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두
이진두

“하늘도 울고 싶은갑다.” 태풍 둘이 연달아 지나가자 할매는 멍하니 앉아 혼잣소리로 이 말을 했다. 태풍 피해가 워낙 커서 집과 재산을 잃고 목숨까지 잃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할매는 ‘오래 살다보니 이런저런 일 참 많이도 겪는다’며 한숨을 쉰다. “태풍이 고놈의 코로나인가 머신가를 싹 쓸어갔으면 얼마나 좋겠노.” 

할매는 세상에 벌어지는 일에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게 참 많다는 걸 익히 안다. 살아오면서 숱하게 겪었으니까. 그러면서도 감당할 수 있는데 까지는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할매는 당신의 할머니 말을 자주 곱씹는다. “니 깜냥만큼 할라캐라. 니가 지지 못할 짐 지겠다고 용쓰지 마라. 그저 니 몫만큼이 얼마나 되는지 잘 알아서 니 힘을 다해 그 짐을 져라.” 할매는 아직까지도 내가 질 짐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를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 할매는 또한 세상일이 내 혼자 용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되새긴다. 내가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면 남이 하는 걸 가만히 보고 배우고 그러면서 그 중에서 내 몫을 찾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남들 하는 데에 내 힘을 쪼금 보태면 안 되겠냐고.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 온 할매도 요즘에는 그 생각도 접었단다. ‘쪼금 보태겠다’는 내 힘도 별것 아니란 걸 알게 됐단다. 그저 허한 마음 뿐이란다.

할매는 당신의 할머니가 자꾸 생각난단다. 할머니는 당신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당하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 닥쳤을 때는 그저 ‘나무 관세음보살’ 했다. 한숨과 함께 내뱉던 할머니의 ‘나무 관세음보살’이 지금의 할매에게 가슴 깊이 다가온다. 

“아, 나도 할머니처럼 ‘관세음보살’을 하고 있구나.” 할매는 ‘관세음보살 나무 관세음보살’을 왜 하는지, 그리 자꾸 하면 뭐가 달라지는지를 잘 모른다. 그저 내가 급할 때,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을 때 ‘나무 관세음보살’을 찾는 거갑다라고만 알고 있다. 

당신의 할머니가 그랬듯이 할매도 관세음보살을 찾는다. ‘나무 관세음보살’을 찾는 할매가 말하는 ‘하늘도 눈물 흘리고 싶은갑다’는 말을 왜 내가 곱씹는지….

[불교신문3615호/2020년9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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