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영축산 품에 안긴 각성스님
청명한 가을 영축산 품에 안긴 각성스님
  • 이성수 기자
  • 승인 2020.10.02 18:04
  • 호수 36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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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주지 각성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장' 엄수

방장 성파스님, 주지 현문스님 등
영축총림 대중·신도 ‘원왕생’ 발원
서울 구룡사, 눈물의 영결식 봉행
통도사 다비장인 연화대 입구 무풍한송길에서 열린 노제에 총림 대중스님과 신도들이 참석해 각성스님의 원적을 추도했다.
통도사 다비장인 연화대 입구 무풍한송길에서 10월2일 열린 노제에 총림 대중스님과 신도들이 참석해 각성스님의 원적을 추도했다.

10월2일 오후 12시50분. 영축총림 통도사 연화대 위로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올라 영축산에 안겼다. 연기로 화현(化現)한 각성스님(서울 구룡사 주지, 중앙종회의원)이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고향과 같은 출가본사인 영축산의 품으로 돌아갔다.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을 비롯한 300여 명의 사부대중은 애통한 마음으로 각성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지극한 마음으로 원왕생(願往生)을 발원했다. 세상과 불교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음에도 세수 49세의 젊은 나이에 세연(世緣)을 다한 스님과 작별을 고하는 대중의 마음은 비통하기만 했다. 눈부시도록 파란 가을 하늘은 수행자로 맑게 살아온 각성스님의 자취를 대신 보여주는 것 같았다. 상좌 남송스님과 희원 행자는 은사 각성스님이 떠나는 길을 지켰다.
 

각성스님의 법구는 통도사 연화대에서 다비후 한 줄기 연기가 되어 영축산의 품으로 돌아갔다.
각성스님의 법구는 통도사 연화대에서 다비후 한 줄기 연기가 되어 영축산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40분 경 통도사에 도착한 각성스님 법구는 인연이 깊은 정변전, 보광전, 자장암 등을 거쳐 무풍한송길 연화대 입구에 마련된 노제(路祭) 식장에 도착했다. 방장 성파스님, 주지 현문스님, 율주 혜남스님, 전 동국대 이사장 법산스님을 비롯한 통도사 대중과 신도들이 노제에 참석해 각성스님을 배웅했다.

교무국장 인경스님이 사회를 보고, 노전 광우스님이 집전한 노제는 40여년 전 영축산 통도사에서 부처님과 인연을 맺은 각성스님을 추도하며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에서 봉행됐다. 방장 성파스님과 주지 현문스님 등 참석 대중은 영단에 국화꽃을 올리며 각성스님의 극락왕생과 속환사바(速還娑婆)를 기원했다.
 

연화대에서 거화 후 주지 현문스님을 비롯한 통도사 대중스님들이 각성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아미타불을 염송하고 있다.
연화대에서 거화 후 주지 현문스님을 비롯한 통도사 대중스님들이 각성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아미타불을 염송하고 있다.

9월28일 원적에 든 각성스님의 법구가 통도사로 이운되기 전 까지 서울 구룡사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조의(弔意)를 표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총무원장 원행스님,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호계원장 무상스님, 총무부장 금곡스님,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전 통도사성보박물관장 현근스님, 불교신문 사장 정호스님, 총무원 문화부장 오심스님, 문화특보 혜일스님, 종회사무처장 호산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의 조문이 이어졌다.

발열 체크와 명단 작성 등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준수하며 운영한 분향소에는 추석 연휴 기간임에도 매일 저녁 늦게까지 추도행렬이 이어져 각성스님의 덕화(德化)가 느껴졌다. 특히 구룡사 회주 정우스님(해외특별교구장, 전 통도사 주지)은 상좌 각성스님의 빈소를 늦은 시간까지 지키면서 조의를 표하기 위해 방문한 대중들을 맞이하고 장례절차를 세심하게 살폈다.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이 노제에서 각성스님 영단에 헌화하고 있다.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이 노제에서 각성스님 영단에 헌화하고 있다.

각성스님 영결식은 10월2일 오전6시30분 서울 구룡사 1층 법당에서 조계종 중앙종회장(葬)으로 엄수됐다. 전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스님은 영결법어에서 <화엄경> 여래출현품(如來出現品)을 예시한 뒤 “부처님 경계는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기를 허공과 같이하는 것”이라면서 “보되 보는데 망상집착 하지 말고, 듣되 듣는데 망상집착 하지 말고, 생각하되 생각하는데 망상집착하지 말라”고 설했다.

이어 종범스님은 “보고 듣고 행동하고 생각하는데 망상집착을 내지 않아, 마음이 가는 바에 걸림이 없게 하는 것이 성불(成佛)의 기본 첩경”이라면서 “이렇게 한 생각 잘 챙겨서 견성성불(見性成佛), 광도중생(廣度衆生)하여 해탈자재(解脫自在)하는 것이 각성스님의 근본 원력이고 기본 신심이니, 제불해탈장에서 그림자 없이 다시 만나요”라고 법어를 설했다.
 

