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현경
어현경

얼마 전 목회데이터연구소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20∼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종교인식 조사결과를 발표해 흥미롭다. 응답자들은 불자에 대해 ‘온화한(40.9%)’ ‘절제하는(32.0%)’ ‘따뜻한(27.6%)’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개신교인은 ‘거리를 두고 싶은(32.2%)’ ‘이중적인(30.3%)’ ‘사기꾼 같은(29.1%)’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종교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종교가 한 역할이 없다는 응답이 72.0%에 달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경험으로 신도들이 종교시설을 찾는 습관이 줄어들 것(39.0%)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종교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란 예측은 놀랍지 않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에서, 힘들고 어려운 곳을 먼저 살펴야 할 교회가 위기상황에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종교에 대한 혐오를 키웠다.

또한 종교시설을 방문하지 않아도 신행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도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포스크 코로나시대, 불교도 예전과 같을 수 없다. 종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사찰을 찾는 신도마저 줄어든다면 교세약화는 명약관화다. 

희망을 찾자면 일반인들이 불교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포교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며칠 전 무심코 유튜브를 클릭했다가 본 유튜버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공부나 명상할 때, 자기 전에 듣기 좋은 ASMR을 올리는 채널이었는데, 동영상 중에는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만든 것도 있었다. 1시간30분 분량의 이 영상은 조회수가 17만회에 달했다. 내친 김에 사찰 ASMR을 검색해봤는데, 여러 유튜버들이 관련 영상을 올렸고, 조회수도 상당했다. 

전법을 위해서는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이 불교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줄 필요가 있다. 팔만사천법문보다 사찰이나 스님이 주는 온화하고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는 게 디지털세대에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영상이나 음악, 짧은 문구 등으로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불교콘텐츠들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불교신문3615호/2020년9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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