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순례 준비 끝, 걸음마다 한국불교 중흥 기원”

7월30일 공주인도만행결사 예비순례를 마친 상월선원 만행결사 순례단은 8월20일부터 매주 목요일 새벽 행선정진을 이어왔다. 사진은 9월24일 새벽 4시경 순례단이 잠실철교 밑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
7월30일 공주인도만행결사 예비순례를 마친 상월선원 만행결사 순례단은 8월20일부터 매주 목요일 새벽 행선정진을 이어왔다. 사진은 9월24일 새벽 4시경 순례단이 잠실철교 밑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

10월7일 한국불교 중흥과 국난극복을 발원하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를 앞두고 매주 목요일 새벽 진행해온 행선(行禪)이 사부대중의 높은 참여율과 호응 속에 마무리 됐다. 대구 동화사에서 서울 봉은사까지 500km 거리를 완주하기 위한 사전 정진이었지만, 매번 70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한자리에 모여 결사 의미를 되새기고 불교중흥을 한뜻으로 염원했다.

9월24일 오전3시. 이날도 어김없이 봉은사 일주문을 시작으로 탄천과 천호대교를 지나 다시 봉은사로 돌아오는 새벽 정진이 이어졌다.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을 비롯한 비구 스님과 비구니 스님에 이어 우바이, 우바새들이 그 뒤를 따랐다.

상월선원 만행결사의 긴 순례 행렬은 약 한 시간 반 동안 고요한 침묵을 이어가며 쉬지 않고 걸었다. 코스 중간 지점에서 10분간 휴식을 가진 뒤, 오전4시40분께 봉은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잠들어 있던 도심도 사부대중의 힘찬 발걸음 소리에 서서히 깨어나는 듯 했다.

만행결사 자비순례 사부대중은 10월7일부터 21일간 펼쳐지는 ‘불교중흥과 국난극복 자비순례’의 원만 회향을 기원하며 매주 목요일마다 새벽 정진을 가져왔다.
 

9월3일 태풍 마이삭이 올라오는 시각에도 우의를 입고 새벽정진을 이어가는 사부대중의 모습.
9월3일 태풍 마이삭이 올라오는 시각에도 우의를 입고 새벽정진을 이어가는 사부대중의 모습.
9월10일 새벽5시 갑자기 쏟아진 비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흠뻑 젖은 채 행선을 마친 사부대중.
9월10일 새벽5시 갑자기 쏟아진 비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흠뻑 젖은 채 행선을 마친 사부대중.

강한 태풍과 코로나 사태로 심각성이 더해지던 8월27일을 제외하고,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모임을 이어왔다. 8월20일을 시작으로 9월3일 9호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강타한 날에도, 9월10일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지던 날에도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행선 정진을 이어가며 대장정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도, 완주에 대한 의지도 단단히 굳혀나갔다. 9월24일 또한 70여명의 사부대중이 함께했으며 세 시간에 가까운 정진도 무사히 마무리됐다.

매주 새벽 정진에 참여한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걸으면 살고 멈추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만행결사에 참여해 몸과 마음을 단련했다”며 “승속이 함께 순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매번 새로운 자극이 됐다. 스님들과 함께 걷는다는 것에 대한 경건함을 갖고 자비순례에도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21일간의 대장정에 참가 원력을 낸 윤정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도 “의미 있는 결사에 동참하게 됐는데,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준비 순례를 마치고 나니 21일 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21일 간의 순례는 인생에 두 번 다시없을 기회라고 생각해 신청했다. 무사히 회향하고 나면 저 스스로 굉장히 뿌듯할 것”이라고 말했다.
 

캄캄한 새벽, 한강을 따라 안행하는 스님들.
캄캄한 새벽, 한강을 따라 안행하는 스님들.
승복에 대가사를 수하고 108염주를 손에 쥐고 정진하는 스님.
승복에 대가사를 수하고 108염주를 손에 쥐고 정진하는 스님.

이날 새벽 정진을 지켜보며 합장으로 응원한 시민들도 있었다. 조정필(서울 송파구, 69)씨는 “지켜보면서 마음이 저절로 숙연해지고, 합장을 하게 됐다. 지난주에도 운동 나왔다가 먼발치에서 보았다”며 “부처님이 내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6시 새벽정진을 끝으로 사부대중은 순례 준비를 마쳤다.

한편 10월7일부터 27일까지 21일간 이어지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불교중흥과 극난극복 자비순례는 팔공총림 동화사에서 출발해 10월27일 오전11시 서울 봉은사 대웅전에서 회향한다. 순례에 앞서 10월7일 오전8시30분 동화사 통일약사여래대불전 앞에서 입재식을 갖고 본격적인 순례에 나선다. 입재식에는 진제 종정예하가 참석해 법어를 내린다. 

이번 순례에는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 총 92명이 동참한다. 사부대중은 길에서 공양하고 길에서 자며, 하루 30km 이상 총 500km을 행선한다. 스님들은 승복과 대가사를 수하고, 108염주를 들고 행선하며, 참가자들도 염주를 들고 염불하거나 화두를 들며 걷는다. 아침과 점심공양은 주먹밥 등 검박하게 하고, 묵언하며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새벽정진을 끝내고 오전 6시경 봉은사로 돌아온 사부대중.
새벽정진을 끝내고 오전 6시경 봉은사로 돌아온 사부대중.
이른 새벽 운동을 나왔던 한 불자가 행선하는 스님들을 향해 합장하고 있다.
이른 새벽 운동을 나왔던 한 불자가 행선하는 스님들을 향해 합장하고 있다.

사부대중은 걸음걸음마다 불교중흥을 염원한다. 순례 중 10월11일에는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전한 구미 도개면 ‘신라불교 초전지’에서 법회를 갖는다. 또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32호 ‘의성 생송리 마애보살좌상’ 앞에서 법회를 봉행한다. 이 마애보살상은 자승스님이 총무원장 소임을 맡았던 2010년 4대강 공사 중 발견된 성보다.

당시 건설사 부주의로 광배에 구멍이 뚫리는 등 훼손됐던 마애상을 두 차례나 찾은 자승스님은 보존하겠다는 원력을 세우고 종도들과 1080배 정진, 민족문화보존 결의대회를 봉행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더해져 마애상은 2011년 경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번 순례에서는 개발 사업 속에 자칫 사라질 뻔한 불교성보를 예경하는 시간을 갖는다.

자비순례의 의미를 짚어보는 대중공사도 마련된다. 10월15일과 23일에 열리는 대중공사에는 상월선원 천막결사와 만행결사의 의미를 고찰하고 한국불교 현황을 진단하며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9월24일 점검회의에서 회주 자승스님은 “부처님께서 설산에서 고행하시고, 일종식을 하며 중생에게 법을 전했듯이 이번 순례는 편안한 정진이 아닌 고행의 결사”라며 “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묵언과 거리두기 등을 실천하며 한국불교 중흥과 극난극복을 발원하는 순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618호/2020년9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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