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음성공양 앞장서는 민요가수 이애자

20년간 지역사찰에서
노래로 보시하는 ‘불자’
100세 노모 극진히
봉양한 효녀가수

“나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다”
좌우명 새기며 정진

가수 이애자 씨는 광주 전남지역 사찰에서 음성공양을 해온 모범적인 불자다.
가수 이애자 씨는 광주 전남지역 사찰에서 음성공양을 해온 모범적인 불자다.

동남아 순회공연을 방금 마치고 돌아온이라는 대중문화계의 관용구가 있다. 누구나 알 만한 스타는 아니어도 상당한 인지도를 갖춘 가수들을 위한 예우의 언어다. 민요가수 이애자 불자가 그렇다. 전라도 지역에선 유명한 연예인이다.

1954년생으로 KBS가 주최하는 경연대회에 여러 차례 수상하며 1973년 연예인협회에 등록돼 정식 가수로 활약했다. 젊었을 때는 야간업소를 주로 돌았다. ‘잘 나갈 때는’ 1년에 5000번 무대에 올랐다. 일본 중국 러시아 이탈리아 베트남 등등에서 순회공연도 많이 했다. 910일 광주의 자택에서 그녀를 만났다. 집안에는 이런저런 한인회가 준 감사장이 걸려 있다.

나이가 들면서는 인기가 멀어진 대신 절과 가까워졌다. 20년 전부터 부처님오신날이면 기본적으로 4~5곳 이상의 호남 사찰에서 구성지게 곡조를 뽑는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도 보성 대원사, 광주 보은사, 백양사 가인암에서 무대에 올랐다. 무등예술봉사단이란 이름으로 교도소와 군부대와 경로당을 수없이 찾았다. “불러주면 무조건 가는 식이다. 조건이 맞지 않아도, 반주가 없어도 괜찮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광주 보은사 주지 도제스님과 인연이 깊다. 지역포교를 이끌고 있는 스님은 한 달에 한번씩 호영남음악회를 연다. 영남과 호남의 친선과 문화포교를 위한 자리에 이애자 씨는 한번도 빠짐없이 참여해 흥을 돋운다. 15년 전 이 씨를 알게 된 도제스님은 음성공양을 요청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 노래로 보시를 하는 가수라며 광주에서 이만큼 불심이 깊은 분도 찾기 힘들 것이라며 칭찬했다.
 

원래는 가수 현숙과 어깨를 견주는 효녀가수로 명성이 자자했다. 2013년 말기 유방암으로 투병하는 97세 노모를 위한 음악회를 열어 화제가 됐다. 모친을 봉양하느라 결혼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6남매를 전부 이끌고 중국 여행을 하며 어머니에게는 만주에 살고 있는 남동생과 상봉하게 해주는 기쁨을 선물했다.

2015년 어머니는 끝내 숨을 거뒀고 모친을 잃은 슬픔은 여전히 가슴을 무너뜨린다.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즐겁게 함께 했기에 후회는 없다. “어르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압니까? 칭찬이에요. 늘 곁에서 노래 불러드리고 잘 했다 잘 했다띄워드리니 병원에서 길어야 6개월 사신다던 것을 3년을 더 사십디다.”

이 씨는 지금까지 무대에서 입은 한복이 1000벌은 넘을 것이라며 소녀처럼 즐거워했다. 반면 사람과의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좌우명을 이야기할 때는 눈빛이 단호해졌다. 그녀의 인생은 한때 영화 제작이 추진될 정도로 타의 귀감이 된다.

현재 국악인 김성녀 씨가 부른 찬불가 8곡을 리메이크한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찬불가만큼 행복을 주는 노래는 없다면서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노래로 전달하는 불자가수로서 삶을 회향할 것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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