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매달 20만원 법보시하는 원주 양점분 할머니

불교공부 도움 줘 후원 시작
절에 못가도 신문보며 수행
만나는 사람마다 구독 권유
백만원력 결집불사도 힘보태

9월14일 원주에서 만난 양점분 할머니는 백만원력 결집불사 발우저금통을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하며, 인도 부다가야 한국사찰 건립불사가 원만회향하길 간절히 발원했다.

불교신문 덕분에 노년이 행복하다는 소식을 전해온 본지 독자가 있다. 올해 여든아홉의 양점분 할머니는 4년 전부터 신문을 보기 시작했고, 몇 달 전부터는 매달 20만원씩 법보시를 하고 있다. 양 할머니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 9월14일 원주로 향했다.

집 근처에 다다르자 이미 할머니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머리를 곱게 빗질한 정갈한 모습이다. 인사를 하자마자 동전이 가득 찬 발우저금통부터 건낸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전화했을 때, 코로나19 때문에 절에 갈 수 없으니 자신을 대신해 꼭 전해달라고 부탁한 백만원력 결집불사 기금이었다. 무거운 저금통을 건네받자, 수십 년 닦아온 할머니의 깊은 신심이 함께 따라오는 듯했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상황으로 모두가 힘든 지금, 어떻게 법보시를 하게 되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할머니는 “불교를 잘 모르던 내가 불교신문 보고 공부를 한다. 공부하는데 도움을 줘서 후원하게 됐다”며 “절에 못가도 신문에서 대덕 스님들 법문을 읽을 수 있다. 얼마 전엔 ‘공부하다 죽어라’는 가르침을 남긴 혜암스님 기사도 잘 봤다”고 밝혔다.

이어 “좀 더 젊었을 때부터 봤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만나는 사람 누구든지 보라고 권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 흥천사에 갔을 때 신문 홍보 하는 것을 보고 직접 신청한 할머니는 “이제는 다른 데 가서 할 것이 아니라, 신문 읽는 것이 내 공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신문을 친구 삼아 큰 스님들 법문을 읽으며 “사는 날까지 보겠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 스님들이 집에 오면 모친이 종이에 쌀을 넣어 보시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할머니는 어렴풋이 불교를 알고 지내다, 50대 때부터 본격적으로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기도도 열심히 하고 사찰 불사에도 힘닿는 대로 보시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불교를 제대로 알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서울 성북동 전등사에서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것을 배우고 해인사 원당암에도 가 4개월 여 동안 집중 정진했다. 5000장에 달하는 광명진언을 종이에 옮겨 적으며 몇 년에 걸쳐 사경도 꾸준히 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마음 닦으라”는 가르침을 되새기며 수행에 전념한 시간이었다.

종단의 백만원력 결집불사에도 열심인 할머니다. 이날 기자에게 전한 저금통은 벌써 다섯 개째였다. 부처님 깨달음의 성지에 한국 사찰을 짓는다는 소식에 조계사 등을 직접 찾아 저금통을 받아올 정도로 성의를 다했다. 동전 하나를 넣을 때마다 인도 부다가야 한국 사찰 건립에 고스란히 보태지길 간절히 기도하며 한 푼 두 푼 모았다. 아들이 준 용돈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 무조건 저금했다. 지난해 저금통 4개를 가득 채워 조계사 부처님 전에 올리기도 했다.
 

할머니가 모은 발우저금통. 

이날 전달한 통도 금세 채웠지만, 올 초 발발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외출을 거의 못해 갖고만 있었다. 할머니는 20여 년 전 인도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일흔이 넘어 덥고 척박한 인도 땅을 처음 밟은 뒤, 사찰 신도들과 헌 옷과 신발을 모아 현지에 전해주기도 했다.

“기복신앙에서 벗어나 스스로 공부를 해야한다”고 강조한 할머니는 평소 수행 또한 남을 위한 기도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매일 새벽3시에 일어나 정신을 가다듬은 뒤, 불교TV를 통해 성철스님 백일법문을 꼭 챙겨 듣는다. 오전5시부터 앉아서 <천수경> 기도를 하고, 끝나면 108염주를 돌리며 광명진언을 독송하고, 이산 혜연선사 발원문과 법성게를 외운다고 소개했다. 식구들 축원에 이어 남북통일을 발원하고,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어린 학생들과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극락왕생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원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락왕생 기원 기도를 일주일 동안 했다. 수행하고 기도를 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집안도 안정이 되더라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두 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려는데 할머니가 반듯하게 편 봉투를 내민다. 20만원이 들어있다. 신문사 후원금이란다. 저금통과 봉투를 담당 부서에 제출하고 전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곧 돈을 또 송금 할 테니 수해 피해를 입은 사찰 다섯 곳에 후원금을 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할머니는 욕심을 모 내려놓은 무주상 보시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원주=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3615호/2020년9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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