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유교가 바라본 ‘마음의 실체’
불교와 유교가 바라본 ‘마음의 실체’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0.09.21 11:14
  • 호수 3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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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선사들의 유교 중화 담론

문광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문광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조계종 교육아사리이자 동국대 불교학술원 외래교수를 맡고 있는 문광스님은 탄허스님의 사상을 국내 최초로 연구한 <탄허선사의 사교 회통 사상>에 이어 한국과 중국의 고승들의 ‘드러나지 않은’ 중화 담론을 조명한 학술서 <한국과 중국 선사들의 유교 중화 담론>를 잇달아 출간했다.

이 책은 유교의 핵심 경전인 <중용>에 등장하는 ‘미발(未發, 희로애락이 일어나지 않은 본래의 상태)’과 관련, 한·중 불교계 대표 선승인 감산 덕청, 우익 지욱, 퇴옹 성철, 탄허 택성 등 네 고승들의 중화(中和) 담론을 살핀다.

중화의 중(中)은 희로애락의 미발 상태를 말하며, 화(和)는 이미 발하여(已發) 모두 절도에 들어맞는(中節) 상태를 말한다. 또한 유가의 ‘미발’은 불가의 ‘대무심(大無心)’과 비슷한 개념으로서 마음의 심처(深處)와 관련된다.

문광스님은 이 책을 통해 먼저 ‘미발’과 관련된 기나긴 역사상의 논변들을 살피고, 이후 한 ·중 불교계의 담론들을 살펴봄으로써 기존 유·불 관계 논의에서 찾아보지 못했던 각 가(家)의 공통분모와 분화 지점을 보다 명징하게 드러냈다. 이는 법계연기(法界緣起)의 무애세계(無碍世界)가 현실화된 현대사회에서 학제 간 벽을 허물고 동서고금을 회통하기 위한 새로운 안목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본격적인 논의는 중국 남송(南宋) 시대 인물인 주자의 중화설 형성 과정을 고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중국과 한국 선사들의 중화 담론을 비교하며 유교와 불교의 회통(會通)과 분수(分殊)를 확인한다. 특히 우리나라 근현대 대표 고승인 퇴옹 성철선사와 탄허 택성선사에 대한 고찰이 눈에 띈다.

두 선사가 <중용>에 대해 전면적으로 기술한 저술은 없지만 몇몇 저작 가운데 중용 혹은 중화에 대한 언급들을 만날 수 있다. 문광스님은 두 선사의 대표적 저술과 언설을 검토해 유교 중화론에 대한 각 선사의 견해를 명백히 밝혔다.

이처럼 책에 펼쳐지는 논의는 결국 ‘인간의 마음(心)’에 닿아 있다. 즉 인간 마음의 본체(體)와 사용(用), 그리고 마음의 수련(修心)의 문제를 전면에 걸어 유가에서의 마음에 대한 파악과 수신(修身) 문제, 불가에서의 마음에 대한 인식과 수련 문제를 고찰하는 것이다.

문광스님은 “20대 10년 동안의 문제의식을 30대 10년 동안 참구하여 쓰고, 40대 10년 동안 묵히고 발효시켜, 50대가 되어 수정하여 출간한 것”이라며 “따라서 이 속에는 내 삶의 많은 문제의식과 수행의 과정이 오롯이 녹아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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