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나뭇잎은 모두 땅의 빛깔을 하고 있다.
늘푸른 솔잎도 제 빛깔을 그렇게 바꾼 뒤에야 조용히 내려앉는다.

- 윤효 시 ‘가랑잎 설법’ 전문
 


이제 가을이다. 선선해졌다. 풀과 나뭇잎들은 조금씩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마르기 시작하고 물들기 시작할 것이다. 땅에서 움이 트고 자라난 것들은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시인은 땅에서 나고 땅으로 돌아가는 것들은 ‘땅의 빛깔’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돌아가는 그곳을, 귀일처를 오늘은 가만히 생각해본다. 

윤효 시인은 나무야말로 “물이 흙과 빛으로/ 가장 순하게 빚은/ 생명”이므로 최상의 선(善)은 나무와 같은 것이라고 쓴 적이 있다. 그리고 “(나무는) 일 년에 한 번 수문을 연다./ 눈비와 땡볕과 바람에 맞서 키워온 씨알들을/ 너른 품으로 떠나보내기 위해/ 가을에 딱 한 번”이라고도 썼다. 이러한 시구에서의 씨알들도 땅의 빛깔을 가졌을 것이요, 또한 씨알들은 가을의 끝에서 하나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불교신문3617호/2020년9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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