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500km 대장정

이른 새벽, 금호강변을 걷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단
이른 새벽, 금호강변을 걷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단

10월7일 대구 동화사에서 서울 봉은사까지 21일간 500km 대장정에 오른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이틀째인 10월8일, 사부대중 82명은 한국불교 중흥과 국난극복 염원을 담아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이날 순례단은 오전4시 대구 강변리틀야구장을 출발해 금호강에 이어 낙동강을 따라 26km를 걸었다.

전날 야구장 인근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노숙한 참가자들은 밤새 추위와 소음을 견뎌내야 했다. 오전3시 기상목탁 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사부대중은 부지런히 잠자리를 정리하며 순례준비에 나섰다. 출발 전 대구지방경찰청 법우회와 장호식 대구북부경찰서장은 순례단에게 음료수와 간식을 보시하며, 무리 없이 정진할 것을 기원했다.

죽비 3성으로 예불을 대신하고 사부대중은 오전4시 강변리틀야구장을 떠나 금호강변을 따라 난 자전거길에 올라섰다. 어두운 새벽, 헤드랜턴에 의지해 걷다 보니, 길 위에 스님과 재가자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새벽별을 보며 서변대교를 건너 조야교, 팔달교를 지나자 해가 떠오르고 사위가 밝아졌다.
 

새벽정진하는 모습.
새벽정진하는 모습.

오전6시30분경 순례단은 노상에서 아침공양을 했다. 따뜻한 호박죽과 계란2개, 바나나와 요쿠르트가 담긴 봉투를 하나씩 받아 달게 공양을 끝냈다. 오전10시30분 달성보를 건너 2일차 여정을 풀 사문진상설공연장에 도착했다. 새벽에 출발해 6시간30분만에 계획했던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틀째가 되면서 통증을 호소하는 사부대중이 점점 많아졌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 스님도 있었다. 강릉 용연사 주지 설암스님은 순례 중 발목을 삐면서 왼쪽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보랏빛으로 멍든 발목에 파스를 붙이고 휴식하던 설암스님은 “순례를 중단할 정도는 아니다”며 21일 정진을 성만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넘어져 다친 본오스님은 치료 직후 다시 행렬에 합류에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또 추운 새벽 공양을 하다가 체해서 구토를 하는 등 고생을 하는가 하면, 다리 통증으로 걷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차량에 탑승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야영지에 마련된 동국대일산병원 의료지원팀 부스에는 사부대중 발길이 이어졌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 환자들이 가장 많았고, 근육통 때문에 파스를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순례단 중 최고령이기도 한 이채순(75, 충남 아산) 보살은 “지난 겨울 위례 상월선원에서 스님들이 치열하게 정진하는 ‘아홉스님’ 영화를 봤는데, 순례를 해보니 스님들이 얼마나 고행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며 “민폐가 될까 우려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다시 없을 기회라고 생각해서 용기를 냈다. 원만하게 회향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남양주 묘적사 주지 환풍스님은 “만행결사가 원만하게 회향할 수 있도록 동참 대중 한 사람 한 사람이 사고 없이  정진하기를 바란다”며 “코로나 국면에서 진행되는 국난극록 자비순례인만큼 모든 사람의 염원을 담아 코로나 확산을 막고 전염병이 소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상에서 아침공양하는 순례단
노상에서 아침공양하는 순례단
10월8일 순례를 마치고 숙영지로 돌아오는 순례단
10월8일 순례를 마치고 숙영지로 돌아오는 순례단

 

대구=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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