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후 49일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죽은 후 49일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까?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0.09.21 11:12
  • 호수 3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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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와 동남아 일부
공유하는 ‘죽음의 문화’
중음 제대로 이해하기

“생전 좋은 마음 쓰고
보시 많이 해야 극복”

중음에서 벗어나는 법

왕윈 지음 / 차혜정 옮김 / 불광출판사
왕윈 지음 / 차혜정 옮김 / 불광출판사

미얀마, 스리랑카 등 남방으로 퍼진 불교에서는 인정하지 않지만 동북아시아와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시아 불교에서 공유하고 있는 ‘죽음의 문화’가 있다. 바로 중음(中陰)이다. 대승불교를 기반으로 한 세계관이지만 도교에도 수용됐고 이후 중국, 베트남, 티베트, 한국, 일본 등에서는 확실하게 민간에 자리를 잡았다.

중음은 죽은 순간부터 다음 세상에 태어나기까지의 중간 시기를 말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사유설(四有說)에 기반 하는데 태어남의 순간은 생유(生有), 태어남의 시간부터 죽음의 순간을 본유(本有), 죽음의 순간을 사유(死有)라고 하고 사유(死有)부터 생유(生有)까지의 존재 기간을 중유(中有), 즉 중음이라고 했다.

중음의 기간은 문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7·7일, 즉 49일을 만중음(滿中陰)이라 해서 최대 기간으로 본다. 이 중유 기간인 49일 동안 7일마다 천도의식을 행하며 특별히 49일째 되는 날에는 천도재를 행하는데 이를 흔히 사십구(49)재라고 한다.

이 기간 동안 유가족이 영가를 위해 재를 올리며 공덕을 지어주면, 나쁜 업을 지은 영가는 불보살님의 가피 덕분에 고통의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게 되고, 평범한 업을 지은 영가들은 훌륭한 공덕을 이루어 보다 더 좋은 인연처를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영가의 대상을 인식하는 마음이 매우 맑아져 있기 때문에 살아생전보다 부처님의 법문을 더욱 잘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 천도 법문을 정성껏 들려주면 영가가 매우 지혜로워져 지난 세상에 대한 애착을 끊고, 쉽게 해탈을 이루어 행복의 나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의식이 가장 발달된 곳이 바로 티베트, 몽골 등이고 이런 내용이 가장 잘 정리된 책으로는 <티베트 사자의 서>를 꼽을 수 있다.

동서양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대만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왕윈이 최근 펴낸 중음에서 벗어나는 법>에는 이러한 중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하는지 소설처럼 읽기 쉽게 구성해 주목된다. 이 책은 청나라 옹정제 당시 있던 상황을 기반으로 저자가 일부 창작해 쓴 것이다.
 

사진은 사후 중음(中陰)에서 헤매는 망자들이 육도윤회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하며 제작한 팔공총림 동화사 소장 지장시왕도.
사후 중음(中陰)에서 헤매는 망자들이 육도윤회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하며 제작한 팔공총림 동화사 소장 지장시왕도.

옹정제의 여인 연귀비가 사망 당시 실제 옹정제가 활불을 모시고 법회에 참석했으며 이때 주요 관료인 장정옥, 악이태 등이 참석했다는 기록이 있다. 주요 화자로 등장하는 활불 역시 몽골에서 주로 활동하던 티베트 승려 후툭투를 가리킨다. 티베트 불교에서 인정하는 4대 활불 중 한 명이다. 실제 청나라 당시 옹화궁에는 160명이 넘는 몽골 출신 티베트 스님들이 있었고 책에 등장하는 ‘활불’역시 그 중에 한 명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죽음의 순간 망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저자에 따르면 우선 죽음 직후 육체적인 변화가 있다. 망자가 갈 곳이 좋은 곳이라면 하반신부터 차가워지며, 지옥이나 아귀 혹은 축생도로 가게 된다면 상반신부터 차가워진다. 해탈한 성인과 정도에 왕생하는 사람은 정수리가 가장 차가워진다.

그리고 중음에 들어서면 보통 빛이 인도하는 곳으로 따라가게 된다. 생전에 오계십선(五戒十善)을 지켜 많은 음덕을 쌓은 사람의 앞에는 매우 강렬한 흰 빛이 나타난다.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부모에 효도하고 본분을 지킨 사람, 오계를 범하는 않은 사람에게는 강렬하고 노란 빛이 나타난다. 이는 다음 생에 인간 세상으로 태어날 수 있게 인도하는 빛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망자가 중음에서 헤매지 않고 좋은 곳에 가거나 혹은 아예 윤회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도 전한다.

저자는 “망자가 중음에 들기 직전 마음을 비우고 보시하는 마음을 키우거나 중음에 들었다면 선지식을 초청해 남은 사람들이 같이 염불하라고 일러주지만 궁극의 방법은 아니다”라며 “살아생전 좋은 마음을 쓰고 보시를 많이 했다면 망자에게 이런 과정은 모두 불필요한데, 어김없이 선처에 태어나거나 수행을 많이 했다면 해탈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저자가 당시 상황을 창작해서 쓴 것이다. 중음에 맞닥뜨려 망자를 위해 산 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물론 중음에서 해탈하기 위해서 살아생전, 죽은 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선지식의 인도, 염불 등은 물론 선(禪)에 대한 긍정적 이해도 눈여겨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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