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재정 타격은 기업 가계 뿐만 아니라 사찰 등 종교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방역 수칙에 따라 올 초부터 법회 및 순례 등 신도들의 모임을 중단하다 보니 사찰 수입이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사찰이 신도들의 발길이 끊기고 재가 대폭 줄어들어 재정이 대폭 감소하면서도 버티는 이유는 지출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찰은 대부분 도심과 떨어진 산에 위치한데다 빚이 없고 생필품은 사찰에 딸린 밭에서 재배한 작물로 자급자족한다. 또 사중업무를 스님들이 직접 노동으로 대체하거나 자원봉사자 도움을 받는다. 사찰은 이처럼 스님이나 봉사자들의 헌신과 자급자족으로 살아가 지출을 줄이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버티며 이웃까지 돕는다. 

그런데 전통사찰도 피해가지 못하는 필수 비용이 있으니 바로 전기요금이다. 산중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 전기는 사찰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문제는 사찰 비용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규모가 큰 사찰은 월5000만원, 연간 6억원에 달할 정도다.

사찰 수입은 줄어드는데 전기요금은 해마다 늘어나는 실정이며 단돈 1원도 줄일 수도 늦게 납부해서도 안된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적극 협조해 산문을 걸어 잠그고, 법회를 중단해 수개월 째 신도 발길이 끊겨도 스님들이 거주하며 소중한 문화재를 간직한 사찰 불은 한시도 끌 수 없다. 그 비용을 고스란히 사찰이 감수한다. 

이 때문에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와 총무원 집행부, 중앙종회 등에서 정부를 향해 수년 전부터 전통사찰의 전기요금 감면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우리나라 지정 문화재의 70% 이상이 불교 관련이며 그 대다수는 전통사찰이 소장하거나 사찰과 연관돼 있다. 우리가 성보로 모시는 불교문화재는 보존과 관리 차원에서 보면 스님들 공이 가장 크다.

스님과 불자들이 매일 전각에 들러 불공하고 기도하며 관리하기 때문에 존속한다. 성보로 극진히 모시고 보존하는 덕분에 정부는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최대한 보호 효과를 누린다. 만약 사찰에 스님이 살지 않는다면 정부는 정부 예산을 들여 시설을 짓고 전담 공무원을 두고 관리해야 한다. 그 모든 비용이 국민들 세금에서 나가야 한다.

이처럼 민족문화유산 보존에 절대적 역할을 하는 데도 한국전력은 요금이 가장 비싼 ‘일반용 전기요금 체계’를 전통사찰에 적용한다. 종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법당, 요사채, 주차장, 매표소, 템플스테이 건물 등 조사 대상의 76.4%가 일반용으로 전기료를 납부하고 있었다.

한전은 전기요금 체계를 가장 비싼 일반용 요금을 비롯하여 그 보다 저렴한 교육용 산업용 농업용 등 체계를 구분해서 부과한다. 기업 교육 등 공공성을 띠는 분야는 전기요금을 감면하는 것이다. 

전통사찰에 일반용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전통사찰이 갖고 있는 공익성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을 수 밖에 없다. 아쉬울 때는 협조를 요청하면서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불교의 기여는 눈꼽 만큼도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불교홀대가 전기요금에도 투영된 현실이 서글프다.

[불교신문3618호/2020년9월3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