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불교대 명예교수
선종사 대가 성본스님
사상, 철학 담은 입문서

“중생구제 보살도 전개
생활종교가 바로 선불교”

선불교 개설

성본스님 지음 / 민족사
성본스님 지음 / 민족사

선(禪)은 고대 인도의 명상법인 요가(yoga)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요가라는 말 대신 선나(禪那), 선정(禪定), 선(禪)이란 말을 쓴다. 대승불교에서는 선바라밀(禪波羅蜜), 지관(止觀)이라고 한다. 요가의 명상과는 다른 붓다의 선정의 내용을 불교에서는 지(止)와 관(觀)으로 설명한다.

지관은 몸과 마음을 집중해 산란심이 없는 경지(止)에서 만법의 근원인 진리를 관찰(觀)해 깨닫고, 생사윤회의 고통과 괴로움의 근원을 찾아 제거해 영원한 해탈을 이루도록 하는 수행이다. 즉, 선은 불법(佛法)의 가르침을 배우고 진여법의 진실을 깨닫는 가장 기본적인 수행을 의미한다.

그러면 선불교란 무엇일까? 불교와 선은 인도에서 발생했지만 선사상은 중국에서 완성됐다. 선불교는 인도에서 발전된 요가나 불교의 선정법이 아니라 중국 당나라에서 완성된 조사선의 선사상을 말한다.

중국 선종사와 선불교, 선어록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동국대 명예교수 성본스님은 최근 펴낸 선불교 입문서 <선불교 개설>을 통해 “중국에서 완성된 조사선의 선불교는 단순히 산란된 마음을 안정시키는 정신집중의 요가 명상이나 번뇌 망념을 없애고 텅 비우기 위한 좌선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선불교는 불교를 비본래의 중생심에서 본래의 진여본성(본래면목)을 회복하는 발심수행과 청정한 진여본심의 지혜로 지금 여기, 시절인연에 따른 자기 본분사의 일을 창조하는 일상의 종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사선의 완성자인 마조 도일(馬祖 道一, 709∼788) 선사는 이런 선불교의 입장을 “평상심이 바로 도(平常心是道)”라는 말로 정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국대 명예교수 성본스님이 선불교 입문서 '선불교 개설'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중국 조사선의 완성자로 꼽히는 마조 도일선사가 주석하면서 선풍을 드날렸던 우민사(佑民寺).
동국대 명예교수 성본스님이 선불교 입문서 '선불교 개설'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중국 조사선의 완성자로 꼽히는 마조 도일선사가 주석하면서 선풍을 드날렸던 우민사(佑民寺).

즉 인도의 요가 좌선법이 붓다의 명상을 통해 불교의 자각적인 수행 및 실천법으로 완성됐고, 중국 조사선에서는 일상생활의 종교인 선불교로 발전된 것이다. 스님은 “중국의 선종이 단지 전통적인 좌선이나 명상의 수행법을 계승했다거나 중생심의 번뇌 망념을 없애는 선정수행을 실천하는 하나의 종파불교의 입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불교의 정신을 진여일심의 지혜로 통합했기에 선불교란 명칭이 가장 합당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일상생활의 종교인 선불교를 완성시킨 사람이 남종선의 조사인 육조 혜능스님을 비롯해 마조 도일, 석두 희천, 백장 회해, 남전 보원스님 등 당대의 유명한 조사들이다. 따라서 선불교를 일반적으로 조사선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재단법인 한국선문화연구원 원장 및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성본스님은 선불교의 사상과 철학의 토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 책을 통해 선불교의 개념, 선(禪) 사상이 뿌리내리게 된 환경과 풍토, 역사적 배경, 자각의 종교로서의 선불교, 깨달음의 내용, 깨달음의 구조, 깨달음의 세계, 선의 교육, 선의 수행과 실천, 간화선의 성립과 수행 구조 및 실천 체계, 선의 전법 등 선불교에 대한 전반을 다루고 있다.

특히 성본스님은 선불교의 사상을 ‘각자 인생관의 혁신’으로 요약한다. 다시 말해 선불교는 일체의 권위나 형식 관념에서 탈피하여 인간 각자의 본래 자연 그대로의 참된 자아(불성)를 깨닫고 지금 여기에서 지혜로운 삶을 창조하는 현실의 종교라는 것이다.

스님은 “경전과 어록을 통해서 정법의 안목을 구족하고 우리들 각자가 성스러운 인격의 주체인 진여본심(본래면목)을 자각하는 것”이라며 “제불 여래와 조사들과 똑같은 정법(正法)의 안목으로 수많은 방편의 지혜를 구족하여 제불여래와 조사들과 똑같이 진여법계에서 유희하며, 지금 여기, 시절인연의 자기 본분사의 일에서 중생구제의 보살도를 전개하는 생활종교가 바로 선불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선불교는 유일신, 절대자를 신봉하는 종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는 나 자신의 번뇌 망념, 분별과 집착, 무지와 무명에서 벗어나 지혜를 터득하고, 고(苦)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창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수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스님이 선불교를 ‘자각의 종교’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스님은 “인간성의 말살과 인간소외 문제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에 자기 존재에 대해 새롭게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 사상, 철학, 종교로서 선불교가 매우 가치 있다”고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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