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2주가 영겁처럼 느껴질 즈음 다시 교문이 열렸다. “다함 없는 삼보시여~ 저희 예경 받으시고 가피력을 내리시어, 법계 중생 모두 함께 성불 하~여지이다.” 오랜만에 예불에 참석한 아이들의 소리가 우렁차다. 등교 시간도 늦춰졌지만 8시면 우당탕 계단이 요란하다.

사전방역과 청소, 출입 대장 기록 몇 단계 절차를 거쳐 법당에 올 수 있으나 이 또한 감사하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생각하다 명상교실 회향하고 상으로 주려고 산 <부처님 말씀 따라쓰기>를 나눠줬더니 너무 좋아했다. 

평소 아이들에게 경전사경과 감사일기 쓰기를 권하는 나에게는 반갑고 귀한 책이다. 집콕 덕에 서점에 다양한 자기개발서와 컬러링북, 명상일기, 감사일기 등이 보이는데 교계에서 최근 출판된 사경, 감사일기는 <부처님 말씀 따라쓰기>가 유일한 듯. 그러나 청소년들이 구입하기엔 고가인편.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고 했던가. Z세대의 언어와 눈높이에 맞는 사경책과 컬러링북, 감사일기, 이모티콘이 출시되었으면 좋겠다. 

BTS 정국이 입은 법복이 인사템이 된 것처럼 생각보다 청소년들에게 불교는 가깝다. 두꺼운 책 중간 중간을 펼쳐서 거기에 쓰인 경구를 한번 읽고는 “와, 부처님 능력자! 지금 내 마음을 어떻게 잘 아시지 깜놀.” 마치 숨긴 마음을 들킨 듯,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댄다.

‘계층포교는 저렇게 하는 거지. 원하는 대상에게 원하는 것을.’ “얘들아! 따라 쓰는 거야. 한쪽은 감사일기 쓰듯이 하면 어떨까!” 훈장질은 습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화 활동을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이웃과 함께 하는 나눔 실천 봉사활동이다.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행하지 않으면 무슨 도움이 될까? 재학생 25%가 수급자라 선생님들의 걱정이 많지만 도움을 받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 나눌 수 있는 마음, 보시를 실천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교법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랑愛요·감사해孝!’라는 주제로 친구사랑, 이웃사랑, 생명존중, 나눔 보시행의 실천으로 연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신행 활동을 기본으로 체험활동을 하고 결과물은 나눔 활동을 통해 이웃에 나누도록 한다. 어린 학생들이다 보니 학교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한다.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돈과 물질이 아닌 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보시를 배운다.

<유마경>에 ‘복되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자신의 마음을 맑고 밝게 하라. 그 마음이 맑고 밝아짐에 따라 세상 역시 저절로 깨끗해진다’는 말씀처럼 종립학교의 교육활동은 이처럼 한 사람이 불교적 인성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불사의 장이다. 

[불교신문3617호/2020년9월26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