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일은 한가위다. 봄에 씨앗을 뿌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정성들여 가꾼 곡식과 과일을 올려 조상과 하늘에 감사 인사를 올리는, 수천년 내려오는 농경사회 전통이다. 산업화로 농경사회가 지식정보화 사회로 바뀌고 3대 이상이 함께 살던 대가족이 1인 가족으로 대체될 정도로 사회가 천지개벽했지만 추석명절 전통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졌다. 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이동을 가로막았다. 사람끼리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 특성상 정부는 이번 추석 귀성 귀향 자제를 요청했다. 자식 손주와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시골 어른들이 먼저 나서 귀성길을 만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추석대목을 기대하던 상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상에 오를 풍성한 햇과일을 출하하는 농부의 상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누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를 이른바 ‘깜깜이 감염’이 속출하는 위험한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일한 방역이다 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예년 같으면 각종 자비행사를 펼쳤을 불교계도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수칙에 따라 많은 행사가 중단됐다. 홀로 사는 어르신, 쪽방주민, 고시원 거주자, 다문화, 한부모 가정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든 처지에 놓인 이웃을 위해 쌀과 수건 비누 등 생필품을 건네든 전국의 사찰이 올해는 발만 구르게 됐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서도 일부 사찰 복지관은 불우이웃돕기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공주 계룡산 신원사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자비의 쌀 20kg 50포와 라면 50상자, 불우이웃돕기 성금 1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회향했다. 서울 흥천사도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주민을 위해 성금 1000만원을 성북구청에 기탁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한가위를 맞아 어르신들을 위해 전 직원이 나서서 음식을 만들고 명절 선물을 전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르신들이 복지관에 나오지 못해 직원들이 직접 배달하는 수고를 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어르신들이 많이 답답하고 힘드실 것 같아서 직원들이 손수 전을 만들어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는 종로노인복지관 관장 정관스님의 말에서 불교의 한없는 자비행을 느낀다. 

추석은 불교계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명절이다. 조상들이 팔월 대보름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는 옥토끼는 부처님 전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부처님은 과거 547생이나 되는 많은 삶을 타인을 위한 희생과 이타행을 하셨고 이 중 316번째에 토끼로 태어나 굶주린 수행자를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소신공양을 했다. 이를 본 수행자가 감동에 겨워 토끼의 숭고한 희생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달에 새겼다는 전설이 불교교리와 결합돼 전해온다. 

달에 새긴 옥토끼 이야기처럼 자연에 감사하고 수확한 곡식 과일을 서로 나누는 한가위의 나눔이 바로 불교 자비행이며 수행의 본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고향에 가지도 못하고 만남도 자제해야 하는 추석이지만 마음은 넉넉한 풍성한 한가위가 되기를 부처님전에 기도 올린다.

[불교신문3617호/2020년9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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