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15주년 맞은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건진센터 내 승가지대방 마련
스님들 편히 쉴 수 있게 배려

스님 전용 병동과 수납창구
승가케어 건강검진 운영 등
약사성지로 승가 건강 책임

동국대 일산병원 의료진이 승가케어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온 스님들에게 승가지대방에서 검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동국대 일산병원 의료진이 승가케어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온 스님들에게 승가지대방에서 검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동국대 일산불교병원(원장 이해원)이 개원 15주년을 맞아 스님들을 위한 토탈케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님들의 휴식 공간인 ‘승가지대방’을 마련한 데 이어, 스님 전용 병동 마련, 승가케어 검진 등 불교병원답게 수행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출가자 맞춤형 서비스로 스님들 건강을 관리하는 동국대 일산불교병원을 9월15일 찾아갔다.

이곳에는 여느 병원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 있다. 4층 건강증진센터 내에 마련된 승가지대방이다. 건강검진을 받기 위한 스님이나 진료 차 내원한 스님들을 위한 쉼터로, 각종 검사와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동안 이곳에서 쉴 수 있다. 승가지대방에는 비구, 비구니 스님들 전용 탈의실 외에도 편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소파와 익명의 기부자가 보시한 안마의자, 간단한 식음료가 제공된다.

2018년 건강검진센터를 확장한 병원은 행정공간을 축소하고 스님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새롭게 마련했다. 내원하는 스님들 대다수가 지방에서 올라와 하루에 검사와 진료를 집중적으로 받는 경우다. 그렇다보니 병원에서 체류하는 시간만 3시간 이상이라고 한다. 로비나 접수처 주변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기에는 제법 긴 시간이다. 이런 스님들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병원은 지대방을 만들었다.

지대방을 이용하는 스님들은 대체로 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9월15일 건진센터를 찾은 조계총림 송광사 재무국장 보일스님과 송광사승가대학장 연각스님도 마찬가지다.

연각스님은 “병원에 오면 낯선데 직원들이 스님들에게 친절하게 응대해주고, 승가지대방에서 스님과 함께 대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보일스님도 “스님들이 일반인들과 같이 있다 보면 불편한 점이 적지 않은데 쉼터가 잘 마련돼 있어서 수월하게 검진을 받았다”며 “안마의자도 있어서 막간을 이용해 편히 쉴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검진복으로 갈아입고 승가지대방에서 불교신문을 읽는 스님.
검진복으로 갈아입고 승가지대방에서 불교신문을 읽는 스님.

스님들 편의를 돕기 위해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이용객이 많지는 않다. 승가지대방이 있는지 모르는 스님들이 많기도 하고, 외래진료를 온 스님들은 4층까지 올라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다.

이해원 원장은 “내원하는 스님의 경우 간호사들이 승가지대방에 대해 설명하고, 예약문자를 통해서도 미리 안내하고 있다”며 “더 나가 건진센터 외에도 외래를 기다리는 스님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1~2층 공간을 활용해 비구, 비구니 스님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님들을 위한 혜택은 이뿐만이 아니다. 스님들 진료비 특별 할인과 스님 전용 수납 창구, 전용 병동이 준비돼 있다. 42병동에는 비구니 스님들을 위한 5인용 병실이 있어, 스님들이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 허리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중인 80세 도천스님은 “스님 병동에서 편하고 조용하게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며 “좋은 의사를 만나서 수술도 잘 됐고, 환자 보살펴주는 의료진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인사했다. 보호자로 머물고 있는 혜덕스님은 “다른 병원에 가면 스님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데 동국대 일산병원은 속명이 아닌 법명으로 불러주고, 의료진 모두 친절에서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맞춤형 승가케어 검진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개원 이래 스님들 다빈도 질환을 분석, 비구 비구니 스님들에게 집중돼 있는 질환을 검진항목에 포함시켰다는 게 특징이다.

김명숙 건진운영팀 수간호사는 “대다수 스님들이 수행하다가 민폐 끼치지 않고 입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조기진단을 통해 병을 예방하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질병을 조기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서울대학병원 아산병원, 삼성병원, 암센터 등 5개 병원을 검토해 검진프로그램을 최적화 해 승가케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병원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검진을 받을 수 있고, 스님들이 걱정되는 질병에 대한 추가검사도 경제적으로 받을 수 있다. 또 검진 당일 이상소견이 있을 때, 외래 전문진료과에 신속하게 연계해주는 등 스님들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승가지대방에서 검사를 기다리는 스님들.
승가지대방에서 검사를 기다리는 스님들.

입원한 스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승가라운딩’은 동국대 일산병원의 상징이다. 이해원 원장과 진영숙 간호부장, 지도법사 능지스님은 입원한 스님들을 방문해 건강을 살핀다. 병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술 직전이나 수술 후, 검사를 하기 전에 증상을 살피고 설명한다. 대개 스님들이 입원하면 불안함이 큰데, 병원장과 간호부장, 지도법사 스님이 직접 찾아가 관심 갖고 응대하면 스님들이 한결 편안해 하고 불안함을 내려놓는다고 한다.

이처럼 동국대 일산병원은 삼보 가운데 하나인 스님들의 건강을 지킴으로써 약사성지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4층 비구니 스님 전용 병실에 입원 치료 중인 스님과 보호자 스님.
4층 비구니 스님 전용 병실에 입원 치료 중인 스님과 보호자 스님.

 

이해원 동국대 일산병원장
이해원 동국대 일산병원장

인터뷰| 이해원 동국대 일산불교병원장

“삼보정재로 건립된 병원 더 발전돼야”

“지난 15년간 법인과 의료원, 병원 구성원들이 합심해 내원객도 많아지고, 2000여 명이 근무하는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삼보정재로 건립된 불교병원인 만큼 더 발전해 스님과 재가불자들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개원 멤버이기도 한 이해원 동국대 일산병원장은 개원 15주년을 맞아 불교종립병원으로서 역할을 확대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병원이 위치한 고양시는 인구가 100만 명에 달하는 도시로, 큰 병원만 5개가 있다. 그만큼 경쟁도 심하지만, 의료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수록 이 원장은 제2병원 건립을 통해 1000병상까지 확보해 병원 규모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병원이 감염병에 취약한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기에 의심환자가 다녀가면서 의료진은 밖에 나오지 못하고, 몇 시간 동안 응급실 운영이 멈춘 적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신축 병동에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배치할 피요가 있다.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효율성 있게 배치해 전염병 예방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병원이 가야할 길은 멀지만, 코로나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상규모로는 일산지역 2번째로 크지만 입원, 외래환자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사회경제도 어려워지면서 제2병원 건축기금 마련도 난관에 봉착했다.

이 원장은 스님과 불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승가케어 건강검진을 비롯해 스님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불자들을 위한 혜택이 마련돼 있으니 많이 관심을 갖고 내원해달라고 당부했다.

고양=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3616호/ 2020년9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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