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방식 불화 조성하는 불사 진행
진신사리 모신 성지의 구도 정신 담아
코로나19로 상처받은 인류 구제 원력
방장 스님 중심 대중 한마음으로 동참

통도사 서운암에서 공개된 세계 최대규모의 한지 제작 과정
영축총림 통도사는 9월18일 전통방식으로 불화를 조성하는 불사를 전개한다고 밝히고 조성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사진은 통도사 서운암에서 공개된 세계 최대규모의 한지 제작 과정.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현문스님)가 우리의 전통 한지에 불교문화의 꽃으로 불리는 불화를 전통방식으로 조성하는 불사를 진행한다. 통도사는 불화를 조성하는데 필요한 세계최대 크기의 한지를 직접 제작하고 향후 탱화도 직접 그려 넣을 계획이다.

9월18일 통도사 서운암에서 진행된 한지 제작 과정이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을 비롯해 주지 현문스님과 대중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됐다. 통도사의 전통 한지 제작및 탱화 조성 불사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인류에게 치유와 희망의 용기를 전하기 위한 뜻도 담았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불교성지인 영축총림의 수행 정신과 중생구제의 원력을 우리 시대에 구현하는 원력이 깃든 것이다.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과 주지 현문스님을 비롯한 사중 스님들이 한지를 틀에서 떼어 내고 있다.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왼쪽에서 두번째)과 주지 현문스님(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사중 스님들이 한지를 틀에서 떼어 내고 있다.

공개된 한지는 가로 3m, 세로 24m로 전문가들은 단일 크기로는 세계 최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통도사는 이런 크기의 한지 4장을 이어 붙여 가로 12m, 세로 24m 불화를 그려 넣을 한지를 최종적으로 완성하게 된다. 크기에 비례해 두께도 보통 한지의 5겹 수준이다.

틀에서 건조된 한지를 떼어내는 작업에는 방장 성파스님, 주지 현문스님, 선원 유나 증도스님, 보살선원장 천진스님, 총무국장 종현스님을 비롯한 종무소 소임자, 승가대학장 인해스님, 서울포교당 구룡사 주지 각성스님(중앙종회의원) 박물관장 송천스님, 승가대 학인 스님 등 50여 명이 동참했다.
 

방장 성파스님이 불화조성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이 불화조성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불화조성의 총도감 역할을 자임한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은 “이번에 조성하는 통도사 불화는 섬세하고 세련된 특징을 보여주는 고려불화의 아름다움과 전통을 계승한 조선시대 불화의 장점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걸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한국불화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미술사적 중요성에 비해 종교미술이라는 편견과 차별로 미술계에서 소외 돼 왔던 게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세계회화의 주류로 인식되고 있는 서양의 회화도 11세기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는데, 고려 불화의 기원은 이보다 앞선 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명과 함께 “우리 불화는 단순히 역사만 앞서는 것이 아니라 미적 아름다움도 서양회화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이어 성파스님은 “이러한 사실을 불자들과 우리 국민들조차 잘 알지 못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이번에 조성하는 불화는 세계최대 규모 수준의 대작이지만 크기만큼이나 한국불교미술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얼마나 잘 표현해 내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장 성파스님은 ”현존하는 32종의 한국불화를 전문가들과 긴밀히 연구하는 과정을 통해 최고의 불화를 구현해냄으로써 불교계와 미술계에서도 평가받을 수 있는 기념비적인 불교회화 유산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한지를 틀에서 분리한뒤 이동을 위해 말고 있다.
한지를 틀에서 분리한뒤 이동을 위해 말고 있다.

방장 성파스님은 또 ”괘불은 통상적으로 한지를 뒤에 배접하고 앞면에 견을 붙혀 사용했지만 통도사 불화는 견을 뒤에 배접하고 한지를 앞면에 붙이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바탕에 옻을 칠하고 옻물감을 사용해 불화를 완성할 계획“이라며 “이런 방식은 세계최초이고 세계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될 만한 일이 될 것이며, 한국의 불교미술이 새롭게 조명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지의 재료가 되는 닥종이를 고르게 풀고있는 방장스님
한지의 재료가 되는 닥종이를 고르게 풀고있는 방장스님
닥종이를 틀에 고르게 펴주는 과정도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이다.
닥종이를 틀에 고르게 펴주는 과정도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이다.

통도사의 불화제작은 방장 성파스님의 우리종이 사랑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스님은 30년 전부터 우리 전통 종이에 관심을 갖고 고려시대 사경에 사용했던 감지(紺紙, 고려시대 사경에 쓰이던 검푸른 빛을 띄는 종이)를 재현하기 위해 끈질기게 조사하고 연구를 거듭했다.

당시에는 감지를 만드는 사람은 물론 감지에 대해 아는 사람조차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만난 전통종이 전문가 조용이 장인과 3년간 서운암에서 함께 생활하며 종이제작 기술을 배우고 시도한 끝에 고려시대 감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성파스님은 “감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지의 종류인 장지에 쪽빛 물을 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물을 들이면 종이가 자꾸 처지는 현상이 생겨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스님의 우리 종이에 대한 애정과 경험이 이번 한지 제작과 불화를 조성하게 된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은 "이번 불화조성 불사가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원만회향을 위해 불자들의 정성과 원력을 하나로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왼쪽)은 "이번 불화조성 불사가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원만회향을 위해 불자들의 정성과 원력을 하나로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른쪽은 통도사 서울포교당 구룡사 주지 각성스님(중앙종회의원).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은 “불화의 가로 12m는 12간지를, 세로 24m는 24절기를 의미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문스님은 “이렇게 큰 한지를 하나하나 만들어 붙이고 옻으로 물감을 만들어 불화를 조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과정이며, 불사가 완성 된다면 세계인이 한국불교미술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주지 현문스님은 “불자들의 원력과 정성이 모아져야 가능한 불사라고 생각한다”며 “몽고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해 고려의 온 백성이 힘을 모아 팔만대장경을 조성했 듯 불자들뿐 아니라 국민적 성원이 함께 해야 대작불사가 원만히 회향 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학인스님들이 한지를 큰절로 올기고 있다.
통도사 승가대 학인 스님들이 한지를 큰절로 올기고 있다.

통도사는 조성되는 불화의 종류와 일정을 포함한 세부 계획들을 불사위원회를 구성해 면밀히 논의할 계획으로 한국불교미술사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불화가 완성되면 괘불처럼 한시적 공개가 아니라 마애불처럼 상시 친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통도사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성보이자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이천운 경남지사장 woon3166@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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