서울 구룡사에서 엄수된 영결식에서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이 분향하는 모습
서울 구룡사에서 엄수된 영결식에서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이 분향하는 모습

영결법어에 앞서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은 추도사를 통해 “만물이 결실을 맺는 중추가절(仲秋佳節)에 비보(悲報)를 만나 통탄의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면서 ”각성스님이 이 세상에 남긴신 홍법(弘法)과 자비의 업적은 종단의 역사와 사부대중의 기억 속에 언제까지나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고 추도했다. “스님과의 세연을 다한 슬픔을 새로운 희망으로 꽃피워 내야하겠습니다. 부처님 전에 두 손 모아 원왕생 원왕생을 빕니다.”

조계종 호계원장 무상스님은 영결식에서 “스님께서 입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먹먹해져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으며, 스님들과 불자들은 모두 할 말을 잊었다”면서 “생사필멸(生者必滅)이라지만 왜 이렇게 빨리 떠나셨습니까? 부디 하루 빨리 다시 오셔서 우리 다함께 불교중흥을 위하여 정진하기를 두 손 모아 발원한다”고 각성스님의 원적을 마음 아파했다.
 

서울 구룡사에서 중앙종회장으로 영결식을 마친 후 통도사로 이운하는 각성스님의 법구 행렬을 은사 정우스님을 비롯한 스님과 불자들이 배웅하고 있다.
서울 구룡사에서 중앙종회장으로 영결식을 마친 후 통도사로 이운하는 각성스님의 법구 행렬을 은사 정우스님을 비롯한 스님과 불자들이 배웅하고 있다.

각성스님의 원적을 안타까워 하는 마음은 재가불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덕명화 구룡사 신도회장이 조사를 하는 동안 영결식장 안팎에 자리한 신도들은 애써 참은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덕명화 회장은 “언제나 눈가에 선한 웃음을 간직하고 넉넉한 표정으로 지켜보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어찌 이렇게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십니까”라고 비통함을 전했다. “이제나 저제나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마음 놓고 구룡사에서 신행 활동을 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 때에 저희들의 여망을 뒤로하고 서방정토를 향하고 계시니 어찌 애통한 마음 가눌 수 있겠습니까?”
 

영결식을 마치고 통도사로 이운하는 각성스님 운구행렬 대중들이 애통한 마음으로 작별을 고했다.
영결식을 마치고 통도사로 이운하는 각성스님 운구행렬 대중들이 애통한 마음으로 작별을 고했다.

영결식을 마친 각성스님 법구는 은사 정우스님을 비롯한 대중의 배웅을 받으며 구룡사를 떠나 출가본사인 통도사로 향했다. 장의위원회와 구룡사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준수하기 위해 통도사까지 동행하는 스님과 불자들을 최소화 했다. 스님의 법구를 모신 차량이 구룡사를 떠나는 순간, 신도들은 “스님, 스님…”이라며, 다시 만나지 못할 각성스님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각성스님이 영축산에 입산한 후 40여 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은사 정우스님은 구룡사를 떠나는 상좌의 마지막 길에 주마등처럼 지나간 세월을 떠올리고는 합장하며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한편 각성스님 49재는 10월4일 초재(구룡사)를 시작으로 10월11일 2재(구룡사), 10월18일 3재(구룡사), 10월25일 4재(구룡사), 11월1일 5재(일산 여래사), 11월8일 6재(구룡사), 11월 14일 막재(통도사)를 봉행한다.
 

상좌 남송스님과 희원 행자는 은사 각성스님이 떠나는 길을 지켰다. 각성스님 사제인 한  스님이 눈물을 흘리며 비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각성스님 행장

1972년 9월17일 출생. 1976년 통도사 입산. 1980년부터 은사 정우스님이 주석하는 통도사 양산포교당과 서울포교당에서 행자 생활을 하면서 초중고 학업에 정진. 고교 졸업 후인 1992년 3월 정우스님을 은사로 청하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수지. 법호 명허(明虛), 법명 각성(覺性).

1993년부터 인도 델리대에서 6년간 종교학 연구. 귀국 후 2002년부터~2006년까지 통도사승가대에서 재학하며, 방장 월하 대종사를 2년간 시봉. 2006년 10월 김천 직지사에서 성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 수지. 2015년 10월 조계사에서 대덕 품수, 2020년 종덕 품수. 2010년 통도사 서울포교당 구룡사 주지에 임명된 후 교육과 포교에 매진.

서초구사암연합회 부회장, 홍법문화복지법인 이사, 사회복지법인 자비원 이사, 한국불교전통의례전승원장, 국가정보원 불자회 지도법사, 동부구치소 불교교정협의회장 등을 역임하며 불교발전에 헌신. 2018년 17대 중앙종회의원 당선. 2020년 9월28일 오전4시57분 입적.

통도사=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이천운 경남지사장 woon3166@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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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지맙시다 2020-10-05 06:22:39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 챙깁시다
새벽바람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