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셨던 부처님처럼 아픈 이웃들 도와야죠”

부처님 전에 공양했던 과일로
효소 만들다 유산균 찾아내
유산균 특허 등록까지 마쳐

실험서 아토피 완화 효과 확인
과일 발효젤리 ‘아토랑’ 비롯
발효곡물 ‘백세별곡’ 제조 판매

“연내 건강기능식품 인증 받아
사찰운영 및 지역경제 활성화
도움 될 수 있게 노력할 것”

부처님 전에 올렸던 과일로 효소를 만들어, 염증을 완화하는데 탁월한 균주를 발견해 특허까지 내고, 유산균이 담긴 스틱형 젤리까지 개발한 스님이 있다. 순창 대모암 주지 동산스님이 주인공이다. 스님은 영농조합법인 ‘가인’을 설립해 천연과일 발효젤리 ‘아토랑’을 판매하며 아토피나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돕고, 사찰과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9월9일 대모암에서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전 순창 대모암 법회 모습.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전 순창 대모암 법회 모습.

사실 스님은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1년 내내 먹는 과일 양이 손에 꼽을 정도다. 단감이나 복숭아 몇 개 먹는 게 전부라는 스님이 과일 효소를 만든 이유는 단순했다. “불전에 올린 후에 남은 과일들이 상해서 버려지는 것을 보니 아까웠다. 요새처럼 운전하는 신도들이 많으면 나눠주면 그만인데, 그 땐 신도들도 무겁다며 가져가지 않았다. 그래서 효소를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2000년 들어 산야초 효소가 인기라, 너도나도 산야초효소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스님도 과일 효소 만들기에 도전했다. 사과와 설탕을 1대1로 섞어 만들었는데, 과일에 설탕까지 더하니 너무 달았다. 설탕도 많이 들어갔다. “썩어서 버리는 사과가 아까워 효소를 만드는데 설탕을 대량으로 사야 하니 아까웠다. 고민하다가 설탕을 줄였다.”

특별한 기술이나 과학적 근거를 둔 게 아니라 막연히 생각해 만든 효소를 스님은 대모암 신도들에게 나눠줬다. 효소를 받아간 신도들은 아토피나 여드름, 변비에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광주에서 온 한 신도도 효소 한 병을 가져갔다. “그 신도가 1주일 뒤에 효소를 한 병 더 달라고 부탁했다. 이유를 물으니 고3 아이가 아토피가 심해서 두피까지 짓물렀는데 효소를 먹고 1주일 만에 상처가 아물어간다는 것이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받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효능이 있어서 스스로도 놀랐다.”

이전까지 아토피에 대해 생각지도 않았다는 스님은 아토피가 얼마나 심각한 질병인지 알게 됐다고 한다. 원인이 다양해서 치료법도 찾기 어렵다는 아토피 피부염이 개선되는데 사과효소가 도움이 된다고 하니 스님은 그 요인이 궁금했다. 그래서 직접 만든 효소를 들고 발효미생물진흥원을 찾아가, 연구를 부탁했다.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연구진들은 스님의 사과효소에서 염증억제 효과가 있는 미생물을 찾아냈다. 특허 등록한 ‘페디오코커스 에시디락티시(Pediococcus acidilactici) SRCM 102024’가 바로 그것이다. 스님이 찾아낸 유산균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이 호서대와 함께 진행한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페디오코커스 에시디락티시 SRCM 102024가 아토피 피부염의 개선 효과 및 기전연구’는 페디오코커스 에시디락티시 균과 스테로이드 계열인 덱사메타손을 대조한 연구다.

아토피 피부염 증세인 홍반, 부종, 건조증, 가려움증 등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페디오코커스 에시디락티시 균을 섭취했을 때 아토피 피부염 증세가 완화되고, 진피와 표피가 두꺼워지는 것을 억제했다. 양성대조군인 덱사메타손에서 간손상지표인 AST와 ALT 값이 높아지고, 체중도 감소하는 등 부작용이 있었지만, 페디오코커스 에시디락티시 균을 섭취한 군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연구결과는 유명해외 학회지에도 논문이 실렸다. 프랑스 ‘바이오메디신 파라코세라피(생의약&약물치료) 학회에도 연구 성과를 알렸다.

스님은 페디오코커스 에시디락티시가 들어간 과일 발효 젤리인 ‘아토랑’을 개발하고, 발아현미가 더해진 ‘백세별곡’도 만들었다. “사과 맛과 매실 맛, 포도 맛으로 개발한 아토랑은 아토피나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먹기 쉽게 만든 것으로 어른이 먹어도 좋다”며 “백세별곡 또한 하루 2번 복용하면 염증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스님을 도와 연구를 진행해 온 정도연 발효미생물진흥원장은 “진흥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균주를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게 일반적인데 스님은 직접 만든 과일효소를 가지고 찾아와서 유익균을 찾은 특별한 경우”라며 “동물실험 결과 아토피 피부염 증상 완화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아토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선행임상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산스님이 새롭게 불사한 자타불이전에서 밝게 웃고 있는 스님과 신도들.
동산스님이 새롭게 불사한 자타불이전에서 밝게 웃고 있는 스님과 신도들.

