 존재와 나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야 합니다.”

정념스님은 21세기에는 화엄사상이 대안 사상이 될 것이란 탄허스님의 가르침도 전했다. 정념스님은 “(탄허스님이) 세상을 통찰하고 미래를 걱정 하면서 화엄적의 관점을 설파하셨다”며 “티끌 하나에도 온 우주적인 섭리가 들어있다는 화엄의 세계관은 자기 모습과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다양성을 근간으로 ‘차별’이 아닌 ‘의미’로 바라보는 화엄의 세계관을 설명했다.

스님은 “모든 존재와 생명이 부처님으로 본래 자유인데 우리가 분별하고 차별하며 나를 중심으로 바라보기에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과도한 탐욕심, 분노, 차별의 어리석음이 그 속에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문명 역시 과도한 탐욕을 기반으로 하기에 환경 문제나 다양성의 감소, 생명의 절멸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지닌 탐욕심을 해결하지 않고는 평화, 상생, 공존, 생태 문명으로 전환시킬 수 없습니다. 이제 종교와 불교는 탐욕을 해체하지 않고는 지구촌이 영원하지도 평화롭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는 관점 속에서 역할을 해야합니다.”
 

좌담 사회를 맡은 박경준 동국대 명예교수.
좌담 사회를 맡은 박경준 동국대 명예교수.

이날 좌담은 코로나 19와 기후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현안을 세밀하게 진단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한 의미있는 자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과 각계 전문가들이 월정사에 인류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를 함께 모색해 시대에 부응하는 불교와 사찰의 모범적인 역할을 보여주었다.

박경준 동국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은 월정사TV(유튜브)로 중계 방송하는 비대면 형식으로 이뤄졌다. 좌담좌들은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고, 제작진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다.
 

◼ 2020 문화포럼 회향 |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시민보살’ 녹색미래 준비 

정념스님
정념스님

“코로나19에 직면한 상황에서 온택트(ontact)라는 비대면 방식으로 좌담과 세미나를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2020 오대산 문화포럼을 성공적으로 회향한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시의적절한 좋은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불교신문과 공동 주최한 명상세미나 및 체험에 대해선 “간화선의 새로운 현대적 관점 속에서 담론을 펼쳐 의미가 있었다”면서 “명상의 시대를 맞이한 불교가 간화선을 중심으로 정체성 있는 명상문화를 견인하는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산중의 정체성도 수행과 명상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다양한 문화를 담론으로 펼쳐가야 합니다.”

지구온난화와 바이러스 등 세계가 직면한 현안을 ‘녹색미래’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념스님은 “지구촌 위기를 극복하려면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에 의해 세상을 바라보고 상생 공존하는 문화를 일궈야 한다”면서 “불교가 한국사회나 세계를 향해 실천적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불교의 과제에 대해서 정념스님은 “시민보살(市民菩薩)이 환경, 생태, 생명성을 녹색미래에 담아야 한다”면서 “불교가 지도력을 가지고 시민사회와 세상을 향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월정사=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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