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조계종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 ‘자비순례’ 입재식 법어
[전문] 조계종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 ‘자비순례’ 입재식 법어
  • 홍다영 기자
  • 승인 2020.10.08 16:17
  • 호수 3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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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

當機一句千古輝(당기일구천고휘)
臨危不變是丈夫(임위불변시장부)

기틀에 다다른 일구는 천고에 빛남이요,
위태로움에 당하여 변치 아니함은 이것을 방부라 칭(稱)함이라.

기틀에 합당한 일구(一句)는 종사가(宗師家)의 안목(眼目)을 갖춘 이라야, 석화전광(石火電光)과 같이 염출한다.

종사가들이 상봉(相逢)하여 진리의 세계를 거량할 때, 그 한마디 한마디와 일거일동은 돌불보다도 빠르고 번갯불보다도 빠르다. 이렇게 빠르고 밝은 눈을 갖추신 분이야말로 천고(千古)에 선지식이 됨이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길에서 탄신(誕辰)하시고 길에서 대오견성 하시고 길에서 설법(說法)하시다가 길에서 열반(涅槃)에 드셨습니다.

2600년 전 새벽 별을 보고 깨달으신 그 부처님의 길을 따라 사부대중(四部大衆)이 만행결사 자비순례 정진에 나서니, 부처님의 진리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현전(現前)함이라.

이에 사부대중은 부처님의 은혜를 갚고 생사를 요달(了達)할 수 있도록 가일층 정진하기 바라노라.

화두가 있는 이는 각자의 화두를 챙기되,

화두가 없는 이는,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 하고 이 화두를 가나오나, 앉으나 서나, 간절한 마음으로 챙기고 의심하기를 하루에도 천 번 만 번해야 할 것이라.

그렇게 걸음걸음마다 호흡 호흡마다 혼신(渾身)을 다해 노력하다 보면, 문득 참의심이 발동하게 됨이라.

이때는 사물을 보아도 본 줄을 모르고, 소리를 들어도 들은 줄을 모르는 상태로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일 년 이고,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가 홀연히 사물을 보는 찰나에, 소리를 듣는 찰나에 화두가 박살이 나고 자기의 참모습이 환히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한 걸음도 옮기지 않고 부처님의 땅에 이르게 되고, 천 칠백 공안이 한 꼬챙이에 다 꿰어버리게 되어, 누가 어떤 법문을 물어와도 척척 바른 답을 내놓게 되는 법이로다.

이것이 호왈(號曰) 대오(大悟)견성(見性)이고, 확철대오(廓撤大悟)이니, 반드시 눈 밝은 선지식을 친견하여 바르게 점검받고 인가를 받아야 함이라.

중국의 당나라 시대에 반산 보적 스님이 남달리 발심(發心)하여 공부에 전력을 쏟던 중, 어느 해제일에 다른 처소로 가던 길이었다.

걸음걸음 화두를 놓지 않고 가는데 우연히 시장을 지나가다가 식육점 앞에 이르게 되었다.

마침 어떤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와서,

“깨끗한 고기 한 근 주시오” 하니,주인이 들고 있던 칼을 내려놓고 차수(叉手)하면서 물었다.

“어떤 것이 깨끗하지 못한 고기입니까?”이 말이 들려오는 순간, 보적 스님의 마음이 활짝 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과 여러 도인께서 설해놓으신 낱낱 법문에 활발발지(活鱍鱍地)를 얻지 못하여, 또 애를 써서 공부를 지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동구 밖을 지나가다가 상여꾼들을 만나게 되었다.

상여꾼들이 노제(路祭)를 지내고 상구(喪具)를 메면서 선소리 하기를, “청천(靑天)의 붉은 수레는 서쪽으로 기울어가건만 알지 못하겠구나. 금일 영혼은 어디로 가는고?”하니,

상주들이 일제히 “아이고, 아이고!”하면서 곡(哭)을 하였다.

이 곡하는 소리에 보적 스님은 확철대오 하셨다.

그 길로 마조(馬祖) 선사를 찾아가 뵙고 문답이 상통(相通)되어 마조 선사의 제자가 되었다.

아시겠습니까?

전(前)과 후(後)의 깨달음이 각기 어떠한 경지인가?

정안(正眼)을 갖춘 이라면, 이 경지를 분명히 밝힐 수 있다.

보적 선사께서 깨닫고서 대중에게 법문하시기를,

向上一路千聖不傳(향상일로천성부전)
學者勞形如猿捉影(학자로형여원착영)

향상의 일로는 일천 성인도 알지 못하시거늘
학자들이 공연히 애씀이 원숭이가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

이것은 여지없는 확가철대오가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법문이다. 향상(向上)이 일로(一路)를 알아야만 당기일구(當機一句)의 기틀을 갖추어 천불만조사와 더불어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

금일 3·7일 노상에서 씨름하는 모든 대중은 알겠는가?

보고 또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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