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화엄경 제32권 변상’
법계와 동등한 불가사의한 머무름


우주의 모든 존재의 근원이
의식을 통해 차별성 갖지만
차별성 이전엔 이미 평등성

화엄경 십회향품 가운데 ‘법계와 평등한 한량없는 회향’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 제32권 변상도.
화엄경 십회향품 가운데 ‘법계와 평등한 한량없는 회향’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 제32권 변상도.

<화엄경>에서 다섯 번째 법회 장소는 도솔타천(兜率陀天)이며, 법문은 ‘십회향품’이다. ‘십회향품’에서 마지막 열 번째 법문인 ‘법계와 평등한 한량없는 회향(等法界無量廻向)’에 대한 내용을 도상화 한 것이 80화엄 변상도 32권과 33권이다. 열 번째 회향을 상·하권으로 나누었는데. 변상도 32권이 상권이면서 ‘법계와 평등한 한량없는 회향’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열 번째 회향에서는 법보시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었다. 큰 자비심을 내어 중생들로 보리심에 편안히 머물게 하며, 지도하는 스승이 되어 온갖 지혜로 향하는 길을 보이며, 마음이 평등하여 여러 선행을 닦아 쉬지 아니하며, 모든 선근의 법과 행을 닦는 것들이다.

또한 ‘법계와 평등한 한량없는 회향’을 실천하는 보살은 법보시를 으뜸으로 삼아 중생들을 지혜로 나아가게 하면서 스스로 여러 원력들을 세우게 된다. 가령, 부처님의 바른 교법에 한 구절이나 한 게송이라도 받아 지녀 연설할 수 있기를 발원한다.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행을 닦기를 발원하며, 부처님과 선지식을 떠나지 않기를 발원한다. 부처님이 행하시던 걸림 없고, 집착 없고, 다툼 없고, 멸하지 않고, 산란하거나 성냄이 없는 범행(梵行)을 닦기를 발원한다. 이를 법계와 동등한 보살의 불가사의한 머무름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법계(法界)라는 단어의 의미도 알 수 있는데, 법계는 본래부터 평등한 속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우주의 모든 존재의 근원이 의식을 통해 차별성을 갖게 되지만, 차별성 이전에 그 성질은 이미 평등성(平等性)이다. 따라서 본래로 법계가 평등한 줄 알고 회향한다면 ‘한량없다’는 표현도 중언부언이 된다. 더 나아가 ‘회향(廻向)’이라는 표현조차도 그저 방편설이 며 구차스럽다.

‘십회향품’에서 마지막 열 번째 회향을 말하면서 왜 ‘법계와 동등하며 한량없다’고 표현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열 가지 회향이 모두 억지로 구분지어 졌을 뿐, ‘법계는 평등하다’는 하나의 결론에 귀결된다. 

변상도에서 우측에 새겨진 도솔천 법회의 세존과 금강당보살이 좌측의 법보시하는 모습의 금강당보살과 다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불교신문3615호/2020년9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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