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스님
현종스님

완연한 가을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죽어 가고 있다.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평균적으로 매일 약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내려놓는다고 한다. 살다보면 원하지 않게 불치의 병고나 불의의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살이라고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비극적인 뉴스를 듣거나 볼 때마다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분명 살기보다 죽기가 더 어렵고,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힘든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이 너무너무 가엽고 불쌍하다. 

불교 교리 중에서 ‘불살생계’가 제일 먼저다. 살아 있는 생명을 절대로 죽이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생명은 소중하다. 자신의 생명이라 할지라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은 엄청난 폭력을 자행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살생은 어떤 변명이나 이유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자살을 선택하고 싶은 이유야 수없이 많겠지만 경제적인 이유와 주위 사람들의 무관심과 악랄한 괴롭힘이 대부분의 원인이라고 한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까운 사찰이나 종교단체나 국가가 운영하는 전화상담소에 연결하거나 찾아가서 의논도 하고 하소연이라도 한번 해보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너무 모르는 소리라고 할지는 몰라도, 모르긴 해도 분명 같이 고민도 하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살 수 있는 희망도 생기고 해결방안도 나올 것이다. 억울하게 당한 상대가 있다면 같이 싸워도 줄 것이다.

혼자 아파만 하지 말고 주위를 찾아보면 힘이 돼 줄 사람들이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하다하다 안되면 청와대의 대통령에게라도 도와 달라고 살려 달라고 하면 외면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좋은 세상에 죽기를 각오하고 살려고 하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끝까지 싸워 이겨야 한다.

사별의 슬픔과 고통은 산 사람의 몫이다. 가는 사람은 하늘에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듯이 사라져 가면 그만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아물지 못할 생채기를 줘서는 안 된다.

제발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자애로움과 이미 가지고 있는 내면의 지혜가 살아 숨 쉴 수 있음을 믿고 삶의 무지개가 뜰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길 바란다.

[불교신문3618호/2020년9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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