아토랑과 백세별곡은 영농조합법인 가인 홈페이지와 우체국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인지도가 낮아서인지 매출이 높지 않다. 스님은 아토랑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을 받으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토피에 대해 연구하면서 스님은 인연과 결과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순창군이 고추장 같은 발효식품이 유명한 고장이다 보니 전통발효식품에서 발견한 건강, 친환경 토종미생물을 연구하는 기관인 발효미생물진흥원이 지척에 있어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연구도 이뤄졌고, 아토랑 제품개발까지 이어졌다.

“동물실험, 임상실험 등을 거쳐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받기까지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아니면 하기 어렵다. 저는 운 좋게 균주를 발견하고, 또 지자체와 국가 지원을 받아 지난 10년간 연구와 제품생산을 해올 수 있었다. 모두 주변 도움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아토피란 병 또한 부모가, 혹은 인간이 쌓은 업의 결과란 생각을 한다. 부모의 식생과 자연환경이 갓 태어난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아토랑까지 개발하면서 스님은 부모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스님은 “부를 쌓겠다는 마음으로 아토랑을 만든 건 아니지만 이왕 생산했으니 사찰운영에 보탬이 될 정도로 판매되는 게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아토랑이 잘 알려져서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또 사찰재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1석3조 아니겠냐”며 환하게 웃는 동산스님은 임상실험까지 잘 마무리해서 연내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 때문에 현재 중단됐지만, 대모암은 인근 미사일부대 병사들을 대상으로 일요일마다 법회를 열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따뜻한 점심을 챙겨주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현재 중단됐지만, 대모암은 인근 미사일부대 병사들을 대상으로 일요일마다 법회를 열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따뜻한 점심을 챙겨주고 있다.

 

인터뷰 | 순창 대모암 주지 동산스님

도량 일신…순창 성황제 복원 노력

대모암 주지 동산스님
동산스님

백제시대 산성터인 홀어머니산성(대모산성) 인근에 위치해 있는 대모암은 1933년 학성스님이 창건한 제24교구본사 선운사 말사다. 1987년 제18교구본사 백양사에서 백암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동산스님은 16년째 대모암 주지 소임을 맡아 도량을 일신시켰다. 대모암 주변으로 땅 3000평을 매입했고, 자타불이전, 풍광전(風光展, 삼성각)과 요사채 등을 새로 건립했다.

포교에도 열심이다. 3년 전부터 대모암 인근 미사일 부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마다 법회를 열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따뜻한 공양으로 병사들을 위로하고 있다. 민간인과 군, 관, 경이 함께하는 체육대회도 열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도 얻었다. 스님 열정에 감탄한 황숙주 순창군수는 천주교 신자임에도 대모암에서 100일 기도를 하는 등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스님은 지역 전통문화 복원과 전승에도 힘쓴다. 지자체로부터 홀어머니산성터 발굴을 이끌어낸 덕분에 백제시대 성벽과 고려시대 유구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최근에는 강릉 단오제처럼, 순창지역 단오제인 성황제 되살리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스님은 지난 7월부터 대모암에서 국가민속문화재 제238호 성황대신사적현판(城隍大神事跡懸板) 특별전시회를 열고 지역민들에게 성황제를 알리고 있다.

순창은 고려 때부터 성황사(城隍祠)가 있었는데, 성황사는 고려 충렬왕 때의 문신 설공검(薛公儉, 1224~1302)을 성황대신(城隍大神)으로, 홀어머니 산성 양씨 부인을 수호신으로 제사를 올렸던 곳이다. 자세한 내용은 현판에서 확인되는데, 순창에서 단옷날마다 성황대신 설공검과 수호신 양씨 부인에게 제사를 올렸고, 조선시대인 1743년 성황사를 크게 중수했다고 한다. 이 현판은 성황사에 있다가 일제 탄압으로 1940년경 성황사가 훼철되면서 사라졌다가 1992년 순창 설씨 집성촌 조사과정에서 발견됐다.

스님은 순창군과 일제강점기 이후 잊혔던 순창의 단오 행사인 성황제 복원은 지역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우리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대모암에서 조촐하게 단오제 행사를 열었는데, 고유신앙을 복원하는 일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 안타깝다”며 “고려시대부터 이어온 순창 성황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강릉 단오제만큼 되살린다면 순창 문화도 풍부해지고 또 지역발전의 새로운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창=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이준엽 광주전남지사장 maha0703@ibulgyo.com

[불교신문3615호/2020년9